괴물의 공격을 받는 이블린이 욕조에서 고통을 참으며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 |
“쉿, 소리 내면 죽어”괴물 맞선 가족의 공포 스릴러
거의 시종일관 지속되는 침묵 속에서 보는 사람의 간을 졸아들게 만드는 긴장과 서스펜스 가득한 이색적인 공포 스릴러로 배우인 존 크래신스키가 감독하고 주연도 했는데 크래신스키의 상대역으로는 그의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가 나온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을 잡아먹는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황폐화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부부가 두 남매를 키우면서 생존 방식을 교육시키는 드라마에 괴물의 피비린 내나는 공격과 이에 맞서는 겁에 질려 초죽음이 된 가족의 액션을 혼성한 공포물이다.
괴물들은 생긴 것이 에일리언과 바퀴벌레와 거미 그리고 영화 ‘공포의 작은 가게’에 나오는 인간을 잡아먹는 식물을 조합해 만든 것 같은 갑각류인데 보지는 못 하나 작은 소리마저 잡아낼 수 있는 뛰어난 청각을 지녀 영화의 가족들은 소리를 내 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의 많은 부분이 무성으로 진행되면서 공포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데 이런 공포감을 마르코 벨트라미의 으스스한 음악이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괴물들의 끔찍한 모습과 그들의 가차 없는 공격과 함께 공포감 조성이 때로 자주 반복되고 과장돼 웃음마저 나오는데 사람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음향효과와 장면들이 과용되면서 작품의 질을 떨어트린다.
‘89일 째’라는 문자로 시작되는 첫 부분에서 작품의 공포 분위기가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든 부분이다. 뉴욕 주 북부의 폐허가 된 한 작은 마을의 약국을 겸한 가게에서 부부 리(크래신스키)와 이블린(블런트) 그리고 이들의 세 남매로 10대인 외동딸 리간(밀리센트 시몬즈)과 어린 장남 마커스(노아 주프) 그리고 둘째 아들 보 등이 약품과 생필품 등을 수거한다.
이들은 모두 소리를 죽이기 위해 맨발인데 리간이 청각장애자여서 모두들 수화로 대화를 나눈다(시몬즈는 실제로 청각장애자이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보가 가게에서 들고 온 장난감 우주선이 소리를 내면서 괴물의 습격을 받고 보가 죽는다. 이 아이의 죽음이 그 후 가족을 슬픔과 회한으로 짓 내리 누른다.
가족은 농가의 지하에서 사는데 리와 이블린은 두 남매에게 끊임없이 생존의 기술을 가르친다. 그리고 리는 모스부호로 다른 나라들에게 구호를 요청한다. 이와 함께 이들 가족의 일상사와 불상사들이 묘사되면서 가끔 이들이 실수로 저지른 소리를 따라 괴물들이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이들을 위협한다.
1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임신한 이블린이 출산하게 되는데 괴물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를 피해 욕조 안에서 아기를 낳는다. 리가 방음 장치가 잘된 지하 방을 따로 마련하긴 했지만 괴물들이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기를 임신한다는 것이야 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 그리고 이 아기가 신통하게도 괴물이 나타날 땐 잘 안 운다.
기족이 뿔뿔이 헤어져 있을 때 괴물들이 이들을 공격하면서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결말이 속편을 예고하듯이 끝난다. 공포영화의 틀 안에 가족애와 가족의 끈질긴 연결을 강조한 작품으로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시몬즈가 인상적이다. PG-13. Paramount.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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