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순종(Thoroughbreds)


어맨다와 릴리(앞)가 릴리의 의붓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의붓아버지 살해 계획하는 두 10대 소녀… 으스스한 분위기 다크 코미디 


사악할 정도로 어둡고 신랄한 범죄 스릴러로 비도덕적인 두 10대 소녀의 성격을 날카롭게 해부한 느와르이자 다크 코미디이기도 한데 거의 공포영화의 분위기마저 지니고 있다. 대사가 날카롭고 산성기가 있는데 연극 극본가 출신의 코리 핀리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인 만큼 영화 내내 거의 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세트 설정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사가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특히 두 소녀 역을 맡은 올리비아 쿡과 아냐 테일러-조이의 연기가 눈부신데 이와 함께 냉기가 감도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대저택 안을 샅샅이 헤집고 다니면서 찍은 촬영 그리고 드문드문 사용되는 음향 효과와 타악기 위주의 불길한 무조적인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두 여자의 한 남자 살해 의도를 그린 점에서 프랑스의 명장 앙리-조르지 클루조의 ‘디아볼리크’를 생각나게 만든다. 영화는 4장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처음에 코네티컷 주의 자기 집 마구간에서 순종 말 앞에 서서 말과 눈싸움을 벌이는 부잣집 딸 여고 3년생 어맨다(쿡)의 모습과 함께 어맨다가 칼을 꺼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반사회적이요 외톨이인 어맨다가 동급생 친구 릴리(테일러-조이)의 대저택을 찾아온다. 둘이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인데 어맨다의 어머니는 외톨이 딸을 위해 릴리에게 돈을 주고 만나라고 부탁했다. 
둘은 이 같은 사실과 진학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에 대해 대화를 하는데 서로를 탐지하는 언어에 독기가 묻었다. 처음부터 순진한 얼굴을 한 두 소녀의 어둡고 비뚤어진 내면이 적나라하게 노출 되는데 사악한 것과 순진한 것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코믹한 분위기를 갖춘다. 
어맨다는 자기는 슬픔이나 기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없다며 눈물도 얼마든지 즉석에서 인위적으로 짜낼 수 있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종의 사이코. 릴리는 어머니가 부자인 마크(폴 스팍스)와 재혼해 호강을 하지만 마크를 증오한다. 어맨다는 계속해 대학에 안 가고 스티브 잡스같이 되겠다고 말하는데 릴리는 마크가 자기를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소녀들이 다니는 대학에 등록시켰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둘은 마크를 살해하기로 합의한다. 이 살인공모에 본의 아니게 끼어든 남자가 성추행 전과자인 마약딜러 팀(안톤 옐친의 유작). 두 소녀가 다소 어리숭한 팀을 범행모의에 가담시키는 과정이 재치가 넘친다. 이런 아이들에게 걸렸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것이다. 물론 영화는 충격적으로 끝이 나는데 후반부가 다소 김이 새지만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타일 좋은 소품이다. R등급.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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