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유해를 둘러싸고 스탈린의 측근 관리들이 서 있다. 오른쪽부터 말렌코프와 흐루시초프. |
스탈린 후계다툼 둘러싼 난장판 그린 정치풍자극
과장되고 요란하며 포복절도할 새카만 정치풍자 영화로 마치 스리 스투지스의 난장판 무대극을 보는 것 같다. 갑자기 스탈린이 죽은 뒤 그의 내부 서클의 고위관리들이 스탈린의 후계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툼을 벌이는 얘기인데 이들의 혼란이 마치 요즘 엉망진창인 트럼프의 참모진의 이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기라성 같은 연기파들인 영국과 미국 베테런 배우들이 나와 꼭두각시들처럼 노는데 이들은 모두 나이 먹은 사람들은 알만한 소련 관리들과 군 장성으로 나온다. 흐루시초프, 베리아, 주코프, 말렌코프, 몰로토프 등이 서로 스탈린이 죽으면서 남겨놓은 무소불능 절대 권력을 자기들도 누려보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데 참으로 가관이다.
1953년 모스크바. 스탈린(에이드리안 러플린)이 참모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한 뒤 이들에게 개인 시사실에서 존 포드가 감독하고 존 웨인이 나온 웨스턴을 강제로 보게 한다. 그리고 비밀경찰 우두머리 베리아(사이먼 러셀)에게는 숙청할 사람 명단을 주고 처치하라고 지시한다.
스탈린은 소련의 네로 황제인데 라디오에서 생중계되는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좋다며 녹음 음반을 가져오라고 지시하는데 아뿔싸 방송 제작자(패디 콘시딘)가 녹음을 안 했으니 이제 그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 그래서 연주가 끝났는데도 그는 피아노 연주자 마리아(올가 쿠리렌코)와 악단 단원들을 못 나가게 하고 이미 떠난 일부 청중 대신 길에서 모아온 농부들을 자리에 앉힌 뒤 같은 곡을 다시 연주시킨다.
그리고 이를 녹음한 음반을 보내는데 이 소포 안에 자기 가족이 스탈린에 의해 처형된 마리아가 스탈린을 저주하는 쪽지를 집어넣는다. 스탈린이 음악을 들으면서 이 쪽지의 내용을 읽다가 충격에 쓰러진다. 여기서부터 스탈린의 내부 서클 고위관리들의 권력 다툼이 일어난다.
일단 스탈린의 자리를 말렌코프(제프리 탬보)가 맡지만 그는 통치자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 진짜 다툼은 진보파인 흐루시초프(스티브 부세미)와 살인마 베리아 사이에 벌어지는데 이들과 다른 관리들이 스탈린의 장례식 문제를 비롯해 통치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이 재미 만점이다. 여기에 스탈린의 딸과 아들(루퍼트 프렌드)까지 끼어들면서 정치 쇼는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흐루시초프는 자기를 미는 군 참모총장 주코프(제이슨 아이작)가 베리아를 제거하는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권좌에 앉는다. 마지막 장면은 흐루시초프가 연주회에 앉아있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의 뒤에서 브레즈네프가 흐루시초프를 째려본다. 연기들이 좋다.
아만도 이아누치 감독. R등급.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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