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널즈가 알마의 몸을 재고 있다. |
디자이너와 뮤즈 둘러싼 삼각관계 예술적 표현
드물게 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의 대표적 인물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감독하고 역시 영화 출연이 뜸한 오스카상 수상자인 연기파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주연한 예술가와 그의 뮤즈에 관한 드라마다. 두 사람은 ‘피를 볼 것이다’(There Will Be Blood·2007)에서도 함께 일했는데 데이-루이스는 ‘팬텀 스레드’를 끝으로 은퇴하고 구두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집념적인 런던의 고급 패션 디자이너와 그의 도도한 누나 그리고 디자이너가 주워오다시피 한 모델의 예술적이요 감정적이며 또한 정신적 충돌을 그린 삼각관계와 함께 창조적인 예술가에 의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하는 여인의 성격 탐구 드라마다.
기술적으로 빈틈이 없고 뛰어난 연기와 함께 눈으로도 볼 것이 많은 화사한 작품인데 극적 강렬함이 모자라는 대신 지나치게 예술적이요 감정적으로 차가운데다 너무 주도면밀해 보면서 뜨거운 마음이 일지 않는다. 생명력이 있다기보다 표본을 보는 것 같아서 화면에 몰입하는 대신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긴 하나 볼 만하다.
1950년대 런던. 항상 말끔한 차림에 성질이 까다로운 레널즈 우드칵(데이-루이스)은 상류사회 층을 위한 고급 패션 디자이너.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듯이 영혼을 쏟아 부어 디자인을 하는 완벽주의자다.
디자인 영감이 안 떠올라 애를 먹던 레널즈는 우연히 시골 식당에 들렀다가 어딘가 신비한 분위기를 지닌 키가 껑충하니 크고 어색한 태도의 웨이트리스 알마(비키 크립스)를 보고 마음이 끌린다. 레널즈가 알마를 저녁에 초대하고 이어 자기 아틀리에에 데려가 여자의 몸에 맞는 이브닝 가운을 제작하면서 둘은 가까워지고 급기야 연인 사이가 된다. 그리고 알마는 거처를 레널즈의 저택으로 옮긴다. 이 집의 안방마님은 레널즈의 파트너이자 살림을 돌보는 독재적이요 오만한 누나 시릴(레즐리 맨빌).
둘 다 독립심이 강하고 도도한 여자들이 한 집에 사니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 게다가 레널즈와 시릴의 관계가 거의 근친상간 적이어서 시릴에게 알마는 눈엣가시. 알마는 처음에 레널즈의 시중이나 들고 마네킨 노릇을 하다가 점차 레널즈의 창작에 깊이 빠져들면서 서서히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둘 사이에 충돌이 일지만 서로는 상대방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알마가 차차 레널즈의 영역에서 위치를 굳혀가면서 그로부터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시릴은 알마와 눈에 안 보이는 치열한 대결을 하고 레널즈에게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나 레널즈는 알마의 편을 든다.
이어 끝 부분에 이르러 다소 활기가 부족하던 영화가 시골 색시 출신으로 런던의 화려한 패션계에 자리를 잡은 알마가 자신의 야망과 정열을 노골화 하면서 극적 흥미를 북돋운다. 데이-루이스는 맡은 역을 집요하게 분석해 완전히 자기 영육의 안으로 이식하는 배우여서 여기서도 경탄할 연기를 보여준다. 그에 못지않은 것이 크립스와 맨빌의 연기다. 세 사람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R.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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