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저녁 식사의 비애트리즈’(Beatriz at Dinner)


비애트리즈(왼쪽)가  부자들의 저녁식사에서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눈에 비친 가진 자의 오만


영적인 영화로 심각한 생각과 느낌에 젖게 된다. 부유한 자들과 없는 자들 간의 차이와 계급간의 갈등과 함께 정치적 사회적 논평을 날카로운 위트를 구사해 표현한 코미디이자 드라마로 얘기가 대부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진행돼 연극 같은 느낌이 든다.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대사들이 있는 시적 분위기마저 지닌 드라마로 논쟁의 두 당사자로 나오는 셀마 하이엑과 존 리트가우의 언어의 대결에서 흐르는 전류가 감각적이다. 둘이 연기도 잘 하는데 특히 하이엑의 코믹하면서도 심오한 연기가 눈부시다.
영화 끝이 거의 초현실적으로 마치 마법적 사실주의 분위기를 지녔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영화다.
집에서 개와 염소를 키우는 마사지사이자 암 환자센터에서 정신적 요법으로 환자를 돌보는 비애트리즈(하이엑)는 치유와 생명을 사랑하고 그 것들에 헌신하는 여자. 비애트리즈가 자기 손님인 엄청나게 부유한 캐시(카니 브리튼)에게 마사지를 해주려고 뉴포트비치에 있는 집에 갔다가 차가 고장이 나자 캐시가 비애트리즈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캐시가 비애트리즈를 이렇게 대접하는 이유는 비애트리즈의 요법 때문에 자기 딸의 암이 치유됐기 때문. 저녁 식사의 손님은 돈이 최고인 부동산업자 재벌 덕(리트가우) 부부와 또 다른 부부. 잘 차려 입은 이들은 모두 거부들로 덕은 처음에 평상복을 입은 비애트리즈를 하녀로 오인한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란 모두 돈에 대한 것. 돈이 된다면 비리도 마다 않는 덕의 오만에 얌전히 앉아 있던 비애트리즈가 반박을 하면서 둘 사이에 적대 의식과 함께 논쟁이 벌어진다.
식사 후 자리를 옮겨 대화가 이어지는데 덕이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사살한 코뿔소 사진을 자랑하자 비애트리즈가 이를 격렬히 비난한다. 비애트리즈의 덕에 대한 증오를 묘사한 상상에 이어 비애트리즈는 토우트럭을 타고 귀가하다 바닷가에 차를 세운다.
트럼프 시대에 잘 맞는 영화로 모두 자기보다 키가 훨씬 큰 물질주의자들 사이에서 입을 다물고 있던 키가 작은 비애트리즈가 틈틈이 이들의 말을 비판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진지하다. 그런데 감독 미구엘 아르테타는 덕을 괴물이라기보다 인간적으로 묘사, 그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도록 처리했다. 랜드마크 등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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