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나의 사촌 레이철’(My Cousin Rachel)


상복을 입은 레이철과 필립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신비의 미망인은 살인자인가 고상한 여인인가


의심과 정열 그리고 죽음과 회한이 뒤엉킨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심리 로맨틱 스릴러이자  복수의 미스터리 드라마로 마치 고전 귀신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시종일관 우아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망인 레이철의 심중 의도를 의심하게 되면서 서스펜스에 긴장하게 되는데 이런 의문은 영화가 끝이 나서도 풀리지 않는다. 과연 레이철은 살인자인가 아니면 순진한 사람인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로맨스영화로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운 폰테인이 주연한 영화 ‘레베카’의 원작 소설을 쓴 영국의 여류작가 대프니 뒤 모리에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소설은 지난 1952년 리처드 버튼(할리웃 데뷔작)과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1830년대 영국의 남부 해변 마을의 대저택에 사는 순진하고 부유한 청년 필립 애슐리(샘 클래플린-마이클 화스벤더를 똑 닮았다)가 자기 보호자이자 사촌인 앰브로즈의 미망인 레이철(레이철 바이스)이 이탈리아에서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앰브로즈는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필립은 앰브로즈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면서 서서히 앰브로즈의 죽음이 병사가 아니라 레이철에 의한 독살이라고 믿게 된다. 편지 속에 앰브로즈가 이를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복수심에 불타는 필립 앞에 검은 상복을 입은 레이철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필립은 대뜸 이 여자의 깊고 고매한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 이어 레이철은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레이철에 매료된 풋내기 필립은 레이철이 마땅히 앰브로즈의 재산을 상속 받아야 된다고 결정하고 모든 재산을 그에게 물려주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필립의 대부(이에인 글렌)와 그의 총명하고 아름다운 딸로 필립을 짝사랑하는 루이즈(할러데이 그레인저)와 필립의 변호사 등이 다 필립의 이런 성급한 조치에 반대를 표명하나 세상물정 모르는 필립은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필립의 이런 호의에 레이철이 감사의 키스를 하면서 키스는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 후 필립은 레이철의 행동에서 다시 수상한 점을 느끼게 되면서 이 여자가 재산을 노린 살인자라고 깊게 의심한다. 그리고 필립은 레이철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끝이 아름답도록 충격적이다.  
기만과 술수와 의문이 기득한 영화로 안에 잠복한 짙은 선정성이 자극적인데 이런 의문과 억제된 성적 매력을 연기파인 바이스(007 대니얼 크레이그의 아내)가 침착하고 어둡고 고혹적으로 표현한다. 성격 드라마이기도 한데 중간 부분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기운이 있지만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로 촬영과 세트와 의상과 음악도 다 좋다. 
로저 미첼 감독(각색 겸).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웨스트우드와 피코).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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