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드는 변을 당한 아내에 대해 보호 본능과 함께 의심마저 품는다. |
연극배우 부부의 갈등… 아내에 대한 보호 의식과 의심
지난 2011년 ‘이혼’(A Separation)에서 균열하는 부부관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란의 아스가르 화라디 감독의 또 하나의 갈등하는 부부관계를 치밀하게 해부한 수작이다.
연극과도 같은 영화로 화라디는 그의 작품들에서 관객에게 뚜렷한 해답을 안 주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 남겨 놓기를 즐겨하는데 갈등하는 인간관계란 것이 그렇게 뚜렷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만큼 이해할만하다. 그래서 더 흥미가 있다.
화라디는 굉장히 치밀한 사람으로 연출과 연기 도출 등이 다 뛰어난데 연극무대 출신이어서 그의 영화들은 연극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잘 만든 영화이긴 하나 화라디의 다른 영화들인 ‘과거’(The Past)와 ‘엘리에 관하여’(About Elly) 등에 비하면 다소 뒤진다.
테란에 사는 인텔리 부부인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라나(타라네 알리두스티)는 파트 타임 연극배우들로 지금 막 붕괴 위험에 있는 아파트에서 옛 거주자가 어질러 놓고 이사 간 아파트로 이사와 어수선한 상태. 둘은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두 주인공 부부 윌리와 린다 로만 역을 맡아 연습 중이다. 에마드는 학교 선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라나가 혼자 집에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나 아파트 문을 열어 주면서 한 남자의 공격을 받아 머리에 상처를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화라디는 라다가 변을 당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드라마를 엮어가도록 인도한다.
이 사실을 안 에마드는 아내에 대한 보호 의식과 함께 상한 자존심에 치를 떨면서 범인을 찾으려고 하나 아내마저 범인의 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해 아마추어 형사 노릇이 뜻대로 안 된다. 따라서 그의 좌절과 분노는 더욱 상승하면서 그 분출구를 아내에 대한 의심과 화풀이에서 찾는다.
두 부부의 관계가 이글어지면서 에마드는 아내에 대해 거의 적의마저 품게 되는데 이 와중에도 라나는 연극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객은 둘이 무대에서 연습을 하면서도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긴장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연극 속의 연극을 보는 셈이다. 서브 플롯이 있으나 중심 플롯에 큰 도움은 못 되고 마지막 부분이 다소 억지스런 데가 있다.
훌륭한 것은 호세이니와 알리두스티의 사실적인 연기. 연기라기보다 진짜로 갈등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성인용. Amazon/Cohen. ★★★1/2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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