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11월 12일 일요일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승객들.  왼쪽이 명탐정 퐈로역의 케네스 브라나.

초호화 캐스팅으로 리메이크한 살인 미스터리극


영국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원작으로 영국의 배우이자 감독인 케네스 브라나가 연출하고 주연도 겸했는데 특급열차가 영화에서처럼 눈사태를 맞아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연출이 지지부진하고 탄력이 없어 초호화 캐스트영화인데도 지루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는 살인 미스터리극이 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지난 1974년 시드니 루멧이 감독하고 알버트 피니, 션 코너리, 로렌 바콜, 리처드 위드마크, 잉그릿 버그만(이 영화로 오스카 조연상 수상), 마이클 요크, 재클린 비셋, 앤소니 퍼킨스 및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이 출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이 영화도 잘 생기긴 했으나 외모만큼 내용이 실하진 못했으나 브라나의 것보단 훨씬 낫다. 
브라나의 영화의 대죄는 앙상블 캐스트의 영화에 미국과 영국의 탑클래스 배우들을 기용하고도 이들을 완전히 버리다시피 한 것이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제 구실을 못하고 마지못해 나왔다는 듯이 어색한데 그에 반해 브라나가 너무 독주를 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운전대만한 콧수염을 하고 나와 심한 프랑스어 액센트를 구사하면서 자주 자기 얼굴을 클로스업으로 과시하고 있다. 브라나가 오버 액팅을 하는 원맨쇼다. 
브라나가 맡은 역은 세기의 명탐정인 벨기에 태생의 에르퀼 퐈로. 퐈로는 하도 유명해 과거 피터 유스티노프, 알버트 피니, 이안 홈 및 오손 웰즈 등도 이 역을 맡았었다. 
영화는 서막식으로 1931년 예루살렘에서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모처럼 휴가를 즐기고 있는 퐈로가 통곡의 벽 앞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을 푸는 얘기다. 이어 런던에서 큰 사건이 발생해 퐈로에게 즉각 귀환해 달라는 전보가 날아든다. 
가장 빨리 돌아갈 수 있는 길이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가는 오리엔트 특급열차. 열차의 사무장이 퐈로의 친구인 북(탐 베이트만)이어서 퐈로는 쉽사리 특급칸을 얻는다. 퐈로의 이웃 승객들은 직업과 국적과 출신 성분이 각기 다른 12명. 
여자 가정교사 메리 데벤햄(데이지 리들리), 집사 베도스(데렉 자코비), 영국인 의사 아부스노트(레즐리 오돔 주니어), 남자 찾느라 혈안이 된 고독한 허바드 부인(미셸 파이퍼), 하녀 출신의 선교사 필라(페넬로피 크루즈), 독일인 교수 게르하르트 하르트만(윌렘 다포), 영국인 노 귀부인(주디 덴치) 그리고 얼굴에 흉한 칼자국이 난 배경이 깨끗하지 못한 미국인 새뮤엘 래쳇(자니 뎁) 및 래쳇의 하인 매퀸(조시 개드) 등. 그런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래쳇이 퐈로에게 자기 신변보호자로 고용하겠다고 제안을 하나 퐈로로부터 거절을 당한다. 
기차가 “칙칙폭폭” 하면서 신나게 달리다가 대형 눈사태를 만나 탈선을 하는데 이어 래쳇이 자기 방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이에 북은 퐈로에게 현지 경찰이 오기 전에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현지 경찰이 알았다간 열차의 명성이 훼손될 것이 두려워서다.
열차의 수리반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퐈로는 수사를 시작하는데 12명이 모두 혐의자다. 여기서부터 브라나가 일인극이다시피하게 혼자서 대사를 외어가면서 독주하는데 그 바람에 다른 배우들은 주눅이 들어 우물쭈물하고 있다. 정차한 기차처럼 영화의 서술과 진행이 올스탑해 긴장감도 서스펜스도 느낄 수가 없고 감정도 결여됐다. PG-13. Fox.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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