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 존슨이 ‘에어포스 원’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36대 대통령 존슨의 정치 전기영화… 우디 해럴슨과 도노반의 연기 볼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허수아비 같은 부통령이었다가 케네디의 사망으로 대통령이 된 뒤 민권법안을 통과시키고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등을 만든 제36대 미국 대통령 린든 베인즈 존슨의 정치 전기영화다.
쇼맨쉽이 강했던 케네디의 후광과 그의 비극적 사망으로 인해 진가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존슨의 개성과 정치적 역량을 새롭게 조명했는데 정통 전기영화의 틀을 답습하고 있지만 흥미 있는 영화다.
존슨으로는 우디 해럴슨이 나오는데 분장을 진하게 했으나 전연 존슨 같지 않다. 그러나 해럴슨이 저속한 상소리를 내뱉으면서 저돌적으로 해내는 연기 하나만으로도 볼만한 영화다. 그와 함께 케네디로 나온 제프리 도노반의 해럴슨과 대조되는 점잖 빼는 차분한 연기 역시 아주 좋다. 그런데 도노반도 전연 케네디 같지 않게 생겼다.
영화는 1963년 케네디가 재키와 함께 달라스를 방문해 오픈카를 타고 시내를 지나가는 장면으로 시작해 모터케이드와 케네디가 오스왈드의 저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이 얘기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식으로 진행된다.
존슨은 여당인 민주당의 상원 대표로 닳고 닳은 정치인. 입이 걸고 직선적이고 실무적이며 목표를 위해선 타협도 마다 않는 남부(텍사스) 토박이로 케네디에 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나 열세다. 그를 자상하게 돌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그의 부인 레이디 버드(제니퍼 제이슨 리). 이어 케네디가 동생 바비(마이클 스탈-데이빗)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존슨에게 부통령직을 제의한다. 남부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존슨은 의원시절의 막강한 권력을 다 잃고 대통령의 들러리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를 극히 싫어하는 바비가 자기 대신 존에 이어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 분명하다고 믿게 되면서 그의 좌절감은 극도로 커진다.
이를 뒤바꿔 놓은 것이 케네디의 죽음. 대통령이 된 존슨은 자기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던 남부출신 의원들을 배신(?)하고 케네디가 추진하던 민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이로 인해 그는 막강한 남부 출신 의원들과 적이 된다. 마지막 장면은 케네디가 시작한 일을 계속하자는 존슨의 상하양원 의회합동연설로 장식되는데 아주 감동적이다. 존슨은 베트남전을 확대하면서 국민의 인기가 떨어지자 1969년까지의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시 한 번 존슨의 인물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볼만한 작품이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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