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 (Call Me by Your Name)

17세 난 소년 엘리오(왼쪽)는 연상의 올리버를 사랑하면서 부쩍 성장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정열적이고 애잔한 ‘금지된 사랑’


아름답고 뜨겁다. 태양열에 구은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과 두 젊은이의 드러난 육체와 그 육체가 율동하면서 벌이는 사랑의 행위 그리고 그들의 준수한 미모와 첫 사랑의 희열과 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별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열정으로 끓는다. 
17세 난 소년이 첫 사랑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어른이 되는 성장기이자 인간의 본능과 내성 그리고 상호관계를 매우 지적이요 감성 깊게 그린 작품이다. 뜨거운 여름 한철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깊이 맺어지는 17세 난 소년과 24세 난 대학원 인턴의 동성애를 훤히 들여다 보여주는 식으로 솔직하게 그렸다. 
두 주인공 역의 잘 생기고 신체 늠름한 아미 해머와 버들가지처럼 간들거리는 육체와 거의 소녀같이 곱게 생긴 총명한 모습의 티모데 샬라메의 화학작용이 절묘하다. 감독은 이탈리아의 루카 과다니노(‘아이 앰 러브‘ ’어 비거 스플래쉬‘)로 그는 이 두 사람 간의 정서적 육체적 로맨스를 매우 상세하고 통찰력 있으며 또 부드럽게 화면에 담고 있다. 원작은 앙드레 아시만의 소설로 과다니노와 제임스 아이보리가 공동으로 각색했다.
이탈리아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골 롬바르디의 고저택에 사는 그레코 로만 조각 전문교수 펄만(마이클 스툴바그)의 집에 미국에서 24세 난 인턴 올리버(31세의 해머가 24세의 인턴 역을 하기엔 좀 늙었다)가 연구차 한 여름 묵기 위해 찾아온다. 펄만은 올리버에게 17세의 갈비씨 책벌레 아들 엘리오의 방을 내주고 엘리오는 자기 방 옆의 창고로 쓰이는 방으로 옮긴다. 
두 방이 바로 붙어 있어서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서로를 엿보게 된다. 이런 설정부터 봐이에리즘의 선정성을 부추긴다. 처음에 엘리오는 이 잘 생긴 미국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몰라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 올리버도 마찬 가지.
둘은 책과 문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동네 고적과 마을 광장과 들과 해변으로 함께 다니면서 서서히 서먹함을 푸는데 두 사람이 모두 간편한 여름 옷 차림인데다가 때로 짧은 수영복만 입어 육체의 자연미가 광채를 발하면서 둘의 성적 욕망을 자극한다. 이런 감춰진 욕망은 두 사람의 응시와 접촉과 표정 그리고 대화 등을 통해 암시된다. 
둘은 마침내 첫 키스에 이어 정열적인 정사를 나누는데 이 장면이 매우 에로틱하고 아름답다. 한편 올리버는 엘리오를 타락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관계에 쉼표를 찍으나 엘리오는 기갈 들린 사람처럼 올리버를 계속해 더 원한다. 그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다. 그리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엘리오의 복숭아 장면이 나온다. 잘 익은 복숭아가 이토록 에로틱한 효과를 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엘리오는 올리버를 사랑함으로써 부쩍 성장하는데 여름이 저물면서 올리버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침묵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긴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별 장면이 애잔하니 아름답다. 
해머가 파격적인 역을 맡아 진지하면서도 민감하고 정감 있는 연기를 잘 하는데 특별히 볼만한 것은 샬라메의 연기다. 별 말 없이 얼굴 표정과 몸동작으로 첫 사랑에 들뜨고 희열하고 아파하는 연기를 깊고 다양하게 연기한다. 그리고 스툴바그의 연기도 훌륭하다. 이와 함께 자연과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광채 나게 찍은 태국 촬영감독 사이욤부 묵데프롬의 촬영도 눈부시다. R등급. Sony Pictures Classics. R.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등 일부지역.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