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탈을 들고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제임스. |
지하벙커서 자란 남자 세상에 나왔는데…
세속의 때에 오염된 우리 모두가 보고 내면을 정화시킬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거의 선험적 경험을 겪게 만드는 아름답고 우습고 통찰력 있는 선한 영화다. 어렸을 때부터 외부와 차단된 지하벙커에서 자란 남자가 뒤늦게 자유를 맞아 사회에 자기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아울러 주변 사람들을 순진무구한 영역으로 안내하는 얘기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제임스는 아기 때 한 부부(마크 해밀과 제인 애담스)에 의해 납치돼 지하벙커에서 자란다. 이들은 지상은 오염됐다며 제임스에게 외부 세상에 대한 공포를 주입시킨다. 제임스는 TV로 사람 크기의 장난감 곰 브릭스비가 쌍둥이 인간 자매와 함께 우주를 위험에서 구하는 싸구려 시리즈를 보면서 자라 이에 중독이 됐는데 이 프로는 자기를 납치한 남자가 만든 것.
제임스(카일 무니)가 어른이 된 뒤 경찰에 의해 구출이 되고 사건 전담형사 보겔(그렉 키니어)은 제임스와 친부모(맷 월시와 미카엘라 왓킨스)와의 재결합을 주선한다. 제임스의 새 사회에의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느라 노력하는 부모와 제임스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 제임스의 고교생 여동생 오브리(라이안 심킨스).
제임스의 새 세상에 대한 적응 노력과 오해와 실수와 좌절의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제임스는 아버지와 함께 영화 구경을 갔다가 누구라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힘을 얻어 자기도 브릭스비 곰을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런 제임스를 돕는 사람이 오브리의 학교 친구 스펜서(호르헤 렌데버그 주니어).
그리고 스펜서가 제임스가 소유한 ‘브릭스비 곰’ 에피소드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이에 힘입어 제임스와 스펜서는 제임스를 납치했던 남자가 쓴 장난감 곰 옷과 소도구를 사용해 영화를 만든다. 제임스의 이런 천진난만한 의도에 점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브리와 보겔까지 전염이 되면서 영화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물론 각본도 제임스가 썼다. 영화가 완성되고 시사회가 열린다.
세상의 때가 아직 하나도 안 묻은 아기의 마음을 지닌 가슴이 뭉클하도록 감동적인 영화로 이 풍진 세상을 분투하면서 사느라 오염된 마음을 돌아다보게 만든다. 제임스가 되고픈 마음이 든다. 무니의 티 없이 순진하고 순수한 연기가 보기 좋다.
데이브 맥케리 감독.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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