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4월 17일 월요일

분노한 자들의 운명(The Fate of the Furious)


마지못해 자기편이 된 돔에게 사이버 테러리스트 사이퍼(오른쪽)가 키스를하고 있다.

최악의 적이 되어버린 돔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


이제 제발 좀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다. 15년 전에 만들어진 ‘분노의 질주’(Fast and Furious) 제 1편이 빅히트하면서 속편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지금 그 일곱 번째 속편이 나왔는데 굉음과 파괴와 자동차들의 스피드가 편을 거듭할수록 자심하기 짝이 없다. 
마치 어디까지 가나 보자면서 터무니없고 환상과도 같은 액션과 소음과 스턴트를 폐기물 덤핑하듯이 쏟아 놓는데 필자는 그런 소음 속에서 졸았다.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모든 것이 지나친 보잘 것 없는 잉여물의 퇴적과도 같은 꼴불견이다. 그러나 빅 히트할 것이다.   
내용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벌린 입이 안 다물어진다. 내용은 액션을 위한 장식에 지나지 않는데 각본이 어린 아이의 작문수준으로 되는대로 썼다. 이런 영화에 샬리즈 테론과 헬렌 미렌과 같은 오스카 수상자들이 나온 것이 불가사의한데 주인공 빈 디즐에 의하면 미렌은 이 시리즈의 팬이라고 한다. 그래서 뒤 늦게 미렌의 역을 삽입했다. 
영화는 쿠바의 하바나에서 시작된다. 돔(디즐)과 그의 일당인 ‘가족’은 이제 뿔뿔이 헤어졌고 돔은 변치 않는 연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스)와 결혼, 하바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곧 이어 하바나의 거리에서 초고속으로 돔이 모는 차가 경주를 벌인다. 차가 온통 불에 타면서도 맹속력으로 질주해 물론 돔이 이긴다. 
이어 돔 앞에 사이퍼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여자(테론)가 나타나 자기가 하는 일에 합류하라고  요구한다. “난 은퇴했다”라는 돔에게 사이퍼가 셀폰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돔의 얼굴이 이글어지고 그는 레티를 버리고 사이퍼와 함께 쿠바를 떠난다. 
사이퍼는 무정부주의자 사이버 테러리스트로 가공할 무기로 세계를 초토화 하려고 벼르고 있는데 무기 탈취를 위해 돔을 억지 춘향 격으로 자기에게 합류케 한 것. 그러나 돔이 사이퍼의 편이 되면서 그는 레티를 비롯한 왕년의 ‘가족’의 배신자가 된다. 나머지 ‘가족’이란 코미디언 같은 ‘레이디즈 맨’ 로만(타이리스 깁슨)과 테크니션 테지(크리스 ‘루다크리스’ 브리지스) 등 전편들에 나온 서너 명.
사이퍼를 잡기 위해 정부요원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가 신참으로 엉성한 에릭(스캇 이스트우드-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을 데리고 교도소에 수감된 전직 특수요원 홉스(드웨인 잔슨)를 찾아와 협조를 요구한다. 그런데 같은 교도소에는 홉스가 집어넣은 입 건 암살자 데카드 원수는 외다리에서 만났다고 돔과 데카드가 서로 말로 티격태격하다가 육박전을 벌이는데 둘의 이런 앙앙불락이 시끄러워 골치 아픈 영화에 재미를 제공한다. 액션신이 장관인 홉스와 데카드의 교도소 탈출에 이어 ‘가족’도 이들과 합류해 배신자 돔과 사이퍼를 쫓으면서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뉴욕 맨해탄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과 북극 바렌츠해 얼음 벌판 위에서의 추격전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비디오게임이요 만화로 높은 주차장에서 수십대의 동차들이 길바닥으로 떨어지고 로만은 얼음판 위에서 자동차 문짝에 매달려 아이스 서핑을 한다.
사이퍼의 초고성능 비행기 안에서 사이퍼와 그의 졸개들과 데카드 간에 총격전과 육박전이 벌어지는데 데카드는 아기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살인을 한다. 주윤발의 ‘하드-보일드’를 흉내 냈다. 미렌은 스테이담의 어머니로 나와 아들의 따귀를 때린다. 
디즐을 비롯한 제작자들은 이 영화가 시리즈 마지막이라고 말하지만 또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이 난다. 갓 세이브 미! F. 게리 그레이 감독. PG-13.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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