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3월 6일 월요일

유언(The Last Word)


해리엣이 고독을 술로 달래고 있다.

81세 고약한 이혼녀… 뒤늦게 인생의 교훈 배워


8순의 베테런 스타 셜리 매클레인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춤까지 추면서 스크린을 종횡무진으로 휩쓸고 다니는 원 우먼 쇼와도 같은 달곰씁쓸한 코미디 드라마다. 얘기가 너무 틀에 박힌 대로 엮어진 대다 과다하게 감상적인 것이 흠이긴 하나 매클레인의 의기양양한 연기 하나만 봐도 즐길 수 있는 매클레인에게 보내는 찬사다.
올드 팬들을 위한 영화인데 한 여자가 드래곤 레이디에서 뒤 늦게 인생의 교훈을 배워 가슴이 넉넉해지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얘기를 인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렇게 내면적으로 가슴이 넉넉해지면서 동시에 실제 심장도 과다하게 커져 비로소 새 인생을 값지게 살아보려는 순간 의사로부터 슬픈 진단을 받는다. 
LA인근 허구의 마을 브리스톨에서 혼자 사는 81세난 해리엣 롤러(매클레인)는 심술꾸러기요 허영에 찼으며 퉁명스럽고 남 알기를 신발털이 깔개 정도로 아는 고약한 이혼녀다. 티 없이 깨끗한 큰 집에서 혼자 사는 해리엣은 고독을 달래기 위해 포도주를 상음하는데 어느 날 수면제에 포도주를 섞어 먹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녀가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리엣은 동네신문 브리스톨 가젯의 부음을 읽다가 문득 자기가 죽으면 어떻게 보도될 것인가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래서 자기가 알기엔 모두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도 생전 훌륭하고 좋은 일을 한 사람으로 부음기사를 쓰는 신문의 여기자 앤(아만다 사이프리드)을 찾아가 자기 부음기사를 위한 참고로 자기를 아는 100명의 이름을 주면서 기사 준비를 시킨다. 
그러나 앤이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해리엣에 관해 물어보니 모두 독한 소리만 한다. 심지어 동네 신부마저 해리엣을 증오한다고 고백한다. 해리엣에 대해 관용적인 유일한 사람이 그녀의 전 남편 에드워드(필립 베이커 홀). 
해리엣은 이제부터 좋은 일을 하겠다며 팔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선다. 달동네의 9세난 당돌한 흑인소녀 브렌다(앤 주얼 리)의 후견인이 되고 관계가 소원했던 딸 엘리자베스(앤 헤시)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동네 라디오 방송국에서 옛 록뮤직을 트는 D.J. 까지 하면서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서의 재생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앤이 엘리자베스를 대신한 딸처럼 된다. 마크 펠링턴 감독. R. Bleecker Street.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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