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 레이(왼쪽)가 두란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4체급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 로베르토 두란 전기영화
권투영화인데 강펀치가 없다. 50년간의 선수생활을 통해 라이트급을 비롯해 미들급에 이르기까지 무려 4체급의 세계 챔피언을 차지했던 ‘돌주먹’이라는 별명의 파나마 권투선수 로베르토 두란(65)의 전기영화다.
주인공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주먹 하나로 역경을 극복하고 국민의 영웅이 되는 피와 땀의 승전보 그리고 승리에 도취한 방종과 몰락과 재기 및 로맨스 등 전기영화의 정석적인 궤도를 그대로 따라간 평범한 작품으로 강렬한 극적 높낮이가 결여됐으나 충분히 보고 즐길 만하다. 극적인 드라마로서 헤비급이 못 되고 라이트급에 그쳐 유감이지만.
영화는 특히 성질이 불같고 오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두란과 그를 챔피언으로 만들어준 전설적 코치 레이 아르셀(로버트 드 니로)과의 관계를 뚜렷이 부각시키는데 레이는 두란에게 ‘전략’을 강조하면서 침착성을 챙겨주는 코치이자 정으로 그를 감싸 안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드니로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가 나온 역시 권투선수 전기영화인 ‘성난 황소’(Raging Bull)가 생각난다. ‘돌주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성난 황소’가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가를 확인케 된다.
미국이 파나마운하를 관리하던 1970년대. 달동네서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두란은 불량소년. 그의 미국인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을 버렸다. 영화는 제국주의적 미국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묘사했다. 감독이 베네수엘라 태생의 조나산 자쿠보위즈여서 그럴까.
청년 두란(에드가 라미레스)은 가난하고 문맹이지만 콧대 하나는 높아 아름다운 고교 여학생 펠리시다드(아나 데 아르마스가 불덩이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구애를 하는데 만난지 30초만에 구혼하는 열혈한이다. 펠리시아드는 후에 두란의 아내가 되고 아이 여럿을 본 둘은 지금도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두란의 주먹실력을 먼저 간파한 사람은 파나마의 갑부로 두란의 매니저가 된 칼로스 엘레타(루벤 블라데스). 그러나 두란을 무려 18차례나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어준 사람은 72세에 처음 두란을 만난 레이다. 레이는 두란의 안에 가둔 굶주린 분노와 이를 분출할 주먹질을 잘 배합할 줄 안 뛰어난 트레이너. 두란과 레이의 콤비에 의해 두란은 연전연승을 하나 뉴욕 마피아(존 투투로가 조용하게 겁주는 연기를 잘 한다)가 개입하면서 레이는 트레이너직을 떠난다.
촬영이 훌륭하고 액션도 박진한 권투장면 중에서 볼만한 것은 두란과 슈가 레이 레너드(팝스타 어셔)의 대결. 레너드가 생애 처음으로 패한 경기다. 승리감에 취한 두란은 먹고 마시면서 방종한 생활을 하는데 엘레타가 미국인 흥행사 단 킹과 두 사람의 재대결을 5개월 후로 잡으면서 체중이 40파운드나 증가한 두란은 몰락한다. 1980년 11월25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란은 느닷없이 도중에 경기를 포기한다. 둘은 지금도 친구지간이다.
벗겨진 머리에 주름이 진 얼굴을 한 드 니로의 차분한 연기가 돋보이고 라미레스(TV 드라마 ‘칼로스’)의 연기도 강렬하다. 그러나 영화는 전반적으로 더러 허점이 있고 다소 절름거리는 연출로 매끈하게 흐르지를 못한다. PG-13. Weinstein.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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