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8월 30일 화요일

‘스파 나잇’의 앤드루 안




26일 개봉되는 ‘스파 나잇’(Spa Night-‘위크엔드’판 영화평 참조)에서 코리아타운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 확인과 함께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18세난 데이빗 조(조 서)의 삶을 통해 이민가족의 꿈과 현실과 좌절을 차분하게 사실적으로 그린 앤드루 안(30·한국명 안기철·사진)을 최근 타운 내 한 식당에서 만났다. 어릴 때 주말 한글학교를 다녀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는 앤드루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 영화에 대해 “내 영화는 무엇보다 가족 간의 사랑에 관한 것으로 각본을 쓸 때부터 그런 의도에서 썼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화의 상세한 면을 빼고는 대부분 내 경험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처럼 영화가 매우 솔직하다.
앤드루는 인터뷰 내내 부모 자랑과 함께 그들이 자기에게 베푼 사랑에 대한 보답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부모를 돕고 싶다고 거듭 말했는데 동성애자인 자기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준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히 느껴졌다.
2011년 선댄스 영화제서 단편 ‘돌’(첫 생일)로 호평을 받은 앤드루의 첫 장편인 ‘스파 나잇’도 선댄스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졌는데 앤드루는 “내 영화를 포함한 독립영화는 미국의 다양한 경험을 반영하는 문화적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루는 LA 인근 토랜스에서 성장했는데 타운서 한의원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비즈니스 컨설던트인 어머니도 전형적인 한국인 부모여서 처음에는 자기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이젠 영화인이 된 것에 만족한다고. 자기 어머니도 데이빗의 어머니처럼 교회엘 나가는데 앤드루는 “부모님은 날 미 동부 뉴햄프셔에 있는 사립 중·고둥학교에 보낼 정도로 사랑했다”고 또 부모 자랑을 했다.
앤드루는 올 초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 나갔을 때 처음엔 어떤 반응을 받을지 몰라 너무나 겁이 났다면서 그러나 조 서가 주연상을 받고 영화가 호평을 받으면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로 앤드루의 실력이 널리 알려져 그는 최근 굴지의 연예대행업체인 ICM과 계약을 맺었다. 다음 작품에 대해 물으니 ‘스파 나잇’보다는 규모가 큰 한국인 작가의 글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들 예정이라고만 알려줬다.
영화 제목처럼 스파는 코리아타운의 상징물이 되다시피 했다고 말하는 앤드루는 자기도 타운 내 스파를 종종 찾는다면서 영화에서처럼 아버지와 함께 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영화는 자기가 부모와 함께 겪은 문화적 의식이요 가족의 전통을 묘사한 것이라면서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 있어 나이 먹은 어른들이 다소 불편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영화는 모든 우리 이민가족의 실상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인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들은 서브타이틀을 빼고 보면 더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파 나잇’은 지난 4월에 열린 전주영화제에서도 호응을 받았는데 8세 때 처음 한국을 방문한 앤드루의 22년만의 재방문이었다. 감동적인 방문으로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한다. 선댄스의 후원과 푼돈을 모아 만든 ‘스파 나잇’에서 데이빗의 부모 역을 맡은 두 배우는 한국 배우들. 앤드루의 열성과 진지성을 깨달아 조연호씨(아버지 역)와 김혜리(어머니 역)씨가 선선히 출연에 응해 LA까지 왔다. 모은 돈은 몽땅 제작비에 투입해 앤드루는 연출료는 고사하고 수중에 단 1페니도 지닌 것이 없다고 한다.
자신도 언젠가 가족을 갖고 싶다면서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 앤드루는 한국서 자란 한국 젊은이들보다 더 한국적이다. 소주를 마실 때 잔을 들고 얼굴을 옆으로 돌린채 마시기에 내가 “거 참 보기 드문 모습이네”라고 말했더니 앤드루는 “지금도 부모 앞에서 술 마시기가 매우 어렵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 역을 고르는데 무려 1년 이상이 걸렸는데 응모자 중에는 이름을 들면 알만한 한국계 배우도 있었지만 조 서를 보자마자 바로 ‘이 사람이다’하고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스포츠광인 조 서가 영화 촬영기간에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 그의 조깅장면 중 일부는 대역을 써야 했다.      
보수적인 한국인 사회에서 게이라는 정체를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아는 앤드루는 그래서 영화에서 ‘한국인+게이’라는 두 가지의 정체를 결합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묘사하려고 했다. 영화는 또 다분히 감정적이다. 앤드루는 특히 데이빗이 술에 취해 리빙룸 바닥에 누워 자는 아버지의 입에 물린 이쑤시개를 빼내는 장면이 마음에 간다고 말했는데 부자 간의 애정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묘사한 부분이다.
한국인 감독으로는 이창동과 홍상수를 좋아한다는 앤드루는 브라운대에 이어 칼아츠에서 영화감독 석사학위를 받았고 선댄스랩에서 각본 수련을 받았다. 인터뷰 후 “좋은 앞날을 빈다”고 말하니 앤드루는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댕큐 베리 머치”라며 미소를 지었다.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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