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6일 화요일

딩스 투 컴(Things to Come)


 나탈리(왼쪽)와 화비앙이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평화롭던 삶이…“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야”


프랑스의 뛰어난 연기파 이자벨 위페르가 50대의 파리 대학의 철학교수로 나와 느닷없이 동료 철학교수인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뒤 겪는 삶의 변화를 매우 사실적이요 통찰하면서 여유롭게 그린 좋은 드라마다. 위페르가 마치 자기 얘기 하듯 편안하게 연기를 하는데 그의 연기가 대담무쌍한 다른 영화 ‘엘르’가 현재 상영 중이다.
시간의 흐름과 나이 먹음에 관한 영화로 그 것이 좋든 싫든 개인의 경험하는 일상사와 상관없이 삶은 계속된다는 말인데 위페르가 비록 자기 삶이 엉망이 되었지만 고집 세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 삶을 이어가는 뚝심 있는 여인의 모습을 거의 능청맞을 정도로 유연하게 연기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으나 실은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매일의 얘기로 지적이요 희롱하듯 하며 또 날카로운 위트가 있는 진짜 어른들의 영화다.
남편 하인즈(앙드레 마르콩)와 25년째 무난히 잘 살고 있는 나탈리(위페르)는 책 속에 파묻혀 살면서 학생들 가르치는데서 행복감을 얻는다. 삶과 일에 대해 모두 사실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다. 그가 철학교수여서 영화에 파스칼이니 루소의 말들이 자주 나온다.
어느 날 하인즈가 나탈리에게 자기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서 이별 선언을 한다. 그리고 많은 책을 가지고 집을 나간다. 청천벽력을 맞은 나탈리는 어안이 벙벙해 처음에는 매우 당황하는데 울다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는 격심한 감정적 몸살을 앓는다.
여기다 한 술 더 떠 치매에 걸린 나탈리의 어머니 이벳(에디트 스콥)이 밤낮으로 전화를 걸어대 몸살인 날 지경이다. 프랑스의 여류 감독 미아 한센-러브는 나탈리의 이런 불운한 일상을 무겁지 않고 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야라는 식으로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또 가볍게 그려 마음에 와 닿는다.
삶이 왕창 엎질러진 나탈 리가 위안을 찾는 것이 자신의 전 제자로 학업을 중단하고 시골에서 집단을 이뤄 사는 지적인 무정부주의자들과 합류한 잘 생긴 화비앙(로망 콜링카). 나탈리가 고립되면 고립될수록 그는 화비앙에게 더 끌려들어 나탈리는 마침내 화비앙이 사는 시골을 찾아간다. 영화의 후반부는 충격을 받은 나탈리의 회복과정을 그렸는데 전반에 비해 다소 처진다. 화비앙의 인물 개발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치 못해 나탈리의 그에 대한 관심에도 잘 수긍이 안 된다. 촬영이 따스하고 아름답다. PG-13.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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