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을 사랑으로 이긴 리처드와 밀드레드가 포옹하고 있다. |
백인 남편 리처드와 흑인 아내 밀드레드의 사랑
지극히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성을 가진 백인 리처드(조엘 에저턴)와 그의 흑인 아내 밀드레드(루스 네가) 러빙의 극심한 인종차별을 극복한 사랑의 승리담으로 매우 감동적이다. 아직도 ‘흑인들의 생명도 중요하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해야 하는 요즘 시의에도 맞는 실화로 제프 니콜스 감독의 사랑과 이해와 연민의 마음이 차분히 고인 연출이 돋보인다.
1958년 타인종 간의 결혼이 금지된 버지니아주에 사는 벽돌공 리처드와 그의 연인 밀드레드는 워싱턴 DC에 가서 결혼했다가 주법 위반죄로 1년 실형을 선고 받는다. 판사는 실형 대신 둘이 타주로 이사, 25년 동안 버지니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내린다. 이에 둘은 자녀들과 함께 DC로 이사해 사나 특히 밀드레드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몹시 그리워한다.
그리고 둘은 1964년 몰래 버지니아로 숨어들어 외딴 곳에서 사는데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이 때 현명한 밀드레드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편지로 써 보낸다. 케네디가 이를 미 민권자유연맹(ACLU)에 넘기면서 긴 법정투쟁이 이어지고 1967년 연방 대법원은 타인종 간의 결혼을 합법이라고 판결한다.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은 이들의 삶을 취재하러 온 라이프지의 사진기자 그레이 빌렛(마이클 섀넌)이 지켜보는 가운데 카우치에서 밀드레드의 무릎을 베고 누운 리처드와 밀드레드가 TV의 ‘앤디 그리피스 쇼’를 보면서 소리를 내 웃는 모습. 이를 빌렛이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찍는다.
리처드는 민권운동보다는 오직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데 충실한 남편인 반면 불의에 맞서는 것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외유내강의 밀드레드. 이런 두 사람의 모습과 내면을 에저턴과 네가(에티오피아 아버지와 아일랜드 어머니의 혼혈)가 조용하면서도 다부지게 연기한다. 아름다운 연기다.
심한 역경 속에서도 오직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려고 애를 쓰는 부부의 사랑의 얘기가 절제된 연출력에 의해 매우 가깝고 단순하며 또 상냥하게 그려졌다. 옛날 얘기가 아니라 요즘 얘기처럼 밀접한 사실감이 있는 작품으로 따뜻한 훈기가 내면의 피부를 어루만지는 듯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PG-13. Focus.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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