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G와 소피가 꿈을 채취하러 가고 있다. |
꿈과 환상과 모험과 유머가 가득한 동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고 아늑하며 또 다정한 온 가족용 동화로 원작은 롤드 달의 1982년작 동화. ‘E.T.’에서 알 수 있듯이 스필버그는 영원한 동심의 소유자다. 필자는 오래 전에 스필버그에게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다. “당신의 동심은 어디서 오는가.” 그는 이에 대해 “그것은 나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꿈과 환상과 모험과 유머가 가득한 쾌적한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스필버그의 동심에 사로잡혀 영화를 보면서 서슴없이 아이가 되어 즐겼다. 아이 같은 마음이 얼마나 흐뭇한 지를 되새기게 해주는 고마운 영화다.
실사영화와 컴퓨터로 인물을 확대해 만든 애니메이션이 함께 있는 작품으로 변덕스럽고 장난기 있으며 또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상냥한 영화로 각본은 지난해에 작고한 멜리사 매티슨(‘E.T.’의 각본도 쓴 매티슨은 해리슨 포드의 전처)이 썼다. 이 영화에서 ‘E.T.’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주인공은 ‘니콜라스 니클비’를 읽기 좋아하는 런던 고아원의 귀엽고 조숙한 고아소녀 소피(루비 반힐이 아주 잘 한다). 어느 날 꼬부랑 할아버지 같이 생긴 거인(마크 라일런스-올해 ‘스파이들의 다리’로 오스카 조연상)이 나타나 소피를 납치해 가면서 소피의 모험이 시작된다. 소피는 처음에 거인이 자기를 프라이팬에 올려놓았을 때만해도 자신이 거인의 밥이 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거인은 베지테리언으로 친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소피는 거인을 BFG(크고 친절한 거인)라고 부른다.
BFG가 사는 나라는 거인들의 나라로 거인들 중에서 가장 작은 BFG는 자기보다 엄청나게 크고 성질 고약하고 식인을 즐기는 다른 거인들(그 중 하나는 빌 헤이더의 음성)로부터 시달림을 받는다. BFG의 하는 일은 채로 꿈을 채취해 병 속에 담았다가(총천연색 꿈들이 마구 움직인다) 큰 나팔을 이용해 잠자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어 넣는 것.
소피와 BFG는 친구가 돼 함께 꿈을 채취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즐겁게 사는데 BFG는 배운 것이 없어 말과 단어가 미숙하다. “아이 이즈, 유 이즈“하는가 하면 ‘마제스티’를 마제스터‘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라일런스의 음성과 어조는 마치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소피는 다른 거인들로부터 시달림을 받는 BFG를 보다 못해 머리를 짜 계획을 마련한다. 여왕(페넬로피 윌튼)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우스운 부분이 BFG가 버킹엄궁에서 여왕을 만나는 장면. BFG가 좋아하는 푸른색의 음료수를 마신 여왕을 비롯해 여왕의 부름을 받은 각 군 고위 장성들이 방귀를 뀌는 모습이 배꼽을 빼게 한다. 그리고 여왕의 명령에 나쁜 거인들을 절해고도로 이주시키기 위해 군대가 거인의 나라로 출동한다.
영화가 이토록 정답고 가깝게 느껴지며 또 순진한 이유 중 하나는 라일런스의 음성과 슬프면서도 따스한 눈의 연기 탓이다. 마음을 포근케 해주는 연기다. PG.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