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왼쪽)가 고향을 떠나는 리앙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
현대 중국사회를 향한 지아 장케 감독의 메시지
급속히 자본주의화 하는 중국사회의 신흥 부르주아와 이런 흐름에 뒤떨어진 서민층의 문제와 함께 이들의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의 혼란 등을 끊임없이 다루는 중국의 지아 장케 감독의 작품으로 이런 변화가 몰고 오는 상실과 후회를 매우 감정적이요 아름답고 또 사실적이며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해 2014년과 2025년의 시간대를 통과하면서 부의 추구와 삼각관계와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이민과 부자간의 문화와 세대갈등 등을 상세하게 다룬 멜로드라마로 전반적으로 슬픈 분위기를 지녔지만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결론을 맺는다. 연기와 중국의 팝송을 많이 쓴 음악 그리고 촬영 등이 다 좋은 영화로 한국 사람들에겐 남의 얘기 같지가 않을 것이다.
1999년 신년 전날 중국 북부의 휀양(감독의 고향). 교사인 아름답고 독립심 강한 20대의 타오(감독의 부인 자오 타오)는 함께 자란 두 남자 리앙지(리앙 진 동)와 진쉥(장 이)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과묵한 리앙지는 탄광에서 일하고 주유소를 가진 저돌적인 진쉥은 자동차와 현찰을 지닌 금전만능형.
그런데 타오가 진쉥을 선택하면서 리앙지는 고향을 떠나는데 그와 타오의 이별 장면이 고요하게 가슴을 아픔과 슬픔으로 적신다. 진쉥과 타오는 결혼하고 진쉥은 갓난 아들 이름을 달러라고 짓는다. 상영시간이 50분 정도 지나고 2014년이 되면서 메인타이틀이 나온다. 리앙지는 타향에서 결혼해 아들을 보나 탄광에서 일하다가 암에 걸려 죽으려고 귀향한다.
타오는 이혼해 혼자 주유소를 경영하면서 넉넉하게 사는데 7세난 아들은 상하이에서 이름도 피터로 바꾼 투자가 아버지와 함께 산다. 타오는 아들이 자기보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 멀리서 그리워만 한다.
한편 리앙지와 타오는 리앙지의 아내의 주선으로 재회를 하는데 이 장면 역시 고즈넉하게 곱고 슬프다. 그리고 타오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달러가 장례식에 참석한다. 타오는 며칠 자기와 함께 있던 달러와 같이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가는 비행장까지 가는데 이 과정에서 그간 소원했던 모자관계가 소생한다.
2025년. 달러는 아버지와 함께 호주에서 산다. 정체성과 문화갈등에 시달리는 18세의 달러(동 지지안)는 정신적으로 파산한 아버지와 격한 대결을 벌인다. 이를 위로하는 여자가 달러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여선생 미아(실비아 챙)로 미아는 달러에게 타오의 대리모 격. 끝 부분은 나이 먹고 혼자 사는 타오의 집으로 돌아오는데 눈 오는 벌판에서 타오가 미소를 지으면서 혼자 춤을 추는 라스트신에서 모든 갈등과 그리움과 상실과 고독과 후회가 아름다운 타협을 맺는다. 자오 타오의 연기가 빛이 난다. 성인용. 일부 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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