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크가 십자가를 들고 화형장에 오르고 있다. |
프랑스 가톨릭 신부들의 잔 다크 재판 재구성
덴마크의 칼 데오도어가 감독하고 연극배우 르네 잔 팔코네티가 잔 다크로 나오는 1928년 작 무성영화로 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오를레앙의 처녀’ 잔 다크(1412~1431)에 대한 프랑스 가톨릭 신부들의 마녀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재판과정과 화형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는데 데오도어의 연출과 팔코네티의 연기 그리고 후에 할리웃으로 건너와 감독이 된 루돌프 마테의 촬영이 획기적이요 경이롭다.
특히 고뇌하는 잔 다크의 얼굴이 자주 크게 클로스업으로 화면을 가득 메우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무식한 촌색시 성녀의 고뇌를 함께 느끼도록 한다. 마테는 잔 다크와 그를 심문하는 신부들의 얼굴과 머리뿐 아니라 이들의 육체에 가깝게 접근해 우리로 하여금 그들과 함께 있는 현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마테의 촬영은 투명하면서 간결하고 또 솔직한데 이와 함께 재판이 열리는 수도원의 흰 외부 내부를 비롯해 장식 없는 무대를 꾸며 잔 다크와 신부들 간의 치열한 영적 대결을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화면구성이 과감한 영화로 인물들이 말을 하는 입술의 움직임과 제스처가 마치 무대의 무언극을 보는 느낌을 주는데 진행이 매우 느리다. 따라서 순간순간이 고뇌로 연결되면서 서서히 감정의 결을 축적하다가 이것은 마지막에 깊은 감동으로 승화된다.
대담무쌍한 영적 드라마로 팔코네티의 체념과 고뇌와 불굴의 정신 그리고 자비로운 부드러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떠도는 얼굴 표정은 한 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는 팔코네티의 유일한 주연 영화다. 그런데 드라이어는 배우들의 화장을 허락하지 않고 조명을 사용해 그 모습들을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 중인 1431년 영국군에게 포로가 된 잔 다크가 루앙으로 호송돼 영국에 충성하는 프랑스 로마 가톨릭 신부들에 의해 종교재판을 받는다. 신부들은 신의 소명을 받아 영국군을 물리치기 위해 출전했다는 잔 다크의 믿음을 꺾으려고 하나 잔 다크는 이에 굴복치 않고 결국 화형 당한다.
이 영화가 영국의 남성 5인조 중창단 올란도 콘소트의 무반주 노래와 함께 16일 하오 8시 코스타메사의 시거스트롬 콘서트홀(615 Town Center Dr.)에서 상영된다. 중창단의 노래는 잔 다크 시대에 작곡된 중세 노래다. (949)553-2422, (714)556-2787.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