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항해사 오웬이 고래를 향해 작살을 던질 채비를 하고 있다. |
‘모비 딕’ 실화 에섹스호… 생존 선원들의 사투
고래사냥 이야기인데 참치사냥 이야기로 줄어들었다. 큰 스케일의 해양 모험영화로 액션과 생존투쟁이 치열한 내용인데도 영화가 박력과 역동성과 내적 폭이 넉넉지를 못해 스릴이나 흥분감이 간 곳이 없다. 연말 대목을 노리고 워너 브라더스(WB)가 장에 내놓았으나 별로 손님이 들 것 같지가 않다.
튼튼하게 영화를 만드는 론 하워드가 감독했지만 연출력이 어중간한데 그 외에도 연기와 촬영과 특수효과(특수효과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이 썼다) 및 음악 등이 전부 중간급을 넘지 못한다. 내용에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다.
나사니엘 필브릭이 쓴 논픽션이 원작인데 실제로 19세기 초에 있었던 포경선 에섹스호의 침몰과 구명보트를 탄 생존 선원들의 장기간에 걸친 표류와 생존투쟁을 그렸다. 이 사건은 후에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 딕’(Moby Dick)의 모델이 된다.
영화는 1850년 젊은 멜빌(벤 위셔)이 에섹스호의 생존자 중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탐 닉커슨(브렌단 글리슨)을 찾아와 그의 경험을 소설로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회상식으로 전개된다.
1820년 고래사냥의 수도인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 정박한 에섹스호는 수리를 마치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 이 배의 새 선장으로는 경험이 많고 고집 센 1등 항해사 오웬 체이스(크리스 헴스워드-덩지는 큰데 연기력은 그에 못 미친다)가 임명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선주의 아들로 항해 경험도 없는 조지 폴래드(벤자민 워커)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오웬과 조지의 갈등은 명약관화하다.
에섹스호는 남대서양으로 항해, 고래를 잡아 기름을 채취하는데 고래사냥의 큰 목적은 이 기름 채취로 에섹스호는 2,000파운드의 기름이 목표량이다. 인간 드라마 티를 내려고 오웬과 조지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데 조지는 배에 문제가 생기자 귀항을 주장하나 오웬은 이에 반대한다. 여하튼 에섹스호는 항해를 계속해 케이프혼을 돌아 태평양으로 나아간다.
에콰도르에 정박한 에섹스호의 선원들은 포경선을 침몰시킨 ‘악마 고래’와 그 고래 주변에 수많은 다른 고래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남태평양으로 진출한다. 고향을 떠난 지 1년만이다. 그리고 마침내 에섹스호 만큼이나 거대한 회색과 백색의 바다의 야수를 만나다. 이 고래는 첫 인사로 자기를 잡으러 모선에서 내려온 보트를 꼬리로 쳐 박살을 낸다.
이어 고래는 에섹스호를 머리로 박고 꼬리로 내려쳐 침몰시키고 오웬과 조지와 탐 등 생존 선원들은 구명정을 타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선원의 인육을 먹는다. 그런데 복수심에 불 탄 고래가 계속해 표류하는 보트를 따라온다. 고래가 사람 잡네! 카리스마 있는 그레고리 펙이 나온 ‘백경’의 무게와 엄숙함이 아쉽다. PG-13.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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