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의 정체를 캐기 위해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온 본드가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
어디서 한번쯤 봤다싶은 액션의 홍수
007 시리즈 24번째로 신선한 소재가 떨어졌는지 독창성과 깊은 감정적 분위기가 부족한 평범한 액션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액션은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많지만 플롯이 산만하고 영특하지 못한 데다가 본드 영화의 중요한 요소인 본드걸과 본드 빌런의 배역 선정이 잘못돼 영화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킨다.
본드 영화의 근본 골격인 월터 PPK 총을 차고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는(셰이큰 낫 스터드) 본드와 본드 걸과의 정사 그리고 본드 빌런과 Q(벤 위셔-멋이 없다)가 제조한 각종 신병기와 애스턴 마틴 자동차를 비롯해 본드 빌런에게 붙잡힌 본드가 죽을 고생을 하다가 탈출해 적을 일망타진하고 본드걸과 함께 떠나는 순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같은 얘기를 계속해 보고 듣자니 이젠 식상하다.
영화에서 가장 박진한 액션이 있는 멕시코시티의 ‘사자의 날’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전편 ‘스카이폴’에서 사망한 자신의 상관 M(주디 덴치)이 남긴 지령에 따라 교활하고 사악한 프란츠 오버하우저(크리스토프 월츠-카리스마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가 두목인 테러집단 스펙터의 하수인 중 하나인 스키아카라를 처치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인파로 운집한 광장 위를 나르는 헬기에서 본드와 스키아카라가 벌이는 격투가 장관이다.
본드가 이처럼 본부인 MI6의 새 상관 M(레이프 화인즈)의 명령체계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활동하면서 M은 본드를 버리다시피 한다. 이런 본드를 충실히 돕는 여자가 M의 비서 모니페니(네이오미 해리스). 그런데 M은 시건방진 막스 덴비가 주도하는 MI5와 MI6의 통폐합으로 의기소침해 있다. 막스의 포부는 전 세계 정보망을 런던의 본부 하에 관리하자는 것. 이같은 전 세계에 대한 정보 소유가 중요한 플롯이다.
이어 장소는 로마로 옮겨져 본드는 스키아카라의 미망인(51세의 육체파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영화 사상 가장 나이 먹은 본드 걸로 단 두 장면에 나온다)과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그녀로부터 스펙터 본부의 위치를 알아내고 그 곳으로 침투한다. 여기서 사람을 맨 손으로 잡는 거구의 미스터 힝스(데이브 바우티스타)가 소개된다.
이어 장소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옮겨지면서 본드는 왕년의 자신의 적이었다가 프란츠를 피해 잠적해버린 와이트의 딸로 스펙터의 정체를 캐내는데 결정적 열쇄를 쥔 정신과 의사인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본드와의 화학작용이 미지근하다)을 만나 둘이 함께 프란츠를 찾아 나선다.
이어 장소는 아프리카의 탠지에스로 이동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본드와 미스터 힝스 간에 무자비하고 가혹한 격투가 장시간 벌어지는데 이 장면은 시리즈 제2편 ‘007 위기일발’에서 션 코너리와 로버트 쇼가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인 액션 신을 그대로 닮았다. 이 영화 외에도 ‘골드핑거’도 흉내를 내고 있다.
샘 스미스가 부르는 주제가와 토머스 뉴만의 음악 그리고 촬영과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은 다 훌륭하다. 그러나 기시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영화다. 감독은 ‘스카이폴’을 만든 샘 멘데스. PG-13. Son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