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의 국제영화제요 권위 있는 세계 영화제의 하나인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가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열린다. TIFF는 가을과 연말시즌 흥행을 위한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영화제일 뿐 아니라 오스카상을 노리는 영화들이 대거 상영돼 어떤 영화가 여기서 주목을 받는가 하는 점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작년에 이 영화제서 첫 선을 보인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의 에디 레드메인과 ‘스틸 앨리스’(Still Alice)의 줄리안 모어가 각기 오스카 남녀주연상을 탄 바 있다.
TIFF가 할리웃 영화들과 오스카상을 노린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영화제는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아시아영화에 할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일례로 TIFF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도시에서 도시로’(City to City)의 대상 도시로 작년에 선정된 도시가 서울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지영 감독의 ‘카트’(Cart) 등 총 8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됐었다.
올 해 TIFF에 선을 보일 한국영화는 액션영화를 잘 만드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Veteran 사진)과 세계적인 예술영화 감독 홍상수의 17번째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 및 제66회 칸영화제서 단편영화 대상을 탄 ‘세이프’(Safe)의 각본을 쓴 권오강의 감독 데뷔작 ‘돌연변이’(Collective Invention) 등 3편.
황정민과 유아인이 나오는 ‘베테랑’은 트럭 운전사의 의문의 죽음을 수사하는 고참 형사(황정민)와 오만하고 잔인한 재벌 상속자의 대결을 다룬 얘기로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이 관람, 역대 흥행사상 10위를 차지한 영화다. 제작비 불과 340만달러를 들여 지금까지 총 7,400만달러를 번 이 영화는 오는 18일부터 LA의 코리아타운의 CGV 극장에서 상영한다.
‘베테랑’은 TIFF의 ‘뱅가드’ 부문에 출품돼 북미 최초로 상영되는데 TIFF의 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훌비는 “‘베테랑’은 독특한 카메라 기술과 어리석은 농담이 있는 류 감독 특유의 영화로 재미 만점”이라고 칭찬했다. 훌비는 이어 “한국의 명장 류승완은 이 영화에서 그의 빅히트 액션영화 ‘부당거래’에서 보여준 권력층의 부패한 세력결집에 관한 어두운 탐구에 뻔뻔한 유머를 잘 배합시켰다”고 덧붙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과거 TIFF에서 8편이나 상영된 바 있다. ‘매스터즈’ 부문에 소개되면서 북미 최초로 상영되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지난 8월에 열린 스위스의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서 대상인 황금표범상과 함께 출연한 정재영이 남우주연상을 탄 작품이다.
홍상수 특유의 소주 마시면서 대화 나누는 미니멀리스트 영화로 관계에 관한 드라메디인데 이 것 역시 홍 감독의 특유의 서술형태인 같은 상황이 각기 주인공들인 남자와 여자의 입장으로 전개된다.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실수로 하루 먼저 특강 차 수원에 내려갔다가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 가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회에다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가까워진 둘은 이어 다른 카페로 옮겨 술을 더 마신다.
그러나 윤희정은 함춘수가 마지못해 자신이 기혼자임을 밝히자 그에게 실망한다. 이런 만남과 헤어짐의 얘기가 남녀의 입장에서 변용을 이루면서 반복된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오는 24일에 개봉되고 25일부터 열리는 뉴욕영화제(NYFF)에서도 선을 보인다.
훌비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에 대해 “영화감독과 화가의 운명적 만남에 대한 2개의 변용인 이 영화는 영화적 경험을 풍부케 해주는 것으로 홍 감독의 전 영화들과 유사하면사도 놀랍게도 다르다”고 평했다.
‘베테랑’과 함께 ‘뱅가드’ 부문에 출품돼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돌연변이’는 훌비에 의해 사회적 문화적인 통상 관념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영화로 꼽혀 선정됐다. 젊은 실직자(이광수)가 제약회사의 신약제조 실험대상이 되었다가 부작용으로 서서히 물고기로 변하면서 일약 한국의 수퍼스타로 변신한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것 만큼이나 급속히 몰락하고 만다.
훌비는 “이 영화는 포복절도할 사회풍자로 대중문화의 변덕스런 동향을 탐구한 매우 독창적인 데뷔작”이라면서 “권오강은 앞으로 한국 영화계가 눈 여겨 봐야 할 재능인”이라고 칭찬했다.
제40회 TIFF 개막작은 장-마크 발레가 감독하고 제이크 질렌할과 네이오미 와츠가 공연하는 드라마 ‘파괴’(Demolition)이고 폐막작은 파코 카베자스가 감독하고 샘 록크웰과 앤나 캔드릭이 나오는 액션 코미디 로맨스영화 ‘미스터 라이트’(Mr. Right)이다.
나도 토론토에 가 영화도 보고 파티에도 참석할 예정이나 맷 데이먼, 자니 뎁, 에디 레드메인, 네이오미 와츠, 줄리안 모어 및 리들리 스캇 등 자그마치 모두 29명의 배우와 감독을 인터뷰할 생각을 하니 가기 전부터 피곤이 몰려 온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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