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11월 23일 월요일

‘캐롤’(Carol)의 케이트 블랜쳇




“사랑은 위험하나 밧줄 달린 번지점프 같아”


동성애자의 이성과 결혼은 남에게 고통주려함은 아닐 것
모든 조직·유기체처럼 교회도 변하지 않으면 멸종될 수도


20일 개봉되는‘캐롤’(Carol-영화평 참조)에서 젊은 여자와 정열적인 동성애를 불사르는 중년의 가정주부 캐롤로 나오는 오스카 주연상 수상자(블루 재스민)인 케이트 블랜쳇(46)과의 인터뷰가 지난 1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짙은 푸른색의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인터뷰에 응한 블랜쳇은 홍조를 띤 백색얼굴에 긴 금발을 늘어뜨린 미인이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눈초리가 매서워 위압적인 분위기마저 느꼈다.  두 손으로 제스처를 쓰다가 또 손으로 턱을 받쳤다가 하면서 여우같은 모습의 표정 연기까지 동원해 질문에 길고 상세하게 대답을 했는데 매우 지적인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블랜쳇은 캐롤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영화는 1950년대로선 굉장히 과감한 소설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금의 값’이 원작인데 당신은 영화에 나오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었는지.
“당시로선 혁명적인 소설이었다. 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팬으로 책은 미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1950년대에 강렬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핵가족시대요 소비시대였던 당시의 모습을 영화에서도 잘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영화가 감정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폐쇄적이고 질식할 것만 같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1950년대 자란 나로서도 매우 다른 렌즈로 그 당시를 들여다보는 경험이었다.”

-시상시즌이 왔다. 당신은 이 영화와 함께 CBS-TV의 댄 래더 오보사건을 다룬 ‘진실’(Truth)에서의 제작자 역으로 모두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 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내가 특히 자랑스러운 것은 내가 관여하고 있는 제작사 더티 필름스가 이 두 영화에 모두 참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아주 자랑스러운데 유감인 것은 두 영화가 거의 동시에 개봉된 일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 서로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난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상시즌의 절차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런 것은 아이폰 세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나도 어차피 그 같은 과정에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도 안다.”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가.
“난 크리스마스 샤핑을 생각하면 공포에 질리곤 한다.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우린 땡스기빙을 더 즐긴다. 나의 아버지가 미국 사람이어서(어머니는 호주인) 기족이 함께 모이는 땡스기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엄청나게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마련했었다. 그리고 온 가족이 베니스를 비롯해 유럽여행을 했다. 야단스럽지 않은 크리스마스로 아이들이 주가 돼 축하를 한다.”

-사랑은 집념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랑에는 여러 타입이 있다고 본다. 사랑이 오래 가려면 이런 다른 타입을 다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롤이 사랑하는 테레즈를 정열적으로 집념하면서도 놓아준 것도 이런 타입이 다른 사랑의 행위다. 둘이 모텔에서 마침내 사랑의 행위를 할 때도 그 것은 집념의 행위라기보다 누가 인도하고 누가 따르는 대신 함께 매여 공존하는 행위여서 아름답다. 사랑은 동시에 이타적이요 또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인 테레즈(왼쪽) 앞에서 딸을 잃게 된 캐롤이 울고 있다.

-당신은 동성애자이면서도 결혼을 해 결국 희생되는 사람은 가정을 지키려는 남편이다. 이런 일은 요즘에도 일어나는데 당신의 이에 대한 견해는.
“캐롤의 사랑이 불법이며 변태로 여겨지니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본다.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나 요즘에도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과는 달리 자기 성애의 기호여부를 밝히고 얘기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내성적이요 매우 사적인 캐롤은 남편 하지와 결혼해 그 것을 유지해 보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둘 간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래서 캐롤은 하지에게 우리 모두 진짜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아직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있다.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살 권리가 있는 대도 말이다. 우리나라(호주)도 아직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결혼하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사람마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기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그럴 수도 있고 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이 불편해서도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꼭 남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당신은 현재 두 개의 다른 영화에 나오고 있는데 둘은 얼마나 서로 다른가.
“완전히 다르다. 얘기도 다를 뿐 아니라 인물들의 성격 개발의 리듬도 다르다. 따라서 그 둘의 심장의 박동도 내겐 다르게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들이 세트에서 아주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 사실이다. 그래서 난 각기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때 아주 기뻤다. 두 세상이 너무 달랐고 또 영화제작 스타일도 서로 아주 틀렸기 때문이다.”

-당신이 처음으로 사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당신의 사랑이 어떻게 변했다고 보는가.
“난 아주 알맞은 때에 내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행운아다. 우린 그 때 둘이 같이 물불 안 가리고 서로에게 뛰어들었다. 우리의 관계가 훌륭한 것은 우리가 서로 상대의 이해 관심사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와 함께 유머감각도 사랑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나는 내 남편이 나를 웃길 때마다 매번 다시 그에게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다. 사랑은 번지점프 같은 것으로 위험한 것이나 밧줄이 당신을 지탱해 주길 바라는 것과도 같다.”

-자라면서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영화는 무엇인가.
“제나 롤랜즈(얼마 전 아카데미 명예상인 가버너즈상을 받았다)가 나온 ‘우먼 언더 디 인풀루언스’이다. 그렇게 생살처럼 노골적이요 사실적이며 또 공개적인 영화와 연기를 본 것은 그 것이 처음이다. 마치 영화 속 롤랜즈의 삶이 내게 일어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완전히 나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흥분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난 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너무 좋아해 남에게 주기 싫은 것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라고 이른다. 캐서린 헵번의 질녀가 준 헵번의 장갑을 아끼고 결혼 15년 후 시어머니가 준 그녀의 약혼반지도 귀중하다. 난 결혼하는 내 친구에게 내가 아끼는 보석을 주었는데 이렇듯이 나는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기보다 내가 떨어지기 싫은 것과 떨어지면서 선사한다. 선물로 받은 것 중에 싫었던 것은 결혼 후 몇 년간 남편이 준 진공청소기와 믹서와 다리미이다.”

-새로 영화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해줄 충고는 무엇인가.
“배우로서의 성공은 ‘예스’하는 것만큼이나 ‘노’하는 데도 달려 있다. 일은 진지하게 생각하되 자신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애독한 책은 무엇인가.
“난 탐정소설을 좋아해 ‘낸시 드루’의 팬이었다. 내게 큰 영향을 준 책은 ‘투 킬 어 목킹버드’이다. 나 책 냄새 맡기를 좋아했다.”
                                                          
-당신은 캐롤처럼 우아한데 그것은 타고 난 것인가.
“난 늘 나를 모양을 낼 줄 모르는 여자라고 여기고 또 우아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말 고맙다.

-바티칸은 여전히 동성애를 비난하는데 당신은 교회가 변하리라고 보는가.
“어떤 조직이나 유기체나 변하지 않으면 멸종되게 마련이다. 모든 것은 진화하게 돼 있다. 따라서 교회도 진화하지 않으면 멸종되리라고 본다. 지금 교황인 프랜시스는 과거 교황들과는 매우 다른 데가 많아 교회도 과거로부터 큰 출발을 할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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