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7월 20일 월요일

트레인렉 (Trainwreck)


에이미(왼쪽)와 아론이 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남자만? 여러 상대랑?… 문제는 사랑


일부일처제가 과연 현실적이냐 라는 명제를 내건 로맨틱 코미디로 불경스럽고 음탕하고 야한 것과 솔직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함께 구사해 우습고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저드 애파토(‘40세 숫처녀’)가 감독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그의 첫 영화다. 
각본은 주연을 겸한 요즘 한창 떠오는 살이 토실토실 찐 귀엽게 생긴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가 썼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TV로 잘 알려진 그녀가 본격적으로 빅 스크린에 등장한 영화다. 이로 인해 또 하나의 빅 스크린 여자 코미디언이 탄생했다고 봐도 된다.
폭풍 같은 삶의 에너지를 지닌 입 건 여자와 조용하고 무리 없는 남자가 만나 사랑하다가 갈등을 빚고 다시 화해한다는 연애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지닌 관계에 관한 스크루볼 코미디다.
영화는 심술첨지요 술꾼인 고든(칼린 퀸)이 이혼해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가기 전 어린 두 딸 에이미와 킴에게 “일부일처제는 비현실적이다”라고 일장 훈시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아직 미혼인 에이미(슈머)는 뉴욕의 센세이셔널 위주 남성 잡지 ‘스너프’의 기자가 됐고 킴은 결혼해 아이 낳고 모범주부가 됐다. 그런데 둘은 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의 비싼 월세를 놓고 다툰다. 요양원의 또 하나의 입주자로 히치콕의 친구로 그의 영화에 나온 100세인 노만 로이드가 나와 웃긴다.     
에이미가 아직 미혼인 까닭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훈시의 영향 탓으로 깊은 관계 공포증 환자다. 에이미는 무수한 남자들과 섹스(섹스신이 요란하다)를 하지만 그들은 다 단 1회용 소모품들이다. 예외로 섹스를 운동경기로 여기는 근육질인 스티븐(레슬러 존 세나)과는 드문드문 만난다.
이런 에이미에게 그녀의 요란스런 영국 액센트를 구사하는 편집장 다이애나(틸다 스윈튼-화장을 짙게 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가 르브론 제임스와 뉴욕 닉스의 스터드마이어 등을 돌보는 한창 떠오르는 스포츠 의사 아론(빌 헤이더)을 인터뷰하라고 지시한다. 이를 질시하는 것이 동료기자들인데 그 중 한 명이 ‘인터뷰’에서 김정은으로 나온 랜달 박이다.  
그런데 아뿔사 에이미는 직업윤리를 위반하고 아론에게 반해 둘이 함께 침대에 든다. 아론도 생활력 강하고 화끈한 에이미가 좋다. 그런데 에이미는 하룻밤 정사 후에도 아론에게 자꾸 마음이 가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한 남자와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로다.                         
슈머가 코믹한 연기를 기차게 잘하는데 대사와 제스처와 표정이 일품이다. 귀엽고 순진하면서도 상스럽기 짝이 없는 연기를 활짝 연 공작의 날개처럼 보여준다. 그녀와 침착한 헤이더의 콤비도 찰떡궁합이다. 영화에서 진짜로 놀란 것은 르브론 제임스의 천연덕스런 연기. 기성 배우 뺨친다. 이밖에도 크리스 에버트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쿼터백 토니 로모도 캐미오로 나온다. 중간 중간 플롯을 돌려가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상영시간이 좀 길다) 흠이지만 재미있고 매력 삼삼한 영화로 우디 앨란의 ‘맨해턴’에 잠깐 경배를 보내고 있다. R. Universal.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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