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 리처드 링크레이터가 만든 ‘보이후드’(Boyhood·사진)가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에 의해 2014년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기자가 속한 LAFCA는 7일 이 영화를 최우수 작품으로 뽑은 것 외에도 여자주연(패트리샤 아켓)과 감독 및 편집 부문에서도 베스트로 선정, ‘보이후드’는 4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보이후드’는 텍사스에 사는 소년의 12년간의 성장과정과 그를 키우는 부모(이산 호크와 패트리샤 아켓)와의 관계를 그린 아름다운 드라마로 12년간에 걸쳐 찍었다.
이 영화는 뉴욕 영화비평가서클(NYFCC)과 보스턴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서도 올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내년도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은 떼 놓은 당상이 됐다. NYFCC는 또 ‘보이후드’의 아켓을 최우수 조연여우로 그리고 링크레이터를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 최우수 작품과 함께 3관왕이 됐다.
LAFCA와 NYFCC는 서로 라이벌로 매년 각 부문에서 서로 다른 베스트를 뽑곤 하는데 올해는 무려 6개 부문에서 같은 베스트를 뽑는 이변(?)을 낳았다. ‘보이후드’를 작품과 감독 부문에서 각기 베스트로 뽑은 것 외에도 최우수 각본으로는 웨스 앤더슨(감독 겸)이 쓴 기괴할 정도로 독특한 코미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을 그리고 ‘윕래쉬’(Whiplash)에서 독재적인 재즈 전문학교 음악선생으로 나온 J.K. 시몬스를 최우수 조연남우로 각기 선정했다. 한편 LAFCA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최우수 프로덕션 작품으로도 뽑았다.
이 밖에도 두 단체는 20세기 공산 정권 하의 폴란드의 예비 수녀와 그의 아주머니와의 관계를 그린 흑백영화 ‘이다’(Ida)를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 그리고 미 국가안보위의 정보를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인터뷰한 ‘시티즌 포’(Citizen Four)를 최우수 기록영화로 각기 뽑았다.
LAFCA는 최우수 주연남우로는 영국 영화 ‘로크’(Locke)에서 자신의 직업과 결혼생활이 파괴 될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건축공사 매니저로 나온 탐 하디를 뽑았다. 하디가 혼자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차를 몰면서 독백하다시피 하는 영화로 본 사람이 별로 없을 영화다.
LAFCA는 또 최우수 조연여우로는 뜻밖에도 ‘이다’에서 예비수녀의 삶에 지친 아주머니로 나온 아가타 쿠레사를 그리고 최우수 촬영작품으로는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가 감독하고 마이클 키튼이 주연한 ‘버드맨’(Birdman)을 각기 선정했다.
또 최우수 만화영화로는 일본 만화영화의 명장 하야오 미야자키의 영화사가 만든 손으로 그린 ‘카구야 공주의 이야기’(The Tale of the Princess Kaguya)를 그리고 신세대상 수상자로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앨라배마주 셀마에서의 민권운동을 그린 ‘셀마’(Selma)를 감독한 에이바 뒤버네이를 각기 선정했다.
그리고 최우수 음악작품으로는 화킨 피닉스 주연의 필름느와르 ‘인히런트 바이스’(Inherent Vice)와 스칼렛 조핸슨이 주연한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한편 생애 업적상 수상자로는 배우이자 인디 감독이었던 작고한 남편 존 캐사베이티즈(‘더티 더즌’)의 영화 ‘우먼 언더 디 인플루언스’와 ‘글로리아’ 등 총 10편에 주연한 연기파 제나 롤랜즈(84)가 선정됐다.
그런데 롤랜즈가 플로리다의 부자 은퇴마을에 사는 여자로 나와 젊은 남자 게이 댄스선생으로부터 춤을 배우는 코미디 드라마 ‘6주간 6번 댄스교습’(Six Dance Lessons in Six Weeks)이 현재 상영 중이다.
LAFCA는 각 부문의 차석도 발표하는 것이 특징인데 다음은 그들의 명단이다.
▲작품-‘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감독-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주연남우-마이클 키튼(‘버드맨’) ▲주연여우-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조연남우-에드워드 노턴(‘버드맨’) ▲조연여우-르네 루소(‘나이트크롤러’) ▲각본-‘버드맨’ ▲기록영화-‘라이프 잇셀프’(Life Itself-작고한 영화비평가 로저 이버트의 삶) ▲편집-‘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로덕션 디자인-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Snowpiercer) ▲만화영화-‘레고 무비’(The Lego Movie) ▲촬영-마이크 리 감독의 ‘미스터 터너’(Mr. Turner) ▲외국어 영화-터키 영화 ‘윈터 슬리프’(Winter Sleep).
LAFCA와 NYFCC는 아카데미가 주는 오스카상이나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골든 글로브상과는 달리 가급적 흥행성 있는 영화들을 배제하고 예술성이 뚜렷한 작품을 선호해 두 협회가 뽑은 베스트들 특히 최우수 작품이 오스카나 골든 글로브상을 타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 LAFCA의 2014년도 각 부문 베스트에 대한 시상만찬은 2015년 1월10일 센추리시티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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