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왼쪽)와 램지즈가 전투에 출정하고 있다. 가운데가 둘의 아버지 세티 왕. |
출애굽 기적 이성적 접근… 밋밋하고 느슨
성경 얘기인데 영혼이 없다. 옛날에 지팡이를 들고 홍해를 갈랐던 모세 찰턴 헤스턴이 봤다간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다 아는 모세의 출애굽기 액션 모험 드라마인데 특이한 것은 감독 리들리 스캇이 성경 속 신의 역사와 기적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이 이집트에 내린 10대 재앙과 홍해가 갈라진 것을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홍해가 갈라진 것은 간만의 차이가 심한 홍해의 지형과 쓰나미 때문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대규모의 입체영화로 세트와 의상과 촬영 그리고 컴퓨터 특수효과 등 볼만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가 별 재미가 없고 감동과 감정이 모자라 가슴에 와 닿질 않는다. 세실 B. 드밀이 감독하고 헤스턴이 주연한 ‘십계’가 훨씬 낫고 재미도 있다.
이번 영화의 또 다른 결점은 각기 모세와 그의 이복형제 이집트 왕자 램지즈로 나온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과 조엘 에저턴이 모두 미스 캐스팅인데다가 카리스마도 없고 연기도 밋밋하다는 것. 둘에겐 헤스턴과 율 브린너가 보여준 강렬한 연기 대결과 라이벌 의식이 결여돼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안 간다. 이모저모로 맥 빠지는 영화다.
모세가 커서 램지즈와 함께 전쟁에 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모세는 램지즈의 생명을 구해 준다. 둘의 아버지인 왕 세티와 여왕으로는 각기 존 투투로와 시고니 위버가 나오는데 이상한 액센트를 써 가면서 우습게 군다. 이들 외에도 여호수와 역의 아론 폴과 유대인 장로 눈 역의 벤 킹슬리 및 모세를 싫어해 그의 정체를 폭로하는 헤겝 역의 벤 멘델손 등 조연진의 역이나 연기도 하찮다.
유대인 신원이 들통이 나 왕이 된 램지즈에 의해 이집트에서 쫓겨난 모세는 방황하다가 한 마을에 도착, 결혼하고 아들까지 낳는다. 모세가 신을 만나는 것도 이색적이다. 모세의 신은 소년(아이잭 앤드루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모세는 신의 지시에 따라 동족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모세의 신이 이집트에 내린 10대 재앙 장면. 재앙에 아들을 잃은 램지즈가 유대인들을 풀어주자 모세는 이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한다. 램지즈가 유대인들을 추격하는데 모세 앞에는 홍해가 길을 막는다.
홍해가 갈라졌다가 이집트 병사들을 수장하고 다시 합해지는 장면이 장관이다. 영화는 여기서 끝났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뒷얘기를 장광설로 늘어놓으면서 상영시간이 무려 150분. 지루하다. ‘글래디에이터’로 오스카상을 탄 스캇 감독의 야심작인데 야심의 중압감에 눌렸는지 연출력이 신통치 못하다. 그리고 대사도 유치한 것들이 많다. 기독교도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PG-13.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