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진 쉐릴(리스 위더스푼)이 1,100마일의 산행길에 나서고 있다. |
1,100마일 산행을 통해 육체와 영혼의 힐링…
산행은 육체적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쇠약한 영혼의 건강마저 회복시켜 준다. 방탕하고 방향감각을 잃은 젊은 여자가 무작정 길고 긴 산행에 나서면서 자신의 영혼을 구제하는 인간승리의 아찔한 이야기다.
생전 산행이라곤 해 본적이 없는 쉐릴 스트레이드가 26세에 매우 가깝던 어머니를 잃은 뒤 멕시코 국경지대서부터 오리건에 이르기까지 1,100마일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달랑 배낭 하나 지고 혼자 걸은 사실을 적은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모험영화이자 개인의 영혼 구제 얘기이면서 아울러 가족 드라마이기도 한데 가슴을 에이 듯 사실적이자 거칠고 고통스러우면서도 험난한 역경에 도전하면서 자신을 재발견하려는 한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에 희망과 환희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간간이 유머가 곁들여져 힘든 여정에 쉼표 구실을 하는데 특히 영육을 완전히 탈바꿈한 리스 위더스푼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영화는 쉐릴(위더스푼)이 산행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부터 시작되면서 중간 중간 플래시백으로 그의 개인생활과 어머니 바비(로라 던)와의 관계가 묘사된다. 첫 장면부터 쉐릴이 겪어야 하는 좌절감이 사실 그대로 발톱 빠지듯이 아프게 그려지면서 쉐릴이 내뱉는 “Xuck you”가 산중에 메아리친다.
이어 플래시백으로 쉐릴과 바비와의 가까웠던 관계와 함께 쉐릴의 방종한 개인생활과 자기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토머스 새도스키)과의 평탄치 못한 결혼생활이 묘사되면서 쉐릴의 산행 선택의 배경 설명을 한다.
바비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혼자 딸을 키우면서도 삶의 희열에 가득 찬 여자인데 이렇게 자기를 사랑하던 바비가 갑자기 병으로 사망하면서 쉐릴은 완전히 삶의 방향타를 잃는다. 그리고 쉐릴은 탈출구가 없는 따분한 일상을 견디지 못해 헤로인과 난잡한 섹스로 날을 보낸다.
쉐릴은 바비가 숨진 뒤 거의 즉흥적으로 산행을 결심하는데 등산이라곤 해 본적이 없는 그가 모텔 방에서 산행준비를 하는 과정이 웃긴다. 그리고 이윽고 바비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도전으로 산행에 나선다.
그런 결정을 후회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쉐릴은 걷고 또 걷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여자 예수 같다. 산행 중에 갖가지 짐승과 악천후 또 짐승처럼 겁나는 인간도 만나면서 위험한 지경에도 빠지지만 쉐릴은 이를 악물고 목적지를 향해 간다.
그가 겪는 악조건과 고행이 절실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위더스푼의 모든 것을 벗어던진 도전적이자 통절한 연기 탓이다(뉴욕에서 검문하는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말한 경박함을 뉘우치려는 듯이).
쉐릴의 인간성 회복의 갈망이 남의 것처럼 여겨지지 않아 가슴에 훈기가 감도는데 위더스푼의 연기(오스카상 후보감이다)와 함께 던의 생기발랄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연기도 아주 좋다. 뜨거운 사막과 장엄한 산을 비롯해 다양한 경치를 찍은 촬영도 좋다. 다소 에피소드 식이어서 맥이 끊어지고 조금만 더 거칠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훌륭한 영화다. 감독은 올해 오스카 남자 주·조연상을 탄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을 만든 캐나다인 장-마르크 발레.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와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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