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빈센트(빌 머리)가 올리버(제이든 리버허)에게먼지 마당의 제초작업을 시키고 있다.

괴팍한 늙은이와 이웃소년의 만남과 힐링


심술첨지 중늙은이가 맑고 총명한 어린 소년을 베이비시팅하게 되면서 소년의 순진한 마음에 의해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아울러 자기 가슴 속 깊이 잠자고 있던 아름다운 인간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맞지 않는 한 쌍의 인간관계의 이야기이자 자기 구제의 코미디 드라마다.
전연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주인공인 베테런 코미디언 빌 머리의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해내는 천연덕스럽고 다채로운 연기와 그와 소년 역의 제이든 리버허의 찰떡궁합 콤비네이션 그리고 주변 인물들로 나오는 조연진의 조화를 이룬 협찬 등으로 인해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만한 영화다.
빌 머리에게 너무 의존하고 후반에 들어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많이 듣던 얘기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신선감을 잃고 있으며 또 다소 감상적이긴 하나 달콤 쌉싸래하고 훈훈한 정이 있어 흐뭇한 감정에 젖게 된다.
브루클린 교외에 혼자 사는 6순의 베트남전 베테런 빈센트(머리)는 술꾼에 골초요 입만 열었다 하면 상소리가 튀어나오는 대인기피증자. 친구라곤 007시리즈에서 본드의 천적 블로펠드가 껴안고 쓰다듬던 페르시아산 백고양이 필릭스 하나다.
인간 친구라곤 자기가 자주 이용하는 임신한 러시안 창녀 다카(네이오미 와츠가 심한 러시안 액센트를 쓰면서 파격적인 연기를 한다). 그런데 빈센트는 매주 요양원에 있는 정체가 안 밝혀진 샌디(다나 미첼)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빈센트의 옆집에 이혼수속 중인 매기(멜리사 매카시)가 12세난 갈비씨 아들 올리버(리버허)와 함께 이사를 온다. 이사 오는 날 이삿짐 차가 빈센트의 앞마당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면서 빈센트와 매기는 반갑지 못한 이웃이 된다.
병원의 의료담당 기술자인 매기는 올리버를 방과 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돈이 궁한 빈센트에게 시간당 12달러를 주고 아들을 맡긴다. 자기를 퉁명스럽게 대하는 빈센트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올리버. 이런 중에 둘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둘 간의 감정의 물꼬가 트인다.
빈센트는 자기가 자주 찾아다니는 바와 경마장에 올리버를 데리고 다니면서 조기 어른 훈련을 시키는데 올리버가 새로 전학한 가톨릭 학교에서 급우에게 시달리자 상대방의 코피를 터지게 하는 쌈질방법까지 가르쳐 준다. 둘은 이제 없으면 못사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올리버의 선생(크리스 오다우드가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이 아이들에게 너희들 주위에서 성인을 찾아 그에 관한 글을 쓰라는 숙제를 내주면서 올리버는 빈센트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만나 빈센트에 관해 조사를 한다.
얘기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빈센트와 올리버 간에 불화를 조성하고 불상사를 일으키나 결국 둘은 화해하면서 사랑이 더욱 공고해지고 모두들 한 가족처럼 되어 내내 행복하게 살았노라 하는 얘기.
잘 찾아보면 우리들 주위에 ‘인간 성인’들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이 인간 성인 역을 머리가 기차게 잘해 낸다. 단순한 것 같지만 실은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요 겉으로는 밉상이나 속은 착한 밉지 않은 심술단지 노릇을 속옷 갈아입듯 쉽고 자연스럽게 한다. 실제의 자신을 베껴 먹은 연기다. 시오도어 멜피가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PG-13. Weistein.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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