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유혈 액션'
장도리를 무기로 쓰는 갱두목 베조의 여자 킬러가 전철 안에서 일본
야쿠자들을 처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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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이 날뛰는 폭력이 빗발치듯 작렬하고 피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2011년 인도네시아산 액션 스릴러 ‘레이드’의 속편이다.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 잔인무도하고 속도감 빠르고 에너지 충만한 영화로 사체가 즐비하다. 뼈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 총격소리와 흩뿌려지는 선혈이 화면을 채우면서 거의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지나친 액션이 광란의 피의 발레를 추는데 이에 비하면 재키 챈의 무술영화는 아이들 장난이고 타란티노의 영화도 비린내만 피울 정도다.
동원된 무기를 보면 야구 배트와 공, 장도리와 곡괭이, 긴 칼과 단도와 손에 감아쥐는 톱니 칼, 몽둥이와 빗자루. 깨진 병과 뜨거운 구이용 철판 그리고 권총과 엽총과 장총 및 주먹과 발 등으로 이런 무기에 의해 적어도 100여명이 죽어 넘어진다.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울 정도로 가혹하고 폭력적인 영화는 처음 보는데 약간 타케시 키타노의 영화를 닮은 데가 있다. 특히 주연 배우 이코 우와이스가 공동으로 안무한 대담무쌍한 손과 발을 쓰는 무술액션 신은 정말로 장관이다.
신참 형사 라마(우와이스)가 경찰 내사반의 반장에 의해 부패한 정치가와 경찰 간부 등과 연루된 자카르타의 막강한 갱 두목 방군(티오 파쿠소데와의 착 가라앉은 연기가 돋보인다)의 조직으로 침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를 위해 라마는 방군의 오만불손한 아들 우콕(아리핀 푸트라의 표독스런 연기도 좋다)에게 접근하기 위해 우콕이 수감된 교도소에 죄수로 들어간다.
교도소 내 좁은 변소에서 벌어지는 라마 대 수십명의 우콕의 졸개들 간의 격투와 비가 내린 후 진흙탕이 된 교도소 마당에서 벌어지는 우콕의 일당과 그의 라이벌 일당 간의 치명적인 머드 레슬링 격투가 박력 있다. 진흙탕 싸움에서 우콕의 생명을 구해준 라마는 우콕의 친구가 되고 그로부터 2년 후 출소한 라마는 방군의 일원이 된다.
방군의 조직은 일본인 갱 두목 고토(케니치 엔도)의 조직과 과거 10년간 평화공존을 하면서 자카르타를 말아먹고 있다. 방군을 뒤에서 봐주는 것은 부패 정치인과 경찰. 그런데 이 둘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자기 터전을 확보하려는 아랍계 피가 섞인 갱스터 베조(알렉스 압바드)와 아버지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성질 급한 우콕이 손을 잡으면서 갱전쟁이 일어난다.
액션 신 가운데 가장 멋있는 것이 황금색 가죽점퍼에 흰색 치마를 입고 창백한 얼굴에 선글라스를 낀 가녀린 여자(줄리 에스텔)가 전철 안에서 양손에 든 장도리를 써 10명에 가까운 단도를 든 야쿠자들을 처치하는 장면. 장도리에 처참히 당한 야쿠자들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선혈이 하얀 치마 위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와 함께 도주와 추격의 절정을 이루는 달리는 자동차 안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격투를 찍은 공중촬영과 불법 도색영화 촬영장과 포도주 저장소와 국수집 그리고 흐릿한 조명 속의 클럽 주방과 창고 및 좁은 복도에서 치러지는 사투 등도 볼만하다. 상영시간 2시간반동안 거의 쉬지 않고 숨 가쁘게 벌어지는 격투에서 무수히 얻어터지고 온 몸에 칼을 맞고도 다시 오뚝이처럼 발딱 발딱 일어서는 라마는 분명 불사신이다.
액션위주의 영화여서 플롯이 때로 이치에 닿지가 않지만 방군과 우콕의 부자간 알력을 그린 드라마 부분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액션에 적당한 쉼표 구실을 한다. 액션영화 치곤 인물개발과 연기도 좋고 특히 재빠른 촬영과 편집과 박동감 있는 음악이 매우 좋다. 감독은 전편에 이어 웨일즈 태생의 가레스 에반스.
R.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 센추리15, 그로브, 다운타운 리갈.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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