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3월 18일 화요일

오스카와 체중




배우가 오스카상을 타려면 체중을 극단적으로 늘리고 줄이거나 몸이든 정신이든 어딘가 아파야 된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3월2일에 열린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으로 각기 남자 주조연상을 탄 매튜 매코너헤이와 재렛 레토는 에이즈 환자로 나왔다. 그리고 ‘푸른 재스민’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블랜쳇은 정신파탄자였다.
매코너헤이(사진)는 역을 위해 체중을 47파운드나 뺐고 레토도 30파운드를 줄였다. 그런데 레토는 ‘챕터 27’에서 존 레논을 사살한 마크 데이빗 채프만으로 나왔을 때는 체중을 무려 67파운드나 불렸었다. 
매코너헤이와 레토는 치명적인 병에 걸린 환자로서 이처럼 자기 몸에 극단적인 조치를 가해 작년 가을에 영화가 개봉되자 일찌감치 모두 오스카상감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과거에도 이렇게 체중을 과격하게 조절해 가면서 자신의 역에 헌신하는 배우들을 선호했다. 로버트 드 니로가 ‘레이징 불’의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 역을 위해 체중을 60파운드나 늘려 오스카 주연상을 탄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리고 ‘몬스터’에서 연쇄살인범 창녀로 나온 샬리즈 테론도 본연의 수퍼모델 모습을 내던지고 체중을 30파운드나 보탠 더럽고 추한 여자로 나와 역시 주연상을 탔다.
올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메리칸 허슬’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크리스천 베일은 역을 위해 체중을 50파운드나 늘렸는데 그는 과거 ‘머시니스트’에서는 불면증환자로 나와 체중을 무려 60파운드나 뺐었다. 체중을 바짝 줄여 오스카상을 탄 또 다른 배우들로는 탐 행스(필라델피아), 나탈리 포트만(블랙 스완), 앤 해사웨이(레 미제라블) 및 에이드리안 브로디(피아니스트) 등이 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런 체중의 급격한 변화가 당사자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신진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고 혈당과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많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베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메리칸 허슬’을 위해 체중을 늘리다가 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레토도 채프만 역을 위한 체중증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엄청나게 올라갔었다면서 촬영이 끝날 때쯤에는 휠체어를 타고 세트에 가야 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좋은 연기가 먼저이지만 아카데미는 이렇게 육체적으로 격심한 변신을 하는 것과 함께 정신적으로 돌아버리거나 박약한 사람 그리고 신체 부자유자들에게도 상을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햄릿’에서 미친 왕자 노릇을 해 주연상을 탔고 비비안 리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정신이 돈 여자로 나와 주연상을, 그리고 잭 니콜슨도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광인으로 나와 주연상을 받았다. 
러셀 크로우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노벨상을 받은 정신분열자인 수학교수 역으로 주연상을 탔고 클리프 로벗슨(찰리)과 더스틴 호프만(레인 맨) 및 탐 행스(포레스트 검프) 등도 모두 정신박약자로 나와 주연상을 받았다. 
행스는 ‘필라델피아’에서는 에이즈를 앓아 체중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죽어 첫 오스카 주연상을 타더니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멍청한 역으로 상을 탔으니 그야말로 아프거나 제 정신이 아닌 역을 해야 오스카상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산 증거다.
정신이 나간 역을 열연해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또 다른 스타로는 ‘이중 인생’의 로널드 콜맨과 ‘개스등’의 잉그릿 버그만이 있다. 콜맨은 실생활에서도 극중 인물의 성격을 유지하게 되는 정신착란증의 연극배우로 그리고 버그만은 자기가 미치고 있다는 환각에 빠지는 유사광녀로 나와 각기 상을 탔다.     
신체장애자도 아카데미 회원들의 동정을 많이 받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의 전처인 제인 와이맨은 ‘자니 벨린다’에서 귀 먹고 말 못하는 역으로 주연상을 그리고 실제로 귀 먹고 말 못하는 말리 매틀린은 ‘신의 버림받은 아이들’에서 자기를 그대로 표현해 역시 주연상을 탔다. 또 존 보이트는 ‘귀향’에서 휠체어를 탄 베트남전 참전 군인으로 나와 주연상을 탔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이런 언더독(작품상을 탄 ‘마티’와 ‘록키’) 편애경향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상을 노리고 이런 역을 찾아다니기까지 한다. 
검은 것이 흰 것보다 어두운 것은 밝은 것보다 그리고 악한 것이 선한 것보다 또 슬픈 것이 우스운 것보다 더 매력적이다. 아카데미 회원들이 좀처럼 코미디와 코미디언들에게 상을 안 주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