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디 알렌(78)의 영화 ‘맨해턴’에서 우디는 42세의 TV 코미디 작가 아이잭으로 나와 17세의 여고생 트레이시(매리엘 헤밍웨이)를 사랑한다. 우디가 영화뿐 아니라 실제로도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디가 지금의 부인으로 자기의 애인 미아 패로의 입양녀 순이와 첫 관계를 맺었을 때 그의 나이는 56세였고 순이는 19세였다.
며칠 전 우디와 패로가 입양한 딜란이 뒤늦게 다시 자기가 7세 때 우디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에 공개서한을 보낸 먼 원인은 이 우디와 순이의 스캔들(우디는 스캔들은 무슨 스캔들이냐며 반박한다)에 있다고 봐야겠다. 우디와 순이는 1997년에 결혼해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패로는 우디와 순이의 관계를 발견한 직후인 1992년 우디와 헤어지면서 자식들의 양육권을 놓고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였었다. 그리고 둘이 낳은 아들 로난은 후에 자기 성을 패로로 바꾸고 지금까지 우디를 혐오하고 있다. 이 때 딜란이 처음으로 우디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고발, 조사가 있었지만 우디는 무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 후 미아는 우디를 원수처럼 증오해 왔는데 1월에 있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우디가 생애 업적상을 받는(우디의 옛 애인 다이앤 키튼이 대신 수상) 것을 보고 견딜 수가 없어 딜란을 사주해 편지를 하게 했다고 우디의 변호인 측은 주장한다. 남자로부터 퇴짜를 맞은 여자의 한이라는 것이다.
딜란도 편지에서 우디가 골든 글로브 생애업적상을 받는데 분개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디가 매번 상을 받을 때마다 자기는 질책을 받는 기분이라고 적었다. 골든 글로브상은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것이니 결국 이번 우디의 스캔들은 우리 탓인 셈이다.
우디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주인공들이 짝이 있는데도 계속해 한눈을 팔거나 창녀와 매춘을 버젓한 직업으로 여기며 찬양마저 하고 있다. ‘마이티 아프로다이티’에서는 창녀 미라 소르비노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다이티처럼 묘사, 소르비노가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다
또 4월18일에 개봉될 ‘늙어가는 남창’(Fading Giggolo)에서는 우디가 아예 남창(존 투투로)의 핌프로 나와 재미를 본다. 그는 약간 변태적이라고 하겠는데 우디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상식을 일탈한 규칙 위반과 변태를 마치 아이가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순진하게 행하고 있는데 있다고 하겠다.
우디의 열렬한 팬인 나는 그를 몇 차례 만나 악수하고 얘기를 나눴는데(사진) 겁먹은 토끼눈을 한 우디는 아주 재미 있고 아이 같다. 물론 겉만 봐선 속은 모르겠지만 그런 우디가 어린 아이를 성추행 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우디 알렌의 영화는 무엇입니까’로 시작하는 딜란의 글은 우디의 자신에 대한 성추행을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적고 있다.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극사실적이다. 이와 함께 딜란은 우디의 영화에 나온 배우들인 케이트 블랜쳇과 다이앤 키튼에게 내 경우를 생각해 봤느냐고 도전하고 있다.
우디는 이런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단순한 일방적 비난만 가지고는 사람을 단죄할 수는 없다. 기소돼 법절차에 따라 유죄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무죄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디 스캔들이 터지면서 할리웃에서는 새삼 작품과 작가의 윤리도덕은 따로 여겨야 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일고 있다. 바그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유대인 증오자인 그의 음악은 과연 개인의 단점을 떠나 평가돼야 할 것이냐는 논제가 대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월2일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디의 ‘푸른 재스민’이 각본(우디 알렌)과 여우주연상(케이트 블랜쳇) 후보에 올랐는데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할 때 우디의 개인적 문제도 참작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아카데미 측은 “아카데미는 영화업적에 명예를 주는 것이지 영화인과 예술가들의 개인적 생활에 명예를 주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아카데미가 LA에서 미성년자를 겁탈하고 파리로 도망간 로만 폴란스키에게 2003년 ‘피아니스트’로 감독상을 준 것이 좋은 예다.
우디는 이번 스캔들로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명성에 오점이 남게 됐다. 작년 말 우디를 뉴욕에서 만났을 때 그는 내게 “순이 등쌀에 못 견뎌 나 내년에 마침내 한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한국행이 과연 실현될지 공연히 염려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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