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월 23일 목요일

경멸(Contempt)

부부관계·영화제작 다룬 고다르 작품


전직 타이피스트인 카미유(브리짓 바르도)는 신념없는 남편 폴(미셸 피콜리)을 경멸한다.

전형적 영화제작의 틀을 뒤집어엎는 프랑스 감독 장-뤽 고다르의 1963년 작으로 개봉 반세기를 기념해 복원된 작품이 재개봉 된다. 무너져 내리는 부부관계와 스튜디오 체제가 붕괴된 후의 국제 합작영화 제작 그리고 소설을 영화로 만들 때 오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다룬 이색적 흥미를 유발시키는 영화다. 원작은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 ‘정오의 귀신’.
영화 제목은 여주인공 카미유가 남편인 영화 각본가 폴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나타낸다. 고다르의 영화여서 쉬운 오락영화는 아니지만 예술영화 팬들에겐 큰 만족감을 줄 영화로 브리짓 바르도의 맨살 엉덩이가 탐스럽고 독일 감독 프리츠 랭이 영화 속에서 감독으로 그리고 고다르가 랭의 조감독으로 나온다.
로마·프랑스의 영화 각본가 폴(미셸 피콜리-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입에 문채 목욕을 한다)은 연극작품을 쓰는 것이 꿈이다. 그의 무르익은 육체를 지닌 아내로 전직 타이피스트인 카미유(바르도)는 낭비벽증자.
폴에게 미국인 영화제작자 제레미(잭 팰랜스)가 호머의 ‘오디세이’를 영화화할 예정이라며 각본을 써 줄 것을 제의한다. ‘오디세이’는 독일감독 프리츠 랭이 연출하는데 영화 속의 영화 장면과 함께 영화제작 과정이 자세히 묘사된다.
폴이 각본을 쓰는 것을 알고 카미유는 쉽게 팔려 다니는 신념 없는 남편을 더욱 경멸한다. 그리고 카미유는 제레미에게 접근한다. 제레미와 카미유는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몰고 달리다 대형 트럭과 충돌, 둘 다 트럭 타이어 밑에 깔려 죽는다.
국제 합작영화 제작의 여러 가지 함정과 시네마스코프(랭은 이 형태를 싫어했다) 그리고 고전적 주제에 관한 심리적 해석 및 바르도의 엉덩이에 관한 영화로 지적으로 자극적인 영화다. 진공상태와도 같이 장식 없는 폴의 아파트에서 폴과 카미유가 장시간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가 한 번도 아파트 밖으로 떠나지 않는 실시간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은 고다르의 영화를 여러 편 찍은 라울 쿠타르 촬영감독의 솜씨가 역연한 장면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외눈 안경을 쓴 랭의 냉소적인 모습도 재미있다. 조르지 들르뤼의 음악과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 등 경치도 아름답다. 성인용. Rialto. 로열과 플레이하우스 7(310-478-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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