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영화 비평가들과 오스카 전문가들을 비롯해 장삼이사가 너도 나도 어느 작품과 누가 상을 받을지 점들을 치는데 이들의 의견이 대체적으로 모아져 실제 결과가 맞아 떨지는 경우가 흔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중요한 부분에 관해 작품과 인물들을 예견해 본다.
여우조연상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두 배우가 TV 베테런 앨리슨 제니와 역시 TV와 무대의 베테런인 로리 메트캡이다. 재니는 미 여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악의 스캔들에 관한 블랙 코미디 ‘아이, 토냐’(I, Tonya)에서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 토냐 하딩(마고 로비-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의 어머니로 나와 산성기가 짙은 상스럽고 야한 연기를 했다.
한편 메트캡은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레이디 버드’(Lady Bird-오스카 작품상 후보)에서 가정과 고향을 떠나 훨훨 날아가고파 안달이 난 여고 3년생(셔샤 로난-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의 어머니로 나와 차분하고 착 가라앉은 연기를 했다. 그런데 아카데미 회원들은 눈에 띠지 않는 연기보다 공격적인 연기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오스카는 재니가 탈 확률이 높다. 재니는 이미 지난 1월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남우조연상은 인종차별에 관한 다크 코미디 드라마 ‘미주리 주 에빙 밖의 3개의 광고’(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에서 인종차별주의자 경찰로 나온 샘 로크웰과 ‘플로리다 프로젝’(Florida Project)에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후진 모텔의 매니저로 나와 자상한 연기를 보여준 윌렘 다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부문도 여우조연상 부문처럼 터질 것처럼 맹렬한 연기를 한 로크웰이 탈 것이다. 로크웰도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여자주연상을 놓고는 ‘3개의 광고’에서 딸을 살해당해 분노에 치를 떠는 어머니로 나온 프랜시스 맥도만드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어른을 위한 환상적인 드라마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에서 수중 괴물을 사랑하는 말 못하는 청소원으로 나와 무성영화에서처럼 심오하고 민감한 연기를 한 샐리 호킨스의 2파전. 폭발 직전의 팽팽한 연기를 한 맥도만드가 탈 것인데 그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맥도만드는 ‘화고’(Fargo^1997)로 오스카주연상을 탄바 있다.
남우주연상은 단연 ‘다키스트 아우어’(Darkest Hour)에서 영국 수상 처칠로 나온 게리 올드맨이 탄다. 그는 여기서 2차대전 직후 수상에 취임해 나치의 평화제스처를 거부하고 결사 항전하는 처칠로 나와 화려한 제스처와 언변을 구사하면서 경천동지할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각본상은 역시 골든 글로브상을 탄 ‘3개의 광고’가 탈 것이 유력하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이 ‘레이디 버드’와 인종차별에 관한 공포영화이자 블랙 코미디인 ‘겟 아웃’(Get Out).
각색상은 10대 소년(티모데 샬라메-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의 동성애를 다룬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Call Me by Your Name)가 탈 것이다. 원작은 안드레 아시만의 동명소설로 각색은 제임스 아이보리가 했다. 영국 감독인 아이보리(89)는 작고한 인도계 영국인 제작자이자 감독으로 자신의 삶의 파트너이기도 했던 이스마일 머천트와 함께 ‘히트 앤 더스트’ ‘보스턴 사람들’ 및 ‘어 룸 위드 어 뷰’ 등 여러 편의 명화를 연출한 사람이다.
감독상은 ‘물의 모양’을 만든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와 ‘3개의 광고’를 연출한 마틴 맥도나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오스카는 델 토로가 탈 것이 유력하다. 델 토로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얼마 전만 해도 아카데미 회원들은 감독과 작품상을 한 작품에 몰아주곤 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성향에 변화를 보이면서 두 부문상을 따로 주고 있다. 작년의 경우에도 작품상은 ‘문라이트’가 탔으나 감독상은 ‘라 라 랜드’의 데이미안 차젤이 탄바 있다.
작품상을 놓고는 총 13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라 역시 작품상 후보에 오른 나머지 8편의 영화들을 앞지른 ‘물의 모양’과 ‘3개의 광고’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감독과 작품상이 갈라져 ‘3개의 광고’(사진)가 작품상을 탈 것이다. 이 영화도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만화영화는 ‘코코’(Coco)가 탈 것이며 주제가 상을 놓고는 ‘코코’의 ‘리멤버 미’(Remember Me)와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디스 이즈 미’(THis Is Me)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리멤버 미’가 다소 유력하다. 음악상은 2차대전 영국군의 던커크 철수작전을 그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던커크’(Dunkirk-오스카 작품상후보)와 ‘물의 모양’의 2파전. 한스 짐머가 작곡한 ‘던커크’의 음악은 저돌적인 반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한 ‘물의 모양’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로맨틱한데 역시 골든 글로브상을 탄 ‘물의 모양’의 수상 가능성이 짙다.
지미 킴멜이 사회를 보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4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ABC-TV의 생중계로 진행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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