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뱅상 랭동-오른쪽)가 바티칸 신부의 안내를 받으며 고위 관리를 만나러 가고 있다. |
‘성모 발현 목격’진위 조사 과정
믿음과 의심, 광기… 진지한 접근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예비수녀의 증언을 조사하는 베테런 기자의 프랑스 드라마로 믿음과 의심에 관한 얘기이자 인간의 초현실적인 것에 대한 기대 그리고 대중의 광기와 교회의 탐욕 등을 다룬 볼 만한 작품이다. 결점이 적지 않지만 차분하고 진지하며 감정과 무게를 지녔는데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믿음에 관한 얘기를 처음에 깊이 있게 다루다가 후반에 들어 엉뚱하게 수사영화 식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작품의 품위가 떨어지고 우연이 많아 신빈성도 약해지나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믿음에 관한 내용이어서 관심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특히 이 영화는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베테런 스타 뱅상 랭동의 카리스마 있고 지극히 사실적인 연기 때문에라도 볼 만하다. 다부진 체구에 과묵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흔적이 배인 얼굴의 그는 무슨 역을 해도 잘 해내는 연기파다.
시리아 내전을 취재하다 폭탄이 터져 동료기자를 잃고 청각 장애자가 된 자크(랭동)는 귀국해 동료의 죽음으로 인한 심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에게 바티칸에서 초청장이 날아온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지역에 있는 수도원의 18세 난 예비수녀 안나(갈라테아 벨루지)가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바티칸이 자크를 부른 것은 그의 기사를 신뢰하는 바티칸 고위관리가 객관적으로 성모 발현의 진위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뜻에서다.
자크가 현지에 도착했더니 성모가 발현했다는 곳에 마치 관광명소처럼 전 세계로부터 순례자들이 찾아와 장터를 방불케 하는데 수도원에서는 안나의 얼굴이 찍힌 각종 기념품을 판다. 자크가 안나를 만나 성모 발현 여부의 진위를 조사하면서 둘 간에 묘한 관계가 이어진다.
물론 자크는 안나의 증언을 의심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거짓이라고 단정 짓지도 못한다. 이런 믿음과 초현실적 현상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자크는 서서히 자기 영혼의 고통에 대한 정화작업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자크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성모 발현 시 그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동네 사람으로부터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을 듣는다. 그리고 자크는 안나에게 이 사실을 묻자 안나는 이를 부인한다. 이와 함께 안나에게 과거의 친구들로부터 편지가 전달되고 이어 플롯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스릴러 식으로 변화한다. 끝이 터무니없이 마무리되는 바람에 김이 새지만 특히 가톨릭 신자들을 비롯해 기독교 신자들에게 권할만하다. 촬영과 고전음악을 사용한 음악도 분위기에 어울린다. 사비에르 지아놀리 감독. 등급 G. ★★★ (5개 만점)
*성모 발현에 관한 명작으로 제니퍼 존스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버나뎃의 노래’(The Song of Bernatte·1943)가 있다. 1800년대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신심 깊은 프랑스 처녀에 관한 감동적인 드라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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