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형제 중 막내인 조나(왼쪽)는 엄마와 감정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다. |
10대 눈에 비친 어른들 삶·형제애·동성애… 시적이고 아름답게 그려
정열적으로 서로를 사랑하나 때론 폭력까지 동원해 싸우는 부모를 둔 어린 세 형제의 눈 그 중에서도 10세짜리 막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삶과 형제애 그리고 육체적 성장과 성적 각성(동성애)을 거칠도록 시적이요 거의 초현실적으로 아름답고 강렬하게 그린 보석 같은 소품이다.
지극히 절제된 영화로 별 얘기가 있는 것은 아니나 환상적인 촬영과 애니메이션을 동원해 표현한 아이의 내면의 온갖 생각과 감정이 피부가 상하도록 까칠까칠 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진 인상파 화가의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은 영화다.
벗은 육체들이 치열하게 부딪치고 생명력을 과시하는데 특히 경탄스런 것은 세 아이들로 나오는 비배우 소년들의 자연스런 연기다. 그야말로 짐승처럼 뛰고 다투고 도둑질 하고 또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반항하는데 이들이 나오는 첫 장면부터 화면 안으로 빨려들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중요한 배역을 맡았지만 실제로 또래 아이들이 보기엔 성적 장면(TV화면이지만)이 많다.
영화는 10대 안팎의 세 형제 중 막내인 조나(에반 로사도)의 눈과 귀와 내레이션에 의해 서술된다. 뉴욕 주 북부 시골에서 백인 엄마(쉴라 밴드)와 푸에르토 리칸 아빠(라울 카스티요)와 사는 세 형제 매니(아이재이아 크리스찬)와 조엘(조시아 게이브리엘) 그리고 조나는 “우리는 형제다”라며 똘똘 뭉친 아이들. 엄마는 소다공장에서 일하나 아버지는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한다. 영화는 이들 부부를 통해 앞날이 막막한 소시민들의 삶도 얘기한다.
엄마와 아빠는 뜨겁게 사랑하나 좌절감에 의해 자주 다투는데 그러면서도 엄마는 과거가 험남한 아빠의 육체와 성적 매력에 사정없이 빨려든다. 아이들은 이런 부모의 사랑과 애정 행위와 폭력과 화해를 순진한 눈으로 보면서 자란다. 아이들 중 위로 둘은 아버지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나 감수성이 예민한 조나는 어머니와 더 가깝다. 얘기의 부분 부분이 조나가 보고 느낀 것을 노트에 그림과 함께 빽빽이 적은 글로 서술된다.
세 형제인 어린 아이들의 우정과 분노와 좌절 그리고 희망과 육체적 감정적 성장 및 막내의 성적 각성이 사랑하고 다투고 헤어졌다 화해하는 부모인 어른들의 삶과 교직되면서 정교하게 서술된다. 특히 훌륭한 것은 시골의 자연 풍경과 함께 클로스업을 자주 이용해 인간의 육체와 감정의 동물적인 근접성을 과시하면서 아울러 조나의 상상을 환상적인 형식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촬영이다. 음악도 좋다. 원작은 저스틴 토레스의 자신의 성장기를 쓴 동명 소설. 제레마이아 제이가 감독. R. The Orchard.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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