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7월 13일 금요일

‘나무 밑에서’(Under the Tree)


잉가가 독기 어린 눈길로 이웃 발드윈네를 노려보고 있다.

정원의 나무 때문에 벌어지는 이웃과 분쟁이 증오·비극으로


최근 LA 인근 롱비치에 사는 한국인 남자가 자기가 사는 아파트 이웃 여인과의 분쟁 때문에 출동한 소방관을 사살한 사건이 말해주듯이 이 영화는 이웃과의 사소한 분쟁이 증오와 시기의 부채질을 받으면서 점점 커져 급기야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는 인간 우행에 관한 희비극이다.
시치미 뚝 떼고 사람 잡는 아이슬랜드 영화로 정원의 나무 때문에 일어나는 분쟁과 비극을 다룬 가족영화이자 블랙 코미디다. 멀쩡한 사람들이 사소한 일 때문에 감정을 상해 저지르는 끔찍한 행위에 경악을 하면서도 박장대소케 만드는 우습고도 생각하게 만드는 소품이다.
레이캬빅 교외의 장난감처럼 생긴 닮은 모양의 집에서 사는 중년 후반기의 잉가(에다 뵤르그빈스도티르)와 남편 발드빈(시구르두르 시구르존슨)의 집 정원에는 큰 나무가 있다. 둘은 고양이를 키운다. 둘의 옆집에는 개를 키우는 중년 후반기의 콘라드(도르스타인 박만)와 그의 젊은 둘째 아내로 운동을 즐기는 에이뵤르그(셀마 뵤른스도티르)가 살고 있다.
그런데 두 집은 개와 고양이처럼 사이가 안 좋다. 이유는 발드빈네 큰 나무가 콘라드의 집을 가려 큰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콘라드는 몇 번이나 발드빈에게 나무 좀 자르라고 부탁했지만 발드빈은 마이동풍. 사실 발드빈은 양순한 사람인데 독기가 있는 사람은 그의 아내 잉가. 잉가는 사사건건 젊은 에이뵤르그가 맘에 안 들어 온갖 흉을 본다. 잉가가 이렇게 마음이 검어진 데는 최근에 아들이 가출해 자살한 것이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잉가 집에는 아내 아녜스에게서 쫓겨난 다른 아들 아틀리(스타인도르 흐로아 스타인도르슨)가 얹혀살고 있다. 그가 왜 아내로부터 쫓겨났는지는 후에 콘도 입주자회의에서 밝혀진다. 그런데 아틀리는 사람이 다소 어수룩해 법을 어기고 아내에게도 알리지 않고 어린 딸을 유치원에서 불러내 둘이 함께 나들이를 하는데 그가 엉뚱하게 나중에 양가 분쟁의 희생물이 된다.
두 집 간의 분쟁이 이어지면서 잉가의 고양이가 실종되고 이어 발드빈의 개가 실종된다. 이 개가 얼마 있다 다시 나타나는데 이 장면이 소름이 끼치면서도 요절복통하게 우습다. 잉가의 독기를 품은 복수심은 거의 광기나 다름없다.
발드빈은 잉가의 광기에 휩쓸려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나 자기 차의 타이어들이 누군가에 의해 찢어지면서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체인소와 갈퀴가 등장하면서 양가의 분쟁이 전투의 양상마저 띠운다. 한편 발드빈은 아틀리에게 콘라드가 자기 집 나무를 몰래 자르지 못하도록 마당에 텐트를 치고 망을 보라고 지시한다. 클라이맥스가 기가 막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를 모르겠다.
두 집 부부로 나온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매우 뚜렷한데 배우들이 각기 자신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외면과는 달리 안은 아주 음험하고 우울한 영화다. 잘 만들었다. 하프스타인 군나르 시구르드손 감독.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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