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크락(중간)이 미네소타지점을 차린 뒤 종업원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
맥도널드 제국을 창설한 레이 크락의 실화 영화
맥도널드의 음식이 결코 자양분이 풍부하고 맛이 있는 것이 못 되듯이 이 영화도 내용이 견실하지 못하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균형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어정쩡한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끔 별식으로 맥도널드의 버거를 먹듯이 이 영화도 맥도널드 제국을 창설한 레이 크락의 실화라는 점에서 호기심 거리는 충분히 된다.
크락은 자본주의(자본주의 비판영화라고 하기엔 모질지가 못하다)가 낳은 전형적인 사업가이자 협잡꾼인데 그의 맥도널드 제국은 처음에 사실 자기 것이 아니라 남의 버거가게 이름과 메뉴를 빌린 뒤 궁극적으로 이를 가로채 세운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지녀야 하는데도 잔 리 행콕 감독은 무엇이 두려운지 이런 모진 것을 다독인 솜방망이 터치로 연출해 소스가 빠진 버거를 먹는 맛이다.
50줄에 든 크락(마이클 키튼)의 얘기로 시작된다. 체코에서 이민 온 부모 밑에서 시카고에서 성장한 세일즈맨 크락은 주머니에 술이 담긴 플래스크를 넣고 다니는 술꾼으로 쉐비를 몰고 다니면서 밀크쉐이크를 만드는 믹서를 판다. 집을 자주 비우는데다 술꾼이어서 양처인 아내 에셀(로라 던)과의 관계가 안 좋다.
세일즈 여행 중에 크락은 비서 준(케이트 니랜드)으로부터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버나디노의 맥도널드 버거가게로 부터 여러 대의 믹서를 주문받았다는 전갈을 받는다. 크락이 찾아간 패스트푸드 가게는 맥과 딕 맥도널드형제(잔 캐롤 린치와 닉 오퍼맨)가 경영하는데 이들은 손님들이 주로 찾는 메뉴만 집중적으로 만들어 신속히 재공하면서 문전성시를 이룬다. 형제의 모토는 최고의 품질 버거다.
이를 본 영악한 크락은 형제에게 가게를 확장하라고 종용, 메뉴와 식당 이름과 맥도널드의 상징인 ‘황금 아치’의 프랜차이즈권을 얻어 자기 고향이 있는 일리노이에 가게를 차린다. 크락은 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식당을 차려 아내와의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다.
그리고 사업이 성공하면서 크락은 지점을 확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 지점의 주인(패트릭 윌슨)의 금발미녀 아내 조운(린다 카델리니)과 눈이 맞는다.
크락과 조운은 둘 다 돈벌이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로 크락은 조운의 독려를 받으며 맥도널드형제를 배신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를 촉진하는 것이 크락의 재정자문인 해리(B.J. 노백)의 아이디어. 즉 프랜치이즈 확장의 관건은 버거가 아니라 부동산에 있다는 것.
여기서부터 크락은 일종의 악마처럼 변신, 맥도널드형제를 완전히 배신하고 상호와 ‘황금 아치’까지 빼앗는다.
그리고 영화의 색조와 음조도 여기서부터 전반부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서 다소 어두운 기운으로 변이하나 진짜로 어둡고 가혹하다기 보다 온건해 짜릿한 느낌이 모자란다. 볼만한 것은 키튼의 연기. 아첨 떠는 세일즈맨에서 인정사정 없는 사업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다채롭게 해낸다. PG-13. Weinstein.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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