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6월 28일 화요일

나우, 보이저(Now, Voyager·1942)


제리가 샬롯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


고혹적인 흑백촬영... 여성영화의 결정판


여성영화의 결정판 로맨틱 드라마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영화 중 하나다. 나는 이 영화로 주인공 베티 데이비스에게 반해 아직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어빙 래퍼 감독. 원작은 올리버 히긴스 프루티의 소설로 제목은 월트 위트만의 시 ‘풀잎’ 중에서 ‘이제, 항해자여 구하고 찾기 위해 돛을 올리세’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보스턴 상류층의 샬롯 베일(데이비스)은 폭군적인 어머니(글래디스 쿠퍼)의 통제 밑에 살면서 병적으로 소심하고 수줍어하는 혼기를 놓친 여자. 샬롯은 정신과 의사 자퀴스(클로드 레인즈)의 권유에 따라 남미행 여객선을 타는데 여기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세련된 신사 제리 더랜스(폴 헨리드-‘카사블랑카’의 잉그릿 버그만의 남편 역)를 만나면서 생애 처음으로 사랑의 기쁨에 빠진다.
제리는 병약한 아내와 헤어질 수 없는 처지로 오직 딸 티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켜나간다. 샬롯과 제리는 짧은 항해 중의 로맨스를 남기고 헤어지는데 이 로맨스로 인해 샬롯은 백합처럼 활짝 피어나고 귀가해 어머니에게 자신의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샬롯은 자퀴스가 돌보는 과거의 자기처럼 영혼을 잃어버리다시피 한 티나를 만나 소녀를 자기 딸처럼 돌본다.
보스턴에 업무 차 들른 제리와 샬롯은 재회의 기쁨 속에 둘의 사랑을 재확인하나 결합치 못하고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센티멘털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오스카상을 탄 맥스 스타이너의 음악과 눈부시게 고혹적인 흑백촬영(솔 폴리토)이 섬세한 연기와 함께 작품의 수준을 단순한 소프오페라에서 수준 높은 로맨스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잊지 못할 모습은 제리와 샬롯의 흡연 장면. 밤의 여객선 갑판 위에서 제리가 담배 두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샬롯은 제리가 건네준 담배를 자기 입에 무는데 접순 없는 뜨거운 키스신이다. 샬롯이 제리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가 멋있다. “우리 달을 원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에겐 별들이 있으니까요.” 이어 카메라가 별이 가득한 하늘을 향해 오르면서 영화는 끝난다. 28일 하오 1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윌셔와 페어팩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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