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록가수 매니저 리치는 아프간 소녀 살리마(왼쪽)를 TV쇼에 출연시킨다. |
아프가니스탄 판 ‘아메리칸 아이돌’
주름살이 잔뜩 진 얼굴로 오만상을 찌푸려 가며 시치미 뚝 떼고 사람 웃기는 빌 머리의 영화는 웬만하면 다 괜찮은데 이 것은 엉망이다. 아프가니스탄 판 ‘아메리칸 아이돌’로 영화가 힘이 없고 늘쩍지근한데다가 마치 사막에서 길을 잃은 듯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얘기가 촛점을 잃고 그냥 되는대로 식인데 코미디로서 우습지도 않고 드라마로서도 극적 재미가 없다. 사실 내용의 중심인물이 아프가니스탄 최초로 과감하게 TV노래 경연대회에 나온 여자(실제 인물로 리마 사하르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인데도 영화는 할리웃 수퍼스타인 빌 머리에게 아첨 하듯이 그가 맡은 역인 한 물 간 록뮤지션 매니저 리치의 횡설수설과 갈팡질팡에 조명을 비추고 있다. 재주 있는 빌 머리와 함께 명장인 배리 레빈슨의 실패작이다.
밴나이스의 모텔에 매니저 사무실을 차려 놓고 가수 지망생들의 돈이나 사기쳐 먹고 사는 리치는 바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위문공연 관계자의 주정을 듣고 가수 지망생인 여비서(조이 데샤넬)를 데리고 한탕 하려고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도착한다.
여비서가 도착하자 마자 리치의 돈과 여권을 훔쳐 미국으로 돌아 가면서 리치는 낯 설고 물 선 이역만리 타국에서 외톨이가 된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이니 만큼 리치는 별로 흥분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리치는 전쟁판에서 돈을 벌려고 뛰어든 미국인들인 용병(브루스 윌리스)과 군수업자들(대니 맥브라이드와 스캇 칸) 그리고 황금의 마음을 지닌 창녀 머시(케이트 허드슨) 등을 알게 된다.
리치와 머시는 매우 가까운 사이로 발전 하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은 어떻게 머시가 돈 도 떨어지고 나이도 먹은 인생 낙오자인 리치를 사랑하는가 하는 것. 사랑이 아무리 눈이 멀었다 해도 이 관계는 불가사의다.
그런데 어쩌다 리치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마을 지도자의 딸 살리마(레엠 루바니)가 동굴에 숨어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그 재주에 경탄, 살리마를 카불의 노래자랑 TV쇼 ‘아프간 스타’에 출연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살리마는 리치의 힘으로 온갖 장애를 극복, 쇼에 나가 무슬림 미국가수인 캣 스티븐스의 노래를 영어(왜?)로 부른다. 그런데 실제로는 리마 사하르가 오디션에 나가 합격해 쇼에 나갔는데 할리웃 영화이니 만큼 미국인 리치가 아프가니스탄인 살리마의 구세주 노릇을 하고 있다.
R. Open Road.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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