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둥근 달 아래‘올 모차르트’




얼굴이 달아 오른 둥근 달이 뜬 여름밤 미풍 속에 상쾌하고 생기발랄하게 기지개를 활짝 펴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모차르트의 음악은 완전한 원과도 같다던 내 친구 C의 말이 떠올랐다. LA필을 지휘하는 구스타보 두다멜도 사뭇 모차르트가 즐겁기만 하다는 듯이 소년처럼 신이 났다.
지난달 30일 할리웃보울에서 연주된 ‘올 모차르트’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제치고 내가 진짜 여름밤의 음악이라는 듯이 뽐을 냈다.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있고 우습고 또 총기가 반짝이는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새삼 친구의 모차르트에 대한 정의를 깨달았다.
할리웃보울을 둘러싼 나무들이 정글이야 될 수 없겠지만 이 날 밤만은 보울은 모차르트가 찾아온 정글이었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은 이 날 클래시컬 음악드라마 시리즈 ‘정글 속의 모차르트’(Mozart in the Jungle)를 방영하는 아마존의 초청을 받고 보울 연주회에 참석했다.
이 드라마는 뉴욕심포니와 이 심포니의 다소 야단스런 지휘자 로드리고 데 수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얘기로 이 날 로드리고가 LA필의 객원지휘자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지휘하는 장면을 생으로 촬영했다. 이 장면은 시리즈 제2시즌 제1에피소드에 내보낸다.
뉴욕심포니와 로드리고는 LA필과 두다멜을 모델로 했고 뉴욕심포니의 이사장 글로리아(버나뎃 피터즈)도 LA필의 여사장 데보라 보다가 모델이다. 특히 두다멜과 베르날은 각기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태생의 라티노들로 베르날이 두다멜의 지휘를 본 딴데다가 둘 다 작달만한 키까지 비슷해 시리즈에서 로드리고를 볼 때면 두다멜이 떠오른곤 한다.        
음악회는 두다멜의 지휘로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에 이어 이날 화려하게 보울무대에 데뷔한 알리스 새라 오트의 멋들어진 연주로 피아노협주곡 제21번(C장조)이 연주됐다. 휴게시간 후 청중의 박수와 환호 속에 등단한 베르날이 LA필을 지휘하기 전 비디오로 두다멜이 베르날에게 지휘를 지도하는 모습과 함께 둘의 대담 장면이 스크린에 영사됐다. 둘은 마치 아이들이 장난치듯이 즐거운 모습으로 베르날이 두다멜에게 “내가 당신 직업을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하자 청중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런데 사실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베르날의 지휘로 LA필이 연주했다기보다는 베르날이 LA필을 따라 갔다고 해야겠는데 어쨌든 베르날은 익살맞고 코믹한 표정과 제스처를 써가면서 능숙하게 지휘, 청중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베르날 즉 로드리고의 이날 LA필 지휘로 보울은 활기왕성하고 즉흥적인 분위기에 감싸였는데 LA필이나 청중이 모두 장난기 짙은 유희를 즐기는 것 같았다.
음악회는 이어 소프라노 미아 페르손과 베이스-바리톤 제럴드 핀리가 ‘돈 조반니’와 ‘코지 판 투테’의 아리아를 부르고 ‘마적’의 이중창을 부른 뒤 ‘썰매타기’의 댄스곡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연주회 후 무대 뒤에서 두다멜과 베르날을 만나 선 채로 잠시 환담을 나눴다. 아직도 소년 티가 나는 두다멜은 자기는 음악을 매우 사랑한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그를 보면서 음악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뉴욕과 LA의 음악 차이와 함께 현대음악을 어떻게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브람스만 듣기를 고집하는 팬들에게 주지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이에 대해 두다멜은 “나는 그래서 늘 고전과 현대음악을 섞어 프로그램을 짠다”면서 “동부에서 이런 프로그램으로 연주할 때마다 매진이 되곤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락뮤직도 매우 좋아한다면서 “나는 라틴 피가 흘러 라틴음악을 특히 사랑한다”고 말했다.
베르날에게는 “당신 클래시컬 뮤직을 좋아했었느냐”고 물었더니 “이 시리즈 탓에 팬이 됐다”면서 “그래서 CD도 상당히 많이 샀다”고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두다멜(사진 오른쪽) 과 베르날이 나란히 서서 웃고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정다운 형제처럼 보기에 좋다.            
이날 연주회의 백미는 오트의 피아노협주곡 제21번 연주. 가느다란 체구인데도 강단이 있고 폭발적인 정열을 지녔는데 이런 강렬성이 거의 감지하기 힘들 정도의 섬세함과 조화를 이뤘다. 교향곡 스타일의 제1악장과 빠른 론도의 제3악장을 연주할 때는 가느다란 팔의 근육이 튀어나오도록 힘차다가 서정과 우수가 가득한 음의 색깔로 그린 고운 그림과도 같은 제2악장에서는 건반을 조심스럽게 애무했다. 두 손뿐만 아니라 입술과 눈과 얼굴 표정마저 사용해 가면서 때론 음을 오케스트라에 전달하면서 연주, 듣는 나도 연주자와 함께 마치 꿈에 취한 듯이 음악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브라바!”가 터져 나왔다.
모차르트의 표현력 풍부한 피아노협주곡 제21번은 스케일 크고 위풍당당하면서도 아름답고 리드미컬한 곡으로 그의 협주곡 중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곡의 아름다운 제2악장 안단테는 젊은 두 연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1967)에서 효과적으로 쓰여 그 후 이 협주곡에는 ‘엘비라 마디간’ 협주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댓글 1개:

  1. 거..
    나도 가 볼걸 그랬네.
    Mia Person을 참 좋아 하는데.
    Mozart Piano Concerto #21 도 좋고.
    Mozart 에 미쳐 Salzburg 에 두번이나 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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