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5월 22일 금요일

‘워터 디바이너’감독·주연 러셀 크로




“10여년 구상 끝 감독 데뷔… 배우보다 흥미”


부모-자식 관계는 모든 것 초월, 영적 접근능력까지 생겨
여행은 항상 마법같아… 최근 한국방문도 정말 멋진 경험


1차 대전 터키의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했다가 종전 후 4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세 아들을 찾아 터키로 간 호주농부 조슈아의 전쟁 액션영화이자 가족 드라마인‘워터 디바이너’(The Water Diviner)로 감독에 데뷔하고 주연도 한 러셀 크로(51)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제목은 나뭇가지나 철사로 지하수를 찾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감정의 기폭이 심해 심술첨지로 알려진 크로는 자기가 처음 감독한 영화를 위한 인터뷰여서 그런지 일어서서 상소리를 섞은 농담을 하면서 신이 나서 질문에 대답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비만해 보이는 호남형의 크로는 굵은 음성으로 유머를 구사해 가며 질문에 대답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진지했다. 인터뷰 후 필자와 사진을 찍을 때 크로는 “나는 한국에서 정말로 훌륭하고 멋있는 경험을 했다”면서“크게 즐겼던 나라”라며 큰 미소를 지었다. 필자가 이에“다시 방문하라”고 하자 그는 윙크로 대답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터키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무엇을 배웠는가.
“터키는 역사가 깊은 나라로 방문하기에 멋있는 나라다. 아름답고 볼 것이 많은 나라다. 나는 이스탄불을 비롯해 터키의 여러 곳을 방문했는데 터키 정부와 영화계가 우리를 진정으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화 끝에 가서 당신과 당신이 묵던 콘스탄티노플 호텔의 매니저로 전쟁미망인 역의 올가 쿠리렌코가 서로 미소를 주고받던데 이는 둘이 그 뒤로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됐다는 것을 뜻하는지.
“그것은 당신의 추측일 뿐이다. 둘은 영화에서 손도 안 잡고 키스도 안 한다. 둘은 서로 슬픔을 나누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뿐으로 영화 끝에 가서 둘 간에 어떤 감정이 일어날 소지는 있으나 우린 그것이 어떤 소지인지를 결코 모른다. 둘의 결합 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는 있지만 영화는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끝난다.”

-영화에서 터키를 침공한 그리스 군을 일종의 악한들로 묘사했는데 이 영화를 반 그리스적이라고 불러도 되겠는가.
“난 이 영화가 그리스를 비난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터키와 그리스 간의 충돌은 역사에 충실한 것이다. 그것은 오토만제국 초기로까지 올라간다. 영화는 그리스 측의 눈으로 본 얘기가 아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아들들의 유골을 찾으러 터키에 간 호주 농부의 것이다.”

-오토만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금은 안다. 이 영화는 그 제국의 융성이 아닌 해체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제국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다룰 수는 없었다. 내가 터키여행에서 얻은 값진 경험은 터키공화국의 최초의 대통령이었던 무스타파 케말이 사용했던 방에 앉았던 일이다. 침대와 그가 피우던 담배꽁초가 담긴 재떨이가 그대로 있더라. 터키 국민들의 그에 대한 존경심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디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조슈아(가운데)가 아들의 유골을 찾으러 격전지로 들어가는 것을 영국군이 저지하고 있다.
“호주 영화계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피터 위어, 프레드 스켑시, 브루스 베레스포드, 필립 노이스 및 질리안 암스트롱 감독들의 작품을 생각했다. 이 영화는 비록 규모는 커 보이나 독립영화다. 나는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데뷔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싸게 만드는 방법을 안다.”

-당신은 실제로도 영화에서처럼 아들들과의 관계가 가까운지. 
“부모란 아이를 가지자마자 세상만사를 부모의 프리즘으로 보게 된다. 자식과의 연계는 모든 것을 초월한 것이다.”

-영화 처음에 조슈아는 손에 든 두 개의 철사로 지하수를 찾아내는데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며 정확한가.
“철사나 나뭇가지로 지하수를 찾아내는 일은 호주에서는 180년 전부터 있었다. 그것은 과학적인 일이다. 호주뿐 아니라 다른 곳의 건조한 땅에서도 그 방법을 쓸 수가 있다.”

-조슈아는 영화에서 아들들의 유골을 찾을 때도 그 방법을 쓰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조슈아는 아들의 일기를 참고로 유골을 찾아낸다. 아들의 소속부대가 어디서 싸웠다는 것을 알고 그 장소를 찾아가 자신의 영적 능력을 동원해 지하수 찾는 식으로 유골을 찾았다. 부모란 자식에 대해 영적 접근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마법이 아니라 사실적인 일이다.”

-당신은 두 아들(11세와 8세)을 어떻게 훌륭한 아들들로 키우고 있는가.
“난 직업 때문에 여행을 자주해 다른 부모들보다 그 문제에 있어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젠 보다 많은 시간을 호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매우 강하고 기본적인 일의 윤리를 저버리는 것을 가르쳐주는 셈이다. 우린 늘 아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학교를 나오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나는 그들에게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노동의 윤리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왜 감독을 하려고 하나.
“돈이나 영예 때문이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정열 때문이다. 이 영화는 수년간 머리에 구상을 해왔다. 감독을 하겠다는 것은 14년 전부터 생각해 온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도전해 볼 만한 각본을 찾아보지 못했다. 극영화 대신 난 그동안 세 편의 장편 기록영화와 30여편의 비디오 클립을 찍었는데 이것이 나의 감독교육인 셈이다. 이제 감독으로 나선 것은 이 영화의 각본 때문이다. 글을 읽고 그것에 깊은 연관성을 느꼈다. 특히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 때문이다. 글을 읽은 뒤 내 가슴으로부터 이 글에 대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나만이 이 각본을 생명체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여섯 살 때부터 배우 노릇을 했기 때문에 세트에서의 지식은 충분히 갖춰 그것이 감독에 도움이 됐다. 따라서 자신도 있었고 일에서 위안도 받았다.” 

-당신의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도전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잘 따르는가.
“다니엘(스펜서)은 훌륭한 엄마다.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작정한 규칙은 영화를 찍을 때 아내와 내가 함께 여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을 매번 다른 학교에 입학시켜야 하고 친구도 자꾸 바뀌는 바람에 아이들의 근본에 심한 변동이 일어나곤 했다. 그러나 이젠 내가 영화를 위해 여행을 떠나면 아이들을 못 본다는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들을 위한 희생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지금 시드니에 살고 있다.”

-다니엘과 아직도 결혼한 상태인가.
“별거했으나 아직 이혼은 안 했다.”

-이 영화는 호주에서 이미 빅히트를 했는데 소감이 어떤지.
“기대치 않았던 일이다. 2014년의 최고 흥행성적을 낸 호주 영화다. 특히 미국의 대작들과 겨뤄 흥행에서 이겼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호주의 오스카상인 작품과 의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5개의 호주영화비평가협회 상도 받았다. 과거 15년간 내 영화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거지발싸개 같은 녀석들이 상을 줬다.”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워터 디바이너는 사실 내 아버지다. 1978년인데 지하의 깨진 수도파이프 위치를 찾아낸 사람이 내 아버지다. 아버진 그 때 집에서 철사 옷걸이를 가지고 나와 파이프가 깨어진 곳을 찾아냈다. 아버지는 내게 많은 훌륭한 일들을 가르쳐 줬다. 그는 다방면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난 어렸을 때 밤에 몰래 아버지와 어머니가 돈을 어디서 벌어오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는데 겁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절대로 내가 그런 문제를 알도록 하지 않았다. 축구화를 비롯해 언제나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사 줬다. 아버지의 제일 법칙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공급해 준다는 것이었다. 엄격하지 않으면서도 잘 지도를 했다. 음성을 높인 적도 없다. 내가 15세가 되기 전까진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욕을 하지 않았다.”

-당신은 여행을 자주 하는데 훌륭한 여행자인지.
“가능하면 새 곳의 진수를 배우려고 한다. 새로운 곳의 문화적 유산을 볼 때면 마법에 걸리는 것 같다. 최근에 처음으로 한국엘 갔었는데 그것은 정말로 멋진 경험이었다. 새로운 곳의 문화를 경험하고 또 그것에 마음 문을 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감독 데뷔에 대한 소감은 어떤지. 
“내 나이와 내 경험에서 본다면 감독은 배우보다 훨씬 더 흥미 있는 일이다. 물론 이 감독 데뷔는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배우들이 연습 없이 단시간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통례인데 난 그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영화의 배우들과 2주간의 리허설을 했다. 그래야 배우들이 육체적 감정적 그리고 지적으로 준비가 제대로 된다. 따라서 준비가 작품의 좋은 성공의 열쇄라고 본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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