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0월 20일 월요일

버드맨(Birdman)

리간(마이클 키튼·왼쪽)과 팬티바람의 마이크(에드워드 노턴)가 주먹대결을 벌이고 있다.

‘왕년의 스타’할리웃 컴백 시도 블랙 코미디 


속편을 계속해 만드는 할리웃 블락버스터 영화에 대한 조롱기 섞인 풍자이자 브로드웨이의 할리웃에 대한 위선적인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매우 심각하고 진지한 드라마이자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블랙코미디다.
오래간만에 본격적인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자 컴백을 시도하는 왕년의 수퍼스타의 필사적인 안간힘을 통해 명성과 창의성 그리고 힘의 대결과 유명세 및 외부의 압력 등 영화와 연극계의 각종 긍정적이요 부정적인 면을 밀도 있게 그렸다.
이와 함께 스타들의 이고와 배우로서 한 개인의 자기 구제를 초현실적인 장면들과 함께 일사불란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린 독창적인 작품이다. 내용이 거의 시종일관 브로드웨이의 역시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전개돼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협소감은 물 흐르듯 하는 카메라 동작과 위협적이요 박력 있는 재즈드럼의 배경음악 그리고 주인공의 하늘을 비상하는 상상에 의해 위무된다.
특히 영화 전부를 마치 단 한 번의 컷도 없이 찍은 것 같은 멕시코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유려하고 과감한 촬영이 찬사를 받을 만하고 배경음악으로 쓴 말러와 차이코프스키 및 라흐마니노프의 로맨틱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 여러 가지로 칭찬 받을 만한 예술적이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감독은 ‘바벨’과 ‘21그램’ 등을 만든 멕시코의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공동 각본)로 그는 늘 도전적인 주제를 즐겨 다루는데 영화를 보면서 자기 경험을 어느 정도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간 톰슨(마이클 키튼)은 할리웃의 블락버스터 영화 ‘버드맨’으로 수퍼스타가 된 배우로 영화의 제4편에 나오기를 거부한 뒤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런 내용은 ‘배트맨’으로 나와 수퍼스타가 됐다가 시리즈 제3편에 나오기를 거절한 뒤로 인기가 시들해진 키튼의 사정을 똑 닮아 마치 그의 전기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리간이 ‘버드맨’ 이후 20여년만에 재기를 노리는 작품은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 ‘우리가 사랑에 관해 얘기할 때 얘기하는 것들’을 각색한 연극. 리간은 이 4인극을 각색하고 감독하고 공연도 하면서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의 배우로서의 컴백과 함께 존경과 인정을 모두 추구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할지 불문가지인데 이 스트레스는 “영화배우나 하라”면서 리간을 조롱하고 몰아붙이는 리간의 또 다른 자아인 자기 내부의 ‘버드맨’의 음성 때문에 곱으로 증가한다.
연극에는 리간 외에 콧대 높고 미끈미끈한 유명 영화배우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턴이 팬티바람으로 얄밉도록 매끈한 연기를 잘 한다)와  역시 영화배우인 마이크의 과거 애인 레즐리(네이오미 와츠) 및 리간의 애인 로라(안드레아 라이스보로)가 나온다. 그런데 마이크가 연극을 혼자 말아먹으려 들면서 리간과 충돌이 일고 레즐리는 이것이 브로드웨이 데뷔여서 초조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할리웃 출신의 자기를 파멸시키려고 벼르는 막강한 연극 평론가 타비타(린지 던칸이 잠깐 나오지만 매우 인상적이다)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게다가 막 약물중독자 치료소에서 나온 딸 샘(엠마 스톤)이 블로거도 없고 트위터도 없는 아버지야 말로 완전히 한물간 공룡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리간에게 악을 써댄다.
리간은 자기 사비를 털어 만드는 연극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재기하려고 하지만 회의에 시달리는데 그럴 때마다 ‘버드맨’이 되어 하늘을 나르며 시름을 달랜다. 후반에 들어 마이크와 로라와 레즐리의 역할이 약해지는 것이 흠이긴 하나 독창적이요 신랄하고 냉소적이면서 또한 정이 있는 영화다. 볼만한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노출시키면서 맹렬하고도 연민의 감을 느끼게 하는 키튼의 연기로(오스카 후보상감이다) 그가 팬티바람으로 브로드웨이를 활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R. Fox Searchlight.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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