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월 20일 월요일

[주말산책] 나의 베스트 텐





할리웃은 2013년 총 109억달러에 이르는 흥행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할리웃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2013년은 영화의 질과 다양성에서 모두 훌륭했던 해로 특히 흑인문제를 다룬 좋은 영화들이 여러 편 나왔다.
프로야구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전기 ‘42’와 모두 8명의 대통령을 돌본 백악관의 흑인 집사의 얘기 ‘리 대니얼스의 버틀러’ 그리고 북가주 오클랜드 전철역의 흑인 청년 총격 피살사건을 다룬 ‘프루트베일 스테이션’ 및 노예문제를 다룬 ‘12년간의 노예생활’ 등은 모두 호평과 함께 흥행도 잘됐다.
2013년은 또 1980년대 액션영화의 우상들이었던 실베스터 스탤론(67)과 아놀드 슈워제네거(66)가 양수겸장으로 흥행서 죽을 쑨 해이기도 하다.
2013년 기자가 본 300편에 가까운 영화들 중 거의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나의 최고의 영화는 우주 스릴러 ‘그래비티’(Gravityㆍ사진)다.
멕시코의 알폰소 쿠아론이 감독한 이 입체영화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영화의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영적이요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심오한 작품이다.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 그리고 두려움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획기적 영화로 샌드라 불락과 조지 클루니가 나온다.
‘그래비티’에 이은 나의 2103년도 베스트 텐을 알파벳순으로 적는다.
2.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인도양을 항해 중이던 요트가 사고로 배 옆구리에 큰 구멍이 나면서 배를 몰던 남자(로버트 레드포드)가 온갖 지혜와 용기를 구사해 가면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친다. 레드포드(77)의 원맨쇼로 대사가 거의 없는 무성영화와도 같다.
3. ‘자정 이전’(Before Midnight)-리처드 링크레이터 감독의 ‘해 돋기 이전’(1995)과 ‘해 지기 이전’(2005)에 이은 대사 위주의 로맨스 3부작의 마지막 편. ‘해 돋기 이전’에서 유로레일 안에서 만나 사랑이 싹텄으나 헤어졌다가 ‘해 지기 이전’에서 재회한 미국인 제시(이산 호크)와 파리지엔 셀린(줄리 델피)은 이제 파리에서 살면서 딸 쌍둥이를 둔 중년의 커플. 여름 휴가차 그리스에 온 둘이 먹고 마시고 걷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투고 화해하고 후회하고 포옹하면서 중년 부부의 공통된 삶의 권태와 아픔과 함께 기쁨과 사랑을 재확인한다. 삼삼하게 매력적인 로맨스 영화다.
4. ‘푸른색이 가장 따뜻한 색’(Blue Is the Warmest Color)-고교 시니어인 여학생과 미술을 전공하는 여대생 간의 격정적이요 영육을 불사르는 사랑. 러브신이 극사실적으로 노골적인 프랑스영화.
5. ‘이너프 세드’(Enough Said)-둘 다 이혼한 싱글 페어런트들인 중년 남녀(제임스 갠돌피니와 줄리아 루이스-드라이퍼스)의 두 번째 기회인 사랑을 사실적이요 촉촉한 봄비의 감촉처럼 부드럽게 그렸다. 얼마 전 로마서 급사한 갠돌피니(토니 소프라노)의 유작 중 하나다.
6. ‘프랜시스 하’(Francis Ha)-뉴욕에 사는 젊은 댄서의 꿈과 좌절과 우정과 사랑 등 일상사를 날듯이 상쾌하게 그린 흑백 소품. 프랜시스 역의 키 큰 요정과도 같은 그레타 거윅의 사뿐한 모습과 연기가 아름답다. 아! 청춘의 기쁨과 슬픔이여. 그런데 프랜시스의 성은 하씨가 아니다.
7. ‘허’(Her)-가까운 미래의 LA. 연애편지 대필가인 젊은이(와킨 피닉스)가 컴퓨터 속의 인공지능인 여자(스칼렛 조핸슨의 음성)와 사랑한다. 첨예화한 기계시대의 인간 대 인간의 접촉의 아쉬움과 고독을 차분하고 로맨틱하고 또 소슬하게 묘사했다.
8. ‘보이지 않는 여인’(The Invisible Woman)-찰스 디킨스(레이프 화인스 감독 주연)와 그가 숨겨둔 정부이자 뮤즈(펠리시티 존스)인 여인과의 관계.                    
9. ‘네브래스카’(Nebraska)-몬태나주에 사는 노인(브루스 던)이 100만달러 경품에 당첨됐다는  통보를 받고 돈을 받으러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네브래스카주로 향한다. 향수감 짙은 흑백 코미디 드라마.
10. ‘스펙태큘라 나우’(The Spectacular Now)-고교 시니어들인 두 10대 남녀 학생의 사랑과 갈등과 이별과 재회를 사실적이요 절실하니 곱게 그렸다.
이 밖에도 ‘과거’(The Past) ‘필립스선장’(Captain Phillips) ‘머드’(Mud) ‘사냥’(The Hunt) ‘공격’(The Attack) ‘부전자전’(Like Father Like Son) ‘바람이 인다’(The Wind Rises) ‘필로메나’(Philomena) ‘차일즈 포즈’(The Child’s Pose) ‘어네스트와 셀린’(Earnest & Celine) ‘숏 텀 12’(Short Term 12) 및 ‘메이지가 아는 것’(What Maise Knew) 등이 기억에 남는다.        
                               -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1.3.2014.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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