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보모이자 가정부인 메리 파핀스는 궁지에 빠진 뱅스 가족을 돕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다. |
환상의 마법세계로… 춤과 노래 흥겨운 뮤지컬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노래와 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모든 것이 지나쳐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온 가족이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과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1964년에 디즈니가 만든 줄리 앤드루스와 딕 밴 다이크가 나온 ‘메리 파핀스’의 속편인데 소란을 떨지 않고 다정하고 아름답고 포근하고 또 인간미가 넘치는 전편에 비하면 속편은 전편을 능가해야 되겠다는 식으로 과한 무리수를 썼다. 겉은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데 내용은 부실한 마법이 결핍된 마법영화다.
또 하나 결점은 뮤지컬로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도 어느 것 하나 전편의 ‘침 침 치리’처럼 듣자마자 따라 부를 수 있게 친근감이 가는 것이 없다는 점. 속편에 나오는 노래 중 그런대로 가장 나은 것은 영화 처음에 굴뚝 청소부 버트(린-마누엘 미란다)가 부르는 ‘언더니스 더 러블리 런던 스카이.’
이 영화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작품(코미디/뮤지컬), 남녀 주연 및 음악 등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막상 그 많은 노래 중 단 한곡도 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20세기 초 런던. 전편에서 어린 아이로 나온 마이클 뱅스(벤 위셔가 어색하다)는 이제 삼남매를 둔 아버지로 아이들과 함께 사망한 아내를 그리워한다. 마이클의 착한 여동생 제인(에밀리 모티머)이 오빠 가까이 살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런데 마이클이 집을 산 대부금을 3개월 치나 못 내 집이 은행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이 때 하늘에서 메리 파핀스(에밀리 블런트)가 우산을 펴들고 내려와 마이클의 아이들의 보모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핀스는 아이들에게 온갖 마법의 신통력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와 함께 굴뚝 청소부 버트도 마이클의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데 버트는 제인을 좋아한다.
영화에서 오지그릇에 그려진 그림들 속으로 아이들이 들어가 환상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노래와 춤이 있는 장면은 너무 길고 요란해 머리가 다 어지러울 정도다. 만화와 라이브 액션을 혼성한 이 장면은 보는 사람에게 마법의 경이를 보여 준다기보다 소음과 함께 무질서를 보는 것 같다.
블런트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열심히 연기를 하지만 깨끗하고 순수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던 줄리 앤드루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메릴 스트립과 앤젤라 랜스베리가 캐미오로 나와 저마다 한 곡조씩 뽑는 것도 공연한 짓. 그러나 전편의 굴뚝 청소부 버트로 나온 밴 다이크가 영화 끝에 호호백발의 할아버지로 불쑥 나와 잠깐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즐겁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할러데이 시즌에 맞는 영화이긴 하다. 롭 마샬 감독. PG 등급. Disney.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