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신의 섭리’(The Divine Order)

노라와 남편 한스. 뒤에‘주부 파업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평범한 주부서 여권운동가로 변신하는 과정 아담하고 재미있고 그려


1971년 알프스 인근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여권운동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아담하고 재미있고 경쾌하게 그린 스위스영화다. 집 밖에는 모르던 여자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면서 자아발견을 함과 동시에 주위의 사람들에게 까지도 혁신의 바람을 몰아다주는 ‘여성 만세’ 드라마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심각한 주제를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하게 이끌어가는 여류 감독 페트라 볼페의 솜씨가 사뿐하다. 시의에 어울리는 얘기이기도 한데 어떻게 끝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긴장감이 새는 것이 흠이다. 보기 좋은 것은 주인공을 비롯한 조연진의 다양한 연기. 독어 대사에 영어자막.
노라(마리 로이엔베르거)는 목재공장에 다니는 남편 한스(막스 지모니쉑)와 어린 두 아들 그리고 시아버지와 가사를 돌보는 전형적인 모범주부. (*노라라는 이름은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의 주인공인 여권해방론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리라). 노라는 자기도 직업을 갖고파 보수적인 남편에게 얘기했다가 딱지를 맞는다. 당시 스위스 법으로 아내는 남편의 허락 없이는 직업도 못 가진다. 그러니 여자에게 투표권이 있을 리가 없다. 
노라가 여권운동에 앞장서게 된 직접적 이유는 자기 언니(라헬 브라운슈바이크)의 반항적인 딸 한나(엘라 룸프)가 장발의 오토바이족 애인과 함께 달아났다가 붙잡혀 수용소에 갇히게 되면서다. 한나가 그렇게 된 데는 노라의 책임도 있기 때문. 
여기서부터 얌전하던 노라는 남편과 주위 남자 그리고 일부 여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여권운동에 나선다. 이에 동조하는 여자들 중에 특히 돋보이는 여자가 옛날부터 여권운동에 나섰던 7순의 브로니(지빌레 브룬너)와 이탈리아에서 이주한 신여성 그라지엘라(마르타 조폴리). 
이들과 나머지 여성들은 그라지엘라의 식당에 본부를 차리고 투표권을 비롯한 각종 여권신장운동에 돌입한다. 그리고 노라 등은 베른에서 열리는 여권운동 시위에 동참하고 스웨덴에서 온 여성 선각자로부터 여자의 은밀한 부분이 지닌 힘을 배운다. 그러나 노라와 동지들의 여권 운동에 남자들이 마이동풍 식으로 나오자 이들은 아내와 어머니 역을 거부하는 스트라이크를 시작한다. 
영화 끝에 남녀평등이 스위스 헌법에 명기된 것은 1981년이요 전 스위스에서 여성이 투표권을 얻게 된 것은 1990년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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