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3월 22일 화요일

길다(Gilda)


요염한 길다가 선정적인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다.

‘섹스의 여신’리타 헤이워드 스타로 만든 영화


 ‘섹스의 여신’이라 불린 리타 헤이워드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준 1946년 작 흑백 필름느와르로 ‘최고급의 쓰레기’ 같은 영화라는 평을 들었었다. 어깨가 훤히 드러난 이브닝가운을 입은 클럽 여가수 길다(헤이워드)가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풍만한 허벅지를 노출한 채 어깨까지 오는 긴 장갑을 천천히 벗어던지며 느린 템포의 음악에 맞춰 온 몸을 뒤틀면서 ‘풋 더 블레임 온 메임’이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 하나로 할리웃 영화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삼각관계와 범죄와 살인 그리고 뜨거운 정열이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떠돌이 도박꾼 자니(글렌 포드)는 카지노 클럽 주인 밸린(조지 매크레디)에게 고용돼 클럽의 매니저가 되고 아울러 그의 심복이자 친구가 된다. 
여행을 떠났던 밸린은 관능적인 길다를 데리고 돌아오는데 운명의 장난이랄까 길다는 과거 자니의 애인. 아직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자니와 길다는 간절한 눈길을 나누는데 밸린은 자니를 자기 아내가 된 길다의 바디가드로 만든다. 
나치가 조종하는 범죄조직과 연루된 밸린은 조직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경비행기를 타고 도주하다가 바다에 추락한다. 의리의 사나이 자니는 자기를 떠났던 길다가 다시 사랑의 불길을 점화시키려고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데 이 때 죽은 줄 알았던 밸린이 나타나 배신녀 길다와 자니를 처치하려고 달려든다.
이 영화는 헤이워드를 위해 만든 영화로 그는 이 영화로 인해 세상의 뭇 남자들로부터 ‘요부 길다’로 여겨지면서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리타는 중동의 왕족 알리 칸의 아내였는데 결국 이들의 관계도 아내에게서 길다를 찾는 남편 때문에 파국에 이르고 말았다. 컬럼비아사 작품으로 감독은 찰스 비더. 22일 하오 1시 LA카운티 뮤지엄(윌셔와 페어펙스) 내 빙극장. 
한편 29일 하오 1시에는 역시 헤이워드가 당시 남편이었던 오손 웰즈(감독 겸)와 공연한 흑백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자’(The Lady from Shanghai·1948-★★★★)가 빙극장에서 상영된다. 아일랜드 태생의 항해자요 모험가인 마이클(웰즈)이 나이 먹은 백만장자 배니스터(에버렛 슬로에인)와 그의 탐스러운 아내(헤이워드)와 함께 배니스터의 태평양 요트(할리웃 황금기의 수퍼스타 에롤 플린의 요트 ‘자카’) 항해에 동행하면서 복잡하고 괴이한 살인사건에 휘말려든다. 촬영이 눈부신 특이한 스릴러로 영화로 클라이맥스의 ‘거울의 방’에서의 총격장면이 아찔하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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