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매드 맥스: 분노의 길 (Mad Max: Fury Road)


맥스(왼쪽)와 퓨리오사가 쫓아 오는 무리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활화산처럼 터지는 ‘폭력의 미’


몬스터 트럭들의 황무지 왕복 질주 광란의 액션으로 얘기는 다소 빈약하나 ‘댐 굿 무비’다. 시종일관 에너지가 활화산 터지듯 분출되면서 관객의 감관을 마비시키는 잘 만들고 재미 만점의 영화로 대형 화면에 펼쳐지는 스펙태클의 본 떼를 보여준다. 
30여년 전에 멜 깁슨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매드 맥스’를 감독(각본 겸)한 조지 밀러가 새 매드 맥스로 탐 하디를 써 다시 만들었는데 폭력적이면서 아름다운 발레 같은 액션이 쉴 새 없이 전개돼 호흡이 다 가쁘다. 특히 이 액션들은 거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아 더욱 사실적이고 쓴 쓸개 씹는 것처럼 통렬하다.
영화의 주제는 생존인데 주인공이 매드 맥스라기보다 여전사인 퓨리오사(샬리즈 테론)라고 해야 맞다. 맥스는 퓨리오사의 조수급으로 이 영화는 남성위주의 세상으로부터의 여성해방과 여권신장의 영화다.  
세상 종말 후 석유가 거의 물신숭배의 대상이 된 세상(석유 때문에 전쟁하는 요즘 세상 얘기라고 봐도 좋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높은 언덕 위에 세운 빛나는 크롬 색깔의 발할라(바그너의 오페라 ‘링 사이클’에 나오는 신들의 세상)이라 불리는 곳에 사는 흉측한 모습의 독재자 임모탄 조(휴 키스-번). 선택된 자들만 발할라에 살고 나머지 인간들은 발할라 아래 지상에서 노예처럼 산다. 발할라의 여자들은 아기를 낳고 모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만 생존한다.
이에 반기를 들고 일단의 젊은 여자들을 대형 유조트럭에 싣고 발할라를 탈출해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여자가 조의 고급 참모였던 강인한 퓨리오사. 머리를 박박 깎고 왼팔이 쇠팔인 퓨리오사는 말하자면 여자 모세다. 
이에 본의 아니게 합류하는 자가 매드 맥스. 여기서부터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는 고철상에서 수집한 각종 트럭 부속품들로 짜깁기한 것 같은 온갖 모양과 성능의 몬스터 트럭을 탄 조의 졸개들을 피해 전속력으로 도주하면서 액션이 뜨거운 프라이팬의 콩 튀듯 한다. 열사의 불과 폭력의 영화요 추격과 도주의 영화다.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를 추격하는 트럭들을 리드하는 트럭의 본넷 위에서는 조의 졸개가 전자기타를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요란하게 치면서 흥을 돋우는데 마치 옛날 서부시대 인디언들을 학살하던 미 기병대의 나팔수 같다.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 외 제3의 주요 인물은 암에 걸린 조의 젊은 전사 넉스(미콜라스 훌트). 넉스는 처음에는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를 처치해 발할라로 올라가는 것이 꿈이었으나 후에 회개하고 퓨리오사의 동지가 된다. 그리고 넉스는 로맨스까지 경험한다.
바그너의 오페라적인 액션의 대혼란으로 이 혼란은 질서를 갖췄는데 끊임없이 폭발하는 액션 을 완벽하고 날렵하게 포착한 카메라가 일품이다. 과묵하고 묵직한 하디의 연기도 좋지만 이 영화는 테론의 것이라고 해야겠다. 강단 있는 얼굴 표정과 사나우면서도 유연한 육체의 동작이 완벽한 여 전사를 탄생시키고 있는데 이런 다부진 행동과 함께 보일 듯 말듯 한 감정적 연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액션영화의 절대판으로 이에 비하면 ‘분노의 질주 7’은 아이들 장난이다. R.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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