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3월 6일 월요일

팜므 파탈‘살로메’




처녀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틴에이저 살로메가 한을 품으니 세례 요한의 목이 날아갔다. 성경의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살로메 얘기를 극적으로 각색한 것이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이요 리햐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연극을 보고 오페라 ‘살로메’(Salome)를 작곡했다.
성경과 달리 오페라에서는 살로메가 세례 요한에게 애걸복걸하다시피 구애하다 퇴짜를 맞은데 앙심을 품고 자기를 탐내는 의붓아버지 헤롯왕에게 자기가 춘 ‘일곱 베일의 춤’의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의 얘기는 욕정과 피, 집념과 복수가 얼키설키 엮어진 퇴폐적 향락주의로 채색된 내용으로 여성의 성적 힘을 노골화한 우먼 파워의 얘기이기도 하다. 병적이요 변태적이며 가학적 야만성을 지닌 야단스런 내용 때문에 살로메의 얘기는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의 좋은 창작소재가 되어왔다.
살로메의 드라마는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다. 요염한 선정성 때문에 ‘요부’라 불린 무성영화 시대 수퍼 스타 테다 바라가 1918년에 주연한 것에서부터 켄 러셀 감독의 ‘살로메의 마지막 춤’(1981) 까지 다양하다.
내가 중학생 때 수도극장에서 본 ‘살로메’(1953)도 그 중 하나다. 에로틱한 글래머 스타 리타 헤이워드가 주연인데 질은 떨어지나 값 싼 재미가 있다. 영화에서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목숨을 구하려다 실패한 뒤 예수의 복음에서 구원을 찾는다. 헤이워드가 긴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나긋나긋한 육체를 미친 듯이 흔들어 대면서 ‘일곱 베일의 춤’을 춰 헤롯(찰스 로턴)뿐만 아니라 어린 녀석이었던 나의 넋까지 빼앗아 갔었다.    
그리고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선셋 대로’의 마지막 장면에서 머리가 돌아버린 무성영화 시대의 빅 스타 노마 데즈몬드(글로리아 스완슨)가 “드밀 씨, 나 클로스-업 준비 다 됐어요”라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면서 연기하는 여인의 모습도 살로메의 것이다.
살로메의 오페라로는 마스네의 ‘에로디아드’도 있지만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슈트라우스의 것이다. 1막짜리로 지난 1905년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초연됐는데 대사도 원작인 와일드의 연극대사를 사용했다.
그런데 연극이나 오페라 모두 과격하고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판금과 공연불가 조치를 당하면서 퇴폐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오페라 ‘살로메’는 190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의해 미국에서 초연됐으나 역시 내용 때문에 단 1회 공연 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내용이나 음악이 모두 혁명적인 오페라 ‘살로메’가 현재 LA오페라에 의해 LA 다운타운의 뮤직센터에서 공연 중이다(19일까지.) 살로메 역은 10대 소녀의 유연한 동작과 바그너 오페라의 강력한 음역을 지닌 소프라노를 겸비해야 하는 어려운 것이다. 살로메가 혼자 오페라를 어깨에 짊어지다 시피 한 것이어서 초인적인 스태미나를 요구한다.
LA오페라의 살로메는 50대의 패트리시아 라셋이 맡았는데 노래는 곱고 힘차며 연기는 육감적이었다. 중년 여인이 소녀 역을 맡아 독무대다 싶을 만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소리 지르고 울부짖으면서 카리스마가 가득한 노래와 연기를 했다. 라셋의 노래 소리는 청아하고 결이 고우면서도 폭과 깊이를 갖춘 강렬한 것이었다. 동작은 율동적이며 고무공이 튀듯이 탄력이 있는데 애교를 부리면서 저돌적이기 까지 했다.
특히 감동적으로 강렬한 것은 살로메와 세례 요한(바리톤 토마스 토마슨)과의 이중창. 살로메가 자기를 마다하는 세례 요한에게 구애의 말들을 폭우처럼 쏟아놓는데 이야말로 불꽃 튀는 성의 대결이다. 이와 함께 살로메가 손에 든 세례 요한의 머리를 보면서 욕정과 복수의 말들을 토해내는 병적으로 섹시한 장면(사진) 역시 보는 사람의 감관을 사로잡을 만하다.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관능적인 음악에 맞춰 살로메가 추는 ‘일곱 베일의 춤’. 이 춤 때문에 세례 요한의 목이 날아가는데 라셋은 4명의 남자댄서들과 함께 정열적인 춤을 추다가 마지막에 완전 나체로 헤롯과 관객을 유혹했다. 충격적이다.
살로메의 세례 요한에게 보내는 대사가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시적이다(그런데 대사 중 일부가 반유대적이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흰 피부와 검은 머리 그리고 붉은 입술을 찬미하는데 살아서 못한 세례 요한에 대한 키스를 잘라진 머리의 입술에다 하면서 육욕과 복수에 환희하는 모습을 보자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살로메야말로 남자 잡는 팜므 파탈이다.
음악이 힘차고 격정적이며 사정없이 몰아대면서도 곱고 서정적인데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LA오페라 오케스트라가 훌륭하게 연주했다. 세트는 보잘 것 없었으나 토마슨을 비롯해 살로메를 짝사랑하다 자살한 근위대장 역의 테너 이사카아 새비지와 나사렛인 역의 한국계 바리톤 윤기훈 등이 다 노래를 잘 불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2월 24일 금요일

케디(Kedi)


임자 없는 고양이가 이스탄불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여유로운 이스탄불의 떠돌이 고양이들


여유롭고 즐겁고 우아하며 명상에 잠기게 만드는 이스탄불의 주인 없는 고양이들에 관한 기록영화다. 터키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이다 토룬이 연출했는데 제목은 터키어로 고양이를 말한다.
이스탄불 도처에 사는 수천마리의 떠돌이 고양이들의 눈으로 본 이스탄불 찬미와도 같은 영화로 고양이와 도시와 도시 주민들에 관한 고찰이다. 마법적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인간이 고양이를 돌보고 그들과 사귀면서 얻고 깨닫는 삶의 예지를 보게 되는데 말하자면 고양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양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영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특히 보기 좋은 것은 촬영이다. 온갖 모양의 고양이 얼굴을 클로스업으로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네발로 움직이는 이들을 따라가면서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이와 함께 이스탄불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와 주민들의 일상을 다정하고 인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카페와 상점의 고양이들 그리고 골목과 지붕 위와 부두 방파제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돌보는 사람들의 관계가 마치 인간 대 인간의 관계처럼 포착됐는데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통해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은 비록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의존하지만 매우 독립적이다. 언제든지 집에 들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또 나가고 싶으면 나간다. 그 모습이 도도하다.    
어떤 사람은 “개는 사람을 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사람을 신의 뜻의 중개인으로 생각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기도용 염주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와 대화는 마치 외계인과의 교류와도 같은 우리와 전연 다른 생명체와의 통화라고 말한다. 한 빵가게 주인은 고양이로 인해 자신의 삶이 풍부해졌다고 고양이 예찬론을 고백한다. 
한 작은 배의 선주는 자기가 고양이로부터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버려진 고양이 새끼들에게 정성껏 우유를 먹이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이 고양이는 자기가 다른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질투를 낸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이 분주하게 가게와 집을 들락날락하는 모습과 새끼들을 품고 보호하는 모습 또 거리를 배회하고 저희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쫓아다니는데 사람들은 도시에 고층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고양이들이 살 수 있는 녹지대가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들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따스하면서도 지적인 작품으로 풍성함과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은 오토만 제국 때 이 도시가 무역의 중심지가 되어 전 세계로부터 온 상선들에 타고 있던 고양이들이 땅에 내려 정착하면서 늘어났고 아울러 하수구가 건설되고 쥐가 번성하자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 천국이 되었다고 한다. 
아크라이트(바인과 선셋) 로열(11523 산타모니카)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유니버시티 타운센터(어바인).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디 이브(Lady Eve^1941)


카드 사기꾼 진(왼쪽)이 순진한 찰스를 유혹하고 있다.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의 재미있고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


할리웃 황금기 탁월한 풍자가로 통렬한 위트로써 미국사회의 다양한 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감독이자 각본가인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재미있고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성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두 주인공 역의 헨리 폰다와 바바라 스탠윅의 기막힌 콤비와 총명하고 짜릿짜릿한 대사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과 조연진의 훌륭한 연기가 있는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흑백영화다.
백만장자 양조장 집 아들 찰스(폰다)는 모든 여자는 돈 때문에 자기를 노린다고 생각하면서 오로지 정글에 사는 희귀종 파충류 연구에만 몰두한다. 찰스는 브라질 여행 후 귀국 여객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카드 사기꾼 부녀 해리(찰스 코번)와 진(스탠윅)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항로가 급커브를 튼다.
두 부녀는 아이처럼 순진한 찰스의 껍데기를 벗기기로 하고 사기 카드게임으로 그를 유인하는데 찰스는 이런 줄도 모르고 아름답고 명랑한 진에게 넋을 잃고 만다. 그런데 진도 찰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찰스가 진에게 구혼한다. 그러나 찰스의 충직한 바디가드(윌리엄 디마레스트)가 진의 정체를 캐내는 바람에 실망한 찰스는 진을 떠난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뒤 찰스에 대한 복수를 시도하는 진은 영국 귀족처녀로 위장하고 찰스에게 접근, 자기를 몰라보는 그의 마음을 다시 빼앗아 결혼에 성공한다. 둘이 기차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마침내 진의 복수가 시작된다. 진은 자신이 과거에 사랑했고 또 결혼했던 많은 남자들의 이름과 뜨거웠던 사랑의 행위를 줄줄이 늘어놓는데 이를 듣는 찰스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찰스는 진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한편 해리는 딸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라고 종용하나 진은 자기가 찰스를 사랑한다며 이를 거절한다. 해리와 진은 다시 사기 카드게임을 위해 브라질행 여객선에 오르는데 역시 배에 탄 찰스와 진이 재회하면서 해피 엔딩.
풍자와 슬랩스틱이 잘 조화를 이룬 달콤한 영화로 찰스가 자기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유혹하는 진의 육탄공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과 진이 자기 옆을 지나가는 찰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 등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28일 하오1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오스카 고즈 투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6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에 있는 돌비극장에서 지미 킴멜의 사회로 열린다. ABC-TV가 전 세계로 생중계한다.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의 최고의 영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 부문에는 총 9개의 영화가 후보에 올랐는데 일찌감치 뮤지컬 ‘라 라 랜드’(La La Land^사진)가 탈것으로 점쳐졌다.
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헌사인 이 노스탤지어 가득한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14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미 제작자협회상을 탔고 지난 1월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등 모두 7개의 상을 탔다.  
작품상을 타는 영화의 감독이 감독상을 타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해 감독상은 ‘라 라 랜드’를 연출한 데미언 차젤(32-‘위프래쉬’)이 탈 것이 분명하다. 차젤은 이미 감독협회상을 탔는데 그를 바짝 추격하는 사람이 마이애미 흑인 달동네 소년의 성장기인 ‘문라이트’(Moonlight)를 연출한 배리 젠킨스.
남자 주연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의 케이시 애플렉과 ‘울타리’(Fences)의 덴젤 워싱턴. 이 부문에서는 쓰라린 과거를 지닌 아파트 핸디맨의 고뇌와 자아 구제의 모습을 극도로 절제해 보여줘 골든 글로브상(드라마)을 탄 애플렉이 상을 탈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아카데미 회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협회가 가정을 독재자처럼 군림하면서 독설을 내뱉고 허세를 부리는 피츠버그의 쓰레기차 용원으로 나와 겁이 날 정도로 위협적인 연기를 한 워싱턴에게 상을 주면서 워싱턴이 유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부상했다. 워싱턴이 주연상을 타면 그는 오스카 3관왕이 된다. ‘울타리’는 어거스트 윌슨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애플렉이 배우협회상을 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여성 비하 행동과 성적 희롱 등 그의 과거의 개인적 편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초만 해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젊은 흑인 감독 네이트 파커의 흑인 노예들의 폭동 실화를 다룬 ‘국가의 탄생’이 파커가 대학시절 연루돼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동료 여대생(후에 자살했다) 강간사건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로부터 완전히 외면을 받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자 주연상은 ‘라 라 랜드’에서 할리웃에 사는 배우 지망생으로 나와 빛나는 연기를 한 엠마 스톤이 탈 것이 유력하다. 스톤은 이미 골든 글로브상(뮤지컬/코미디)을 탔다. 스톤에 이어 유력한 수상 후보자가 ‘엘르’(Elle)에서 강간을 당한 후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행동을 취하는 여사장 역을 맹렬히 한 프랑스의 베테런 이자벨 위페르. 위페르는 골든 글로브상(드라마)을 탔으나 오스카상은 5명의 후보가 나온 작품 중 유일하게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라 라 랜드’의 스톤이 탈 확률이 높다.
남자 조연상은 ‘문라이트’에서 주인공 소년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마약 딜러로 나와 따스하고 인간적인 연기를 한 마헤르샬라 알리가 탈 것이다. 그는 이미 배우협회상을 탔다. 여자 조연상은 ‘울타리’에서 남편의 허세와 독재적 군림을 너그러운 마음과 지혜로 인내하는 아내로 나와 깊이와 무게를 지닌 연기를 한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탈 것이 유력하다. 데이비스는 이미 골든 글로브상과 배우협회상을 탔다.
데이비스가 상을 타면 남녀 주조연상 부문에서 여자 주연만 빼고 모두 흑인 배우들이 상을 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2년간 연기상 부문에서 단 한 명의 흑인 배우도 포함되지 않아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구설수에 올랐던 아카데미가 면죄를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올 해 연기상 부문에서는 워싱턴과 알리 및 데이비스 외에도 또 다른 여자 주연상 후보인 루스 네가(‘러빙’)와 조연상 후보들인 네이오미 해라스(‘문라이트’) 및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등도 다 흑인들이다. 연기상 부문에서 흑인 배우들이 6명이나 후보에 오른 것은 오스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라 라 랜드’는 작품과 감독 및 여자 주연상 외에도 음악, 주제가(‘시티 오브 스타즈’) 그리고 촬영과 의상상 등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휩쓸다시피 할 것이다.
외국어 영화상은 이란의 아스가르 화라디가 감독한 ‘세일즈맨’(The Salesman)이 탈 것이 유력하다. 트럼프의 이란인들의 미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이 영화가 상을 타는 것을 더 힘차게 뒷받침해준 셈이다. 이에 경쟁하는 영화가 독일영화 ‘토니 에르트만’(Toni Erdmann). 만화영화는 ‘주토피아’(Zootopia)가 탈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아카데미상 후보작들


극영화, 만화, 기록영화 부문 단편 영화들


‘고요한 밤’ 불체자 크와메(왼쪽)와 잉거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오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극영화와 만화영화 및 기록영화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오른 각 5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모두 ★★★★★(5개 만점)


▦극영화
●내부의 적들(Ennemis Interieurs) 1990년대 알제리의 내전이 한창일 때 프랑스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무슬림 신도가 프랑스 시민권 인터뷰에 출석한다. 그를 심사하는 젊은 사람 역시 알제리계. 심사관이 시민권 신청자에게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다며 신청자의 모스크 참배자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른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미국의 요즘 상황에 딱 알맞은 영화다. 프랑스.
●여인과 TGV(La Femme et le TGV) 스위스의 시골 철로 변에 사는 엘리즈는 지난 30년간 매일 같이 지나가는 열차를 향해 국기를 흔들어 왔다. 어느 날 기관사로부터 편지가 날아들면서 둘 사이에 편지 교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열차가 노선을 바꿔 더 이상 자기 집 앞을 지나가지 않게 되자 엘리즈는 남자를 찾아 간다. 스위스.
●고요한 밤(Silent Nights) 코펜하겐에 사는 젊은 여자 잉거가 지원 봉사하는 홈리스 쉘터에서 만난 가나에서 온 불체자 크와메를 사랑하게 되면서 둘은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크와메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둘의 관계가 위기를 맞는다. 덴마크. 
●싱(Sing) 새로 전학한 학교의 합창반에 들어간 소녀 소피는 지휘자 여선생이 노래를 부르지 말고 입만 뻥긋거리라는 지시를 받고 실망한다. 그리고 합창대회에 나가기 전에 단원들과 합창을 보이콧할 계획을 마련한다. 헝가리. 
●타임코드(Timecode) 파킹랏의 주간 근무자인 루나가 고객의 불만을 조사하기 위해 모니터로 야간 근무자 디에고의 근무상황을 관찰하다가 디에고가 지루함을 푸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그대로 따라하면서 둘 사이에 관계가 이뤄진다. 스페인.

▦만화영화
●눈 먼 바이샤(Blind Vaysha) 왼쪽 눈은 과거만 그리고 오른 쪽 눈은 미래만 볼 수 있는 어린 바이샤가 이 두 가지의 현실사이에서 갈등한다. 캐나다. 
●빌린 시간(Borrowed Time) 옛 서부의 나이 먹은 셰리프가 과거에 일어난 비극적 사고의 현장을 찾아와 그 일을 회상한다. 캐나다. 
●배 사이다와 담배(Pear Cider and Cigarettes) 자기 몸을 해쳐가며 멋대로 사는 테크노와 로버트는 죽마고우. 테크노가 중국에서 중병으로 입원하자 로버트는 간 이식수술이 필요한 테크노를 밴쿠버로 옮기기 위해 중국에 온다. 영국과 캐나다.
●펄(Pearl) 전국을 떠돌며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펄이 음악과 모험을 사랑하는 처녀가 되어 아버지의 사랑을 갚는다. 미국. 
●도요새(Piper) 바닷가의 어린 도요새가 피도가 무서워 먹이를 찾아가지 못하다가 뜻밖의 동지를 만나 용기를 낸다. 미국.

▦기록영화
●엑스트레미스(Extremis)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여의사와 그의 팀 그리고 이들과 불치의 환자들과의 관계. 미국 
●4.1 마일(4.1 Miles) 터키로부터 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섬 레보스로 오는 중동 난민들을 구출하는 그리스 해안경비대 대장과 섬 주민들. 제목은 터키와 레보스 간의 거리. 미국. 
●조의 바이올린(Joe‘s Violin) 과거 70년 간 애용하던 바이올린을 뉴욕 브롱스의 여학교에 기증한 91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조셉 화인 골드의 이야기. 미국. 
●와타니: 내 조국(Watani:My Homeland) 시리아의 알레포에서 시리아해방군 지휘관인 아버지와 살던 4자녀가 아버지가 아이시스에게 납치되자 어머니와 함께 독일로 피신한다. 영국. 
●하얀 헬멧(The White Helmets) 내란 중인 시리아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폭격을 받은 건물 잔해에서 인명을 구출하는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영국. 
극영화와 만화영화는 23일까지 뉴아트(11272 산타모니카. 310-473-8530). 기록영화는 로열(11523 산타모니카. 310-478-3836)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Paradise, 1945)


밥티스트는 가랑스(왼쪽)를 깊이 연모한다.

프랑스 명장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걸작


프랑스의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유명한 시인이자 각본가인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영화사에 길이 남는 기념비적 걸작이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195분짜리 대하 로맨틱 서사극으로 연극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관한 드라마다.
많은 배우들이 나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극 중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성격 묘사가 뛰어나다. 프랑스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파리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영화로 극 중 인물들은 19세기 초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했으나 내용은 허구다.
영화는 제 1부 ‘범죄의 거리’(The Boulevard of Crime) 와 제 2부 ‘백의의 남자’(The Man in White)로 구성됐으며 커튼이 오르면서 시작되고 커튼이 내려지면서 끝난다. 신비하고 사로잡는 듯이 아름다운 화류계의 여인 가랑스(아를레티)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의 네 남자의 사랑과 함께 무언극과 연극에 바치는 애정의 헌사로 이 것들에 대해 상세히 고찰하고 있다. 
가랑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백의의 무언극 피에로로 민감한 몽상가인 밥티스트(장-루이 바로)와 야심 찬 셰익스피어극 배우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쇠르) 그리고 허무주의자로 지적이면서도 기혹한 지하세계 인물 라스네르(마르셀 에랑)와 위선적인 귀족 에두아르(루이 살루).
이 네 명의 남자와 가랑스를 둘러싸고 애증과 음모와 욕망의 얘기가 얼기설기 엮어지는데 작품의 중심 플롯인 못 이룰 사랑의 두 주인공은 가랑스와 밥티스트. 밥티스트는 가랑스를 간절히 사모하나 가랑스는 잡힐 듯 하면서도 항상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래서 밥티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나탈리(마리아 카자레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나 끝내 가랑스를 못 잊는다. 그런데 가랑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밥티스트다. 
마침내 두 사람은 달빛 밝은 밤 서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정열을 불태우나 이튿날 가랑스는 다시 밥티스트를 떠난다. 수많은 군중들이 가면을 쓰고 광란하는 카니발 사이로 마차를 타고 떠나가는 가랑스를 뒤 쫓아 가면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밥티스트. 마치 꿈을 꾸는듯한 황홀한 작품이다. 24일과 25일 하오 7시30분.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 323-939-4038)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도널드 덕


내가 미국에 살면서 기부를 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내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지난 1980년대 초에 기부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의 복구기금이다. 이민자로서 자유의 상징이요 이민사의 현장을 복원하는데 일조, 나와 내 가족을 받아준 이 나라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복구위원회측이 자유의 여신상 재단장에 참여한 내게 기부자 증서를 보내 왔다. ‘흥진 박의 개인적 헌납에 의해 자유의 여신상은 구원 받고, 복원 되고 또 보존돼 전 세계의 장래 세대가 자유의 상징의 불이 밝게 타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니.’ 나는 이 증서를 액자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자유의 여신상을 찾아 갔을 때 그 받침대에 적힌 ‘자유를 숨 쉬고자 갈구하는 너의 피곤하며 가난하며 복작대는 무리를 내게 다오. 집을 잃고 폭풍우에 시달린 이들을 내게 다오. 내가 황금의 문 옆에 나의 등불을 치켜 들 테니’라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 땅의 자유를 심호흡했었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기부한 난민구호기금이다. 이민자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한(슈피겔지)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7개 국가에 대한 미 입국 금지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ACLU(미 민권자유연맹)에 체크를 보냈다.
트럼프의 조상도 독일계이듯이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이 땅의 원주민은 미 기병대와 개척자들이 총과 위스키로 살육하고 무기력하게 만든 소위 ‘아메리칸 인디언들’인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다. 그들을 빼곤 트럼프도 당신도 나도 다 이민자들이다.
미국의 건국이념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트럼프이 반 이민 행정명령 탓에 난 얼마 전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독일계 동료로부터 농담 성 경고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는 남한과 북한의 차이도 모를 터인즉 너도 불원 북한 사람으로 찍혀 미국에서 쫓겨날지도 모르지”라며 겁을 주었다.
지금 한창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트럼프의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추파를 보면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트럼프와 푸틴은 다 불리(bully)들이다. 체신 머리 없이 트위터로 언론과 사법부를 적으로 취급하면서 비난하는 트럼프야 말로 미국시민들이 잘 못 뽑은 대통령이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트럼프에 표를 던진 사람들 중에서도 지금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영화에 살고 영화에 죽는 내가 요즘 영화보다 더 재미있게 보는 것이 뉴스다. 아침에 눈만 뜨면 트럼프가 밤 새 또 무슨 망령된 짓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 CNN부터 튼다. 이런 트럼프의 연일 이어지는 해프닝 때문에 그는 코미디언들의 좋은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NBC-TV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쇼에서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로 나와 온갖 우스꽝스런 표정과 행동을 하면서 트럼프를 조롱, 나도 보면서 박장대소 한다. 또 멜리사 매카시는 기자회견 시 공격 일변도로 나오는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으로 나와 그를 가차 없이 희롱한다.
이로 인해 이 스케치 코미디는 방영 22년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트위터로 “NBC 뉴스는 나쁘지만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는 최악의 프로다. 우습지도 않고 출연진도 형편 없다. 진짜로 나쁜 TV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유머감각도 부족한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 속에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의심 그리고 시리아 내전과 난민에 관한 4편의 단편 오스카 후보작들이 지금 상영 중이다. 극영화 ‘내부의 적’(Enemies Within)은 프랑스 시민권 신청을 하는 프랑스 태생의 무슬림 알제리 계 남자와 그를 테러동조자로 취급하면서 인터뷰하는 심사관의 긴장된 대면을 그렸다. 나머지 ‘4.1마일’(4.1 Miles)과 ‘와타니:내 조국’(Watani:My Homeland) 그리고 ‘하얀 헬멧’(The White Helmets)은 중동난민과 시리아 내전에 관한 기록영화들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니 도널드 트럼프는 디즈니 만화영화의 도널드 덕을 여러 모로 닮았다. 둘이 생긴 것도 비슷하고 심술첨지인데다 허세와 허풍을 떨면서 남에게 군림하기를 즐기는 것이 닮았다. 또 도널드 덕은 성질이 급해 불끈하고 화를 잘 내는데다가(사진) 공격적인데 그 동안 TV로 목격한 트럼프의 성질이나 행동이 이 오리를 꽤 닮았다.
그리고 도널드 덕은 혀 짧은 소리를 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트럼프는 혀 짧은 소리는 아니지만 툭하면 황당무계한 소리를 해 이해난감인 것도 닮았다. 그런데 도널드 덕은 귀엽기나 하지.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