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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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일 금요일

오스카 고즈 투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영화 비평가들과 오스카 전문가들을 비롯해 장삼이사가 너도 나도 어느 작품과 누가 상을 받을지 점들을 치는데 이들의 의견이 대체적으로 모아져 실제 결과가 맞아 떨지는 경우가 흔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중요한 부분에 관해 작품과 인물들을 예견해 본다.
여우조연상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두 배우가 TV 베테런 앨리슨 제니와 역시 TV와 무대의 베테런인 로리 메트캡이다. 재니는 미 여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최악의 스캔들에 관한 블랙 코미디 ‘아이, 토냐’(I, Tonya)에서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 토냐 하딩(마고 로비-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의 어머니로 나와 산성기가 짙은 상스럽고 야한 연기를 했다.
한편 메트캡은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레이디 버드’(Lady Bird-오스카 작품상 후보)에서 가정과 고향을 떠나 훨훨 날아가고파 안달이 난 여고 3년생(셔샤 로난-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의 어머니로 나와 차분하고 착 가라앉은 연기를 했다. 그런데 아카데미 회원들은 눈에 띠지 않는 연기보다 공격적인 연기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오스카는 재니가 탈 확률이 높다. 재니는 이미 지난 1월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남우조연상은 인종차별에 관한 다크 코미디 드라마 ‘미주리 주 에빙 밖의 3개의 광고’(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에서 인종차별주의자 경찰로 나온 샘 로크웰과 ‘플로리다 프로젝’(Florida Project)에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후진 모텔의 매니저로 나와 자상한 연기를 보여준 윌렘 다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부문도 여우조연상 부문처럼 터질 것처럼 맹렬한 연기를 한 로크웰이 탈 것이다. 로크웰도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여자주연상을 놓고는 ‘3개의 광고’에서 딸을 살해당해 분노에 치를 떠는 어머니로 나온 프랜시스 맥도만드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어른을 위한 환상적인 드라마 ‘물의 모양’(The Shape of Water)에서 수중 괴물을 사랑하는 말 못하는 청소원으로 나와 무성영화에서처럼 심오하고 민감한 연기를 한 샐리 호킨스의 2파전. 폭발 직전의 팽팽한 연기를 한 맥도만드가 탈 것인데 그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맥도만드는 ‘화고’(Fargo^1997)로 오스카주연상을 탄바 있다.
남우주연상은 단연 ‘다키스트 아우어’(Darkest Hour)에서 영국 수상 처칠로 나온 게리 올드맨이 탄다. 그는 여기서 2차대전 직후 수상에 취임해 나치의 평화제스처를 거부하고 결사 항전하는 처칠로 나와 화려한 제스처와 언변을 구사하면서 경천동지할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각본상은 역시 골든 글로브상을 탄 ‘3개의 광고’가 탈 것이 유력하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이 ‘레이디 버드’와 인종차별에 관한 공포영화이자 블랙 코미디인 ‘겟 아웃’(Get Out).
각색상은 10대 소년(티모데 샬라메-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의 동성애를 다룬 ‘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Call Me by Your Name)가 탈 것이다. 원작은 안드레 아시만의 동명소설로 각색은 제임스 아이보리가 했다. 영국 감독인 아이보리(89)는 작고한 인도계 영국인 제작자이자 감독으로 자신의 삶의 파트너이기도 했던 이스마일 머천트와 함께 ‘히트 앤 더스트’ ‘보스턴 사람들’ 및 ‘어 룸 위드 어 뷰’ 등 여러 편의 명화를 연출한 사람이다.     
감독상은 ‘물의 모양’을 만든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와 ‘3개의 광고’를  연출한 마틴 맥도나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오스카는 델 토로가 탈 것이 유력하다. 델 토로도 이미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얼마 전만 해도 아카데미 회원들은 감독과 작품상을 한 작품에 몰아주곤 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성향에 변화를 보이면서 두 부문상을 따로 주고 있다. 작년의 경우에도 작품상은 ‘문라이트’가 탔으나 감독상은 ‘라 라 랜드’의 데이미안 차젤이 탄바 있다.
작품상을 놓고는 총 13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라 역시 작품상 후보에 오른 나머지 8편의 영화들을 앞지른 ‘물의 모양’과 ‘3개의 광고’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감독과 작품상이 갈라져 ‘3개의 광고’(사진)가 작품상을 탈 것이다. 이 영화도 골든 글로브상을 탔다. 
만화영화는 ‘코코’(Coco)가 탈 것이며 주제가 상을 놓고는 ‘코코’의 ‘리멤버 미’(Remember Me)와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디스 이즈 미’(THis Is Me)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리멤버 미’가 다소 유력하다. 음악상은 2차대전 영국군의 던커크 철수작전을 그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던커크’(Dunkirk-오스카 작품상후보)와 ‘물의 모양’의 2파전. 한스 짐머가 작곡한 ‘던커크’의 음악은 저돌적인 반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한 ‘물의 모양’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로맨틱한데 역시 골든 글로브상을 탄 ‘물의 모양’의 수상 가능성이 짙다.   
지미 킴멜이 사회를 보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4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ABC-TV의 생중계로 진행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7년 2월 24일 금요일

오스카 고즈 투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6일 하오 5시부터 할리웃에 있는 돌비극장에서 지미 킴멜의 사회로 열린다. ABC-TV가 전 세계로 생중계한다.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의 최고의 영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 부문에는 총 9개의 영화가 후보에 올랐는데 일찌감치 뮤지컬 ‘라 라 랜드’(La La Land^사진)가 탈것으로 점쳐졌다.
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헌사인 이 노스탤지어 가득한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14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미 제작자협회상을 탔고 지난 1월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등 모두 7개의 상을 탔다.  
작품상을 타는 영화의 감독이 감독상을 타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해 감독상은 ‘라 라 랜드’를 연출한 데미언 차젤(32-‘위프래쉬’)이 탈 것이 분명하다. 차젤은 이미 감독협회상을 탔는데 그를 바짝 추격하는 사람이 마이애미 흑인 달동네 소년의 성장기인 ‘문라이트’(Moonlight)를 연출한 배리 젠킨스.
남자 주연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의 케이시 애플렉과 ‘울타리’(Fences)의 덴젤 워싱턴. 이 부문에서는 쓰라린 과거를 지닌 아파트 핸디맨의 고뇌와 자아 구제의 모습을 극도로 절제해 보여줘 골든 글로브상(드라마)을 탄 애플렉이 상을 탈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근 아카데미 회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협회가 가정을 독재자처럼 군림하면서 독설을 내뱉고 허세를 부리는 피츠버그의 쓰레기차 용원으로 나와 겁이 날 정도로 위협적인 연기를 한 워싱턴에게 상을 주면서 워싱턴이 유력한 오스카상 후보로 부상했다. 워싱턴이 주연상을 타면 그는 오스카 3관왕이 된다. ‘울타리’는 어거스트 윌슨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동명 연극이 원작이다.
애플렉이 배우협회상을 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여성 비하 행동과 성적 희롱 등 그의 과거의 개인적 편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초만 해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젊은 흑인 감독 네이트 파커의 흑인 노예들의 폭동 실화를 다룬 ‘국가의 탄생’이 파커가 대학시절 연루돼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동료 여대생(후에 자살했다) 강간사건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로부터 완전히 외면을 받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여자 주연상은 ‘라 라 랜드’에서 할리웃에 사는 배우 지망생으로 나와 빛나는 연기를 한 엠마 스톤이 탈 것이 유력하다. 스톤은 이미 골든 글로브상(뮤지컬/코미디)을 탔다. 스톤에 이어 유력한 수상 후보자가 ‘엘르’(Elle)에서 강간을 당한 후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행동을 취하는 여사장 역을 맹렬히 한 프랑스의 베테런 이자벨 위페르. 위페르는 골든 글로브상(드라마)을 탔으나 오스카상은 5명의 후보가 나온 작품 중 유일하게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라 라 랜드’의 스톤이 탈 확률이 높다.
남자 조연상은 ‘문라이트’에서 주인공 소년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마약 딜러로 나와 따스하고 인간적인 연기를 한 마헤르샬라 알리가 탈 것이다. 그는 이미 배우협회상을 탔다. 여자 조연상은 ‘울타리’에서 남편의 허세와 독재적 군림을 너그러운 마음과 지혜로 인내하는 아내로 나와 깊이와 무게를 지닌 연기를 한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탈 것이 유력하다. 데이비스는 이미 골든 글로브상과 배우협회상을 탔다.
데이비스가 상을 타면 남녀 주조연상 부문에서 여자 주연만 빼고 모두 흑인 배우들이 상을 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 2년간 연기상 부문에서 단 한 명의 흑인 배우도 포함되지 않아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구설수에 올랐던 아카데미가 면죄를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올 해 연기상 부문에서는 워싱턴과 알리 및 데이비스 외에도 또 다른 여자 주연상 후보인 루스 네가(‘러빙’)와 조연상 후보들인 네이오미 해라스(‘문라이트’) 및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등도 다 흑인들이다. 연기상 부문에서 흑인 배우들이 6명이나 후보에 오른 것은 오스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라 라 랜드’는 작품과 감독 및 여자 주연상 외에도 음악, 주제가(‘시티 오브 스타즈’) 그리고 촬영과 의상상 등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휩쓸다시피 할 것이다.
외국어 영화상은 이란의 아스가르 화라디가 감독한 ‘세일즈맨’(The Salesman)이 탈 것이 유력하다. 트럼프의 이란인들의 미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이 영화가 상을 타는 것을 더 힘차게 뒷받침해준 셈이다. 이에 경쟁하는 영화가 독일영화 ‘토니 에르트만’(Toni Erdmann). 만화영화는 ‘주토피아’(Zootopia)가 탈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4년 3월 2일 일요일

오스카 고즈 투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2일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거행된다. 코미디언 엘렌 드제네레스가 사회를 보는 시상식은 ABC-TV가 생중계 하는데 ABC 측은 전미서 4,00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스카상의 백미인 작품상 부문에는 총 9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는데 이 중 6편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작품상을 놓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허슬’과 ‘그래비티’ 및 ‘12년 노예’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시상식이 가까워 오면서 코미디인 ‘아메리칸 허슬’이 기를 잃고 지금 나머지 2편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내가 아카데미 회원이라면 ‘그래비티’에게 표를 던지겠으나 아카데미 사상 공상과학 영화가 작품상을 탄 적이 없다. 이보다는 미국의 치욕적인 역사인 노예제도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12년 노예’가 간발의 차이로 영광을 누릴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품상 대신 감독상은 미 감독노조상을 비롯해 각 단체가 주는 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그래비티’의 멕시칸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받을 것이다. ‘그래비티’는 촬영상과 음향상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카우보이즈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로 멕시코에서 사제 약을 텍사스로 밀반입해 환자들에게 판 실제인물 론 우드러프로 나온 매튜 매코너헤이가 탄다. 매코너헤이는 역을 위해 체중을 47파운드나 뺐다. 아카데미는 질병을 앓거나 정신상태가 이상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기를 좋아하는데 ‘필라델피아’에서 역시 에이즈 환자로 나온 탐 행스가 주연상을 탄 것이 그 좋은 예다.
여우주연상은 우디 알렌의 ‘푸른 재스민’에서 월가의 유한부인에서 알거지가 된 뒤 정신상태가 혼란해진 미망인으로 나온 케이트 블랜쳇이 탄다. 알렌이 최근 양녀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려 그의 영화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었으나 설은 설로 끝날 것이다.
남자조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에서 매코너헤이의 에이즈 약 밀매 파트너로 여성으로 성전환한 에이즈 환자로 나온 재렛 레토가 탄다. 그러니까 이번 오스카 남자주조연상은 모두 에이즈 환자가 타는 셈이다.
여자조연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메리칸 허슬’에서 날사기꾼의 불같은 성질을 한 젊은 아내로 나온 제니퍼 로렌스가 탈 것이 유력했었다. 그런데 최근 ‘12년의 노예’에서 잔혹한 농장주인의 노예이자 섹스놀이개로 스크린에 데뷔한 루피타 니옹고가 미배우조노가 주는 상을 타면서 로렌스가 다소 밀리고 있다. 
더구나 로렌스는 지난해에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으로 주연상을 타 아카데미가 이제 나이 23세 밖에 안 된 로렌스에게 2년 연속으로 상을 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이 부문도 작품상부문처럼 예측이 뒤바뀔 수도 있다.
각본상은 1970년대 말 뉴저지주를 무대로 한 FBI의 부패 정치인 함정수사인 앱스캠 작전에서 FBI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기꾼들의 실화를 그린 ‘아메리칸 허슬’이 탈 확률이 높다. 이 영화와 함께 각본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이 스파이크 존즈가 쓰고 감독한 ‘허’다. 
‘허’는 가까운 미래 LA의 젊은 연애편지 대필 작가(와킨 피닉스)와 컴퓨터의 인공지능 여인(스칼렛 조핸슨 음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나 같으면 이 영화에 표를 던지겠다.
만화영화상은 디즈니의 ‘프로즌’이 탄다. 흥행서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는 이밖에도 주제가인 ‘렛 잇 고’가 상을 탈 것이다.
외국어 영화상은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가 감독한 ‘그레이트 뷰티’가 상을 탈 것이 거의 분명하다. 65세난 작가의 눈을 통해 본 로마의 호화 방탕한 밤의 삶을 조명한 영화로 내용보다 영상미가 화사하다.
단편기록 영화상을 탈 가능성이 높은 영국의 ‘6호 아파트의 숙녀-내 삶을 구원한 음악’의 주인공인 체코 태생의 유대인 여류 피아니스트 알리스 헤르츠-좀머(사진)가 23일 110세로 별세했다. 
젊었을 때 나치에 의해 수용소에 수감됐으나 음악 때문에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헤르츠-좀머의 삶을 아름답게 담은 감동적인 영화다. 헤르츠-좀머는 영화에서 “음악이 내 삶을 지탱해 준 양식”이라면서 “증오는 증오를 나을 뿐이어서 나는 결코 독일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헬츠-좀머가 자신의 삶을 그린 작품이 상을 타는 것을 채 못 보고 영면했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